앨범 정보

엘피 시절부터 정통과 위엄으로 손꼽히는 명연주다. 클렘페러 특유의 해석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느리고 느긋한 템포를 연상하겠지만 브람스 4개의 교향곡 연주는 그의 연주들에 비해 빠르고 명민한 편이다. 그러면서도 중후함을 잃지 않는다. 견고한 조형을 이루는 관현악의 밸런스에서 목관악기를 중시하는 그의 특성이 잘 드러난다.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의 수수한 음색은 브람스의 유유자적함을 더욱 깊게 드리우고 있다. 브람스의 이상은 화려함과 다채로움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한계에 직면하고 그것을 인식하는 체념이 아닐까. 교향곡 1번과 2번에서 데니스 브레인의 호른은 절품이다. '독일 레퀴엠'에서 클렘페러의 위상은 교향곡보다 높다. 웅혼함과 중후함을 두루 갖춘 명연이다. 피셔 디스카우와 엘리자베트 슈바르츠코프 등 호화로운 독창진들을 클렘페러는 확실하게 통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