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 Overlook
- Maria Taylor
- 앨범 평점 4.5/ 10명
- 발매일 : 2011.10.12
- 발매사 : 브라우니엔터테인먼트
- 기획사 : 브라우니엔터테인먼트
그 무엇보다도 안락하고 촘촘한 위안. 성공적인 내한공연을 치뤄 낸 여성 듀오 애줘 레이(Azure Ray)의 아름다운 한 조각 마리아 테일러(Maria Taylor)의 간과(Overlook)할 수 없는 투명하고 농밀한 2011년도 솔로 작 [Overlook]
솔로앨범을 발표하기까지의 2년 사이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일단은 7년 만에 애줘 레이를 다시 결성해 활동했으며, LA에서 다시 고향인 버밍험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그리고 기존 그녀의 앨범이 그랬던 것처럼 다시금 친구, 그리고 가족들인 케이트 테일러(Kate Taylor), 메이시 테일러(Macey Taylor)와 함께 본 작의 녹음을 시작한다. 애줘 레이의 활동을 진행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에 솔로 작업으로 바로 돌입했는데, 부지런한가 보다. 앨범은 CD로 발매되기 이전 미리 인터넷상에 유출됐고 또한 선공개가 이루어졌다. 일단 전작들보다는 훨씬 라이브감이 두드러지며, 그럼에도 안정되어 있다. 여전히 약간은 우울한 세계관이 펼쳐지지만 일부는 이전 그녀의 활동보다는 현실에 닿아있는 소리였고, 그렇기 때문에 설득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대중 친화적 요소들이 쉽게 감지되는 이유이기도 했다. 훌륭한 드러머이기도 한 마리아 테일러는 이미 싱어 송라이터 조나단 라이스(Johnathan Rice)의 2008년도 투어에서도 드럼 세트에 앉아 있곤 했는데, 이번 앨범의 수록 곡 절반 이상의 드럼 또한 직접 연주해내고 있다.
긴장감을 유지한 채 거친 드럼톤으로 진행되는 앨범의 첫 곡 "Masterplan"의 경우 마지막에 작렬하는 현란한 드럼연주와 같은 부분이 기존 애줘 레이의 팬들에겐 다소 생소하게 다가갈 수도 있겠다. 보컬이 마치 네코 케이스(Neko Case) 혹은 수잔 베가(Suzanne Vega)처럼 들리기도 하는 "Matador"는 중반의 질주하는 마림바 연주와 작렬하는 기타솔로가 유독 돋보인다. 곡이 유출됐던 당시 먼저 수면에 떠오른 "In a Bad Way"는 블루지한 기타리프와 톤, 리드미컬한 리듬파트와 코러스가 꽤나 절묘한 메인스트림 팝 넘버 같은 무드를 주기도 했다. 어쿠스틱한 감촉의 간소한 연주로 진행되는 곡들 또한 물론 존재한다. 당연히 애줘 레이의 팬들에겐 이쪽이 더 익숙할 것이다. 차분하게, 하지만 힘있게 읊조리는 아름다운 포크 트랙 "Happenstance", 벤조와 만돌린, 그리고 콘트라베이스를 사용하면서 좀 더 컨트리의 무드에 접근해 있는 "Bad Idea?", 피아노의 선율과 어쿠스틱 기타, 그리고 플룻 솔로가 돋보이는 발라드 "This Could Take a Lifetime" 등의 곡들은 여전히 신선하고 풋풋한 감정을 끌어안고 있는 듯 보인다. 막바지에 드럼은 나오지만 "Idle Mind"의 경우에도 애줘 레이의 분위기가 어느 정도 묻어나는 쓸쓸한 어쿠스틱 튠으로 청자들에게 각인될만하다.
오르간의 활용을 통해 유독 70년대의 팝송들을 연상케 만드는 푸근한 "Like it Does", 그리고 화려한 코러스웍과 미묘한 엠비언스가 분위기를 고양시키는 신비로운 드림팝 넘버 "Along for the Ride"를 끝으로 화려하지는 않지만 뜨겁게, 그리고 서서히 불 타오르면서 앨범은 마무리된다. 다른 그녀의 앨범들처럼 속삭이는 보컬들 보다는 좀 더 밀도가 높은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음에도 여전히 귀에 친숙하다. 전자적인 요소들은 자취를 감췄는데, 때문에 보다 유기적인 팝 앨범이라는 인상을 준다. 오히려 이 지점이 몇몇 이들에겐 이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겠다. 지나치게 주장을 앞세우지 않고 있지만, 그렇다고 결코 사라지거나 파묻혀버리지도 않는다. 오히려 이 유연하고 깨끗한 소리들은 부유하거나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다. 애줘 레이의 경우 마치 권태를 묘사하고 있는 듯 최소한의 소리를 통해 레코드를 완성시켜왔지만, 솔로 작들은 그에 비해 보다 명료해진 멜로디 라인과 두드러지는 드럼, 그리고 좀 더 팝한 어레인지를 곡에 대입해내면서 차별화를 뒀다. 조금 더 다채로워진 감은 있지만 그렇다고 너무 멀리 나가지는 않는 편이었다. 별개의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지는 것이다. 특별한 변화는 존재하지 않지만 어쨌든 충분히 만족스러운 양질의 노래들이다.
두 명 모두 유독 솔로 작들에서 애줘 레이 시기와는 다른 강한 부분들이 돌출되곤 했다. 당연히 밴드 활동 때 보다는 더욱 개인적인 소리들이 들어가겠는데, 이는 밴드 출신의 솔로 앨범이라기 보다 어느 여성 싱어 송라이터의 독립적인 한 장으로 놓고 보는 것이 더 그럴듯할 수도 있겠다. 조금 오버하면 여느 불멸의 여성 싱어 송라이터들, 이를테면 캐롤 킹(Carole King)이라던가 로라 나이로(Laura Nyro), 그리고 리키 리 존스(Rickie Lee Jones) 등의 계보에 억지로 낑겨 넣어도 무방할 듯 보인다. 마리아 테일러와 애줘 레이라는 섬과 섬 사이를 연결해주는 소리들이다. 애줘 레이에서의 그녀의 역할, 혹은 애줘 레이에서는 생략된 그녀의 모습 등을 추적해 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애줘 레이의 작년 앨범도 가을 무렵 발매됐는데, 이 레코드도 마찬가지로 가을, 그리고 겨울 사이에 꽤나 어울릴 듯 싶다. 이 은은한 떨림은 작은 볼륨으로 들어도, 혹은 큰 소리로 들어도 마찬가지의 감동을 줄 것이다. 상냥하고 나른한, 그리고 생명력으로 가득 찬 한편의 침착한 모노드라마다.
어쿠스틱한 그녀가 있고, 일렉트릭한 그녀가 있다. 우물 같은 그녀가 있으며, 낙엽 같은 그녀도 있다. 때론 명징하고 때론 아련하다. 가을이다. 마리아 테일러다. - 이동진(이동진의 꿈꾸는 다락방D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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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앨범을 발표하기까지의 2년 사이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일단은 7년 만에 애줘 레이를 다시 결성해 활동했으며, LA에서 다시 고향인 버밍험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그리고 기존 그녀의 앨범이 그랬던 것처럼 다시금 친구, 그리고 가족들인 케이트 테일러(Kate Taylor), 메이시 테일러(Macey Taylor)와 함께 본 작의 녹음을 시작한다. 애줘 레이의 활동을 진행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에 솔로 작업으로 바로 돌입했는데, 부지런한가 보다. 앨범은 CD로 발매되기 이전 미리 인터넷상에 유출됐고 또한 선공개가 이루어졌다. 일단 전작들보다는 훨씬 라이브감이 두드러지며, 그럼에도 안정되어 있다. 여전히 약간은 우울한 세계관이 펼쳐지지만 일부는 이전 그녀의 활동보다는 현실에 닿아있는 소리였고, 그렇기 때문에 설득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대중 친화적 요소들이 쉽게 감지되는 이유이기도 했다. 훌륭한 드러머이기도 한 마리아 테일러는 이미 싱어 송라이터 조나단 라이스(Johnathan Rice)의 2008년도 투어에서도 드럼 세트에 앉아 있곤 했는데, 이번 앨범의 수록 곡 절반 이상의 드럼 또한 직접 연주해내고 있다.
긴장감을 유지한 채 거친 드럼톤으로 진행되는 앨범의 첫 곡 "Masterplan"의 경우 마지막에 작렬하는 현란한 드럼연주와 같은 부분이 기존 애줘 레이의 팬들에겐 다소 생소하게 다가갈 수도 있겠다. 보컬이 마치 네코 케이스(Neko Case) 혹은 수잔 베가(Suzanne Vega)처럼 들리기도 하는 "Matador"는 중반의 질주하는 마림바 연주와 작렬하는 기타솔로가 유독 돋보인다. 곡이 유출됐던 당시 먼저 수면에 떠오른 "In a Bad Way"는 블루지한 기타리프와 톤, 리드미컬한 리듬파트와 코러스가 꽤나 절묘한 메인스트림 팝 넘버 같은 무드를 주기도 했다. 어쿠스틱한 감촉의 간소한 연주로 진행되는 곡들 또한 물론 존재한다. 당연히 애줘 레이의 팬들에겐 이쪽이 더 익숙할 것이다. 차분하게, 하지만 힘있게 읊조리는 아름다운 포크 트랙 "Happenstance", 벤조와 만돌린, 그리고 콘트라베이스를 사용하면서 좀 더 컨트리의 무드에 접근해 있는 "Bad Idea?", 피아노의 선율과 어쿠스틱 기타, 그리고 플룻 솔로가 돋보이는 발라드 "This Could Take a Lifetime" 등의 곡들은 여전히 신선하고 풋풋한 감정을 끌어안고 있는 듯 보인다. 막바지에 드럼은 나오지만 "Idle Mind"의 경우에도 애줘 레이의 분위기가 어느 정도 묻어나는 쓸쓸한 어쿠스틱 튠으로 청자들에게 각인될만하다.
오르간의 활용을 통해 유독 70년대의 팝송들을 연상케 만드는 푸근한 "Like it Does", 그리고 화려한 코러스웍과 미묘한 엠비언스가 분위기를 고양시키는 신비로운 드림팝 넘버 "Along for the Ride"를 끝으로 화려하지는 않지만 뜨겁게, 그리고 서서히 불 타오르면서 앨범은 마무리된다. 다른 그녀의 앨범들처럼 속삭이는 보컬들 보다는 좀 더 밀도가 높은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음에도 여전히 귀에 친숙하다. 전자적인 요소들은 자취를 감췄는데, 때문에 보다 유기적인 팝 앨범이라는 인상을 준다. 오히려 이 지점이 몇몇 이들에겐 이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겠다. 지나치게 주장을 앞세우지 않고 있지만, 그렇다고 결코 사라지거나 파묻혀버리지도 않는다. 오히려 이 유연하고 깨끗한 소리들은 부유하거나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다. 애줘 레이의 경우 마치 권태를 묘사하고 있는 듯 최소한의 소리를 통해 레코드를 완성시켜왔지만, 솔로 작들은 그에 비해 보다 명료해진 멜로디 라인과 두드러지는 드럼, 그리고 좀 더 팝한 어레인지를 곡에 대입해내면서 차별화를 뒀다. 조금 더 다채로워진 감은 있지만 그렇다고 너무 멀리 나가지는 않는 편이었다. 별개의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지는 것이다. 특별한 변화는 존재하지 않지만 어쨌든 충분히 만족스러운 양질의 노래들이다.
두 명 모두 유독 솔로 작들에서 애줘 레이 시기와는 다른 강한 부분들이 돌출되곤 했다. 당연히 밴드 활동 때 보다는 더욱 개인적인 소리들이 들어가겠는데, 이는 밴드 출신의 솔로 앨범이라기 보다 어느 여성 싱어 송라이터의 독립적인 한 장으로 놓고 보는 것이 더 그럴듯할 수도 있겠다. 조금 오버하면 여느 불멸의 여성 싱어 송라이터들, 이를테면 캐롤 킹(Carole King)이라던가 로라 나이로(Laura Nyro), 그리고 리키 리 존스(Rickie Lee Jones) 등의 계보에 억지로 낑겨 넣어도 무방할 듯 보인다. 마리아 테일러와 애줘 레이라는 섬과 섬 사이를 연결해주는 소리들이다. 애줘 레이에서의 그녀의 역할, 혹은 애줘 레이에서는 생략된 그녀의 모습 등을 추적해 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애줘 레이의 작년 앨범도 가을 무렵 발매됐는데, 이 레코드도 마찬가지로 가을, 그리고 겨울 사이에 꽤나 어울릴 듯 싶다. 이 은은한 떨림은 작은 볼륨으로 들어도, 혹은 큰 소리로 들어도 마찬가지의 감동을 줄 것이다. 상냥하고 나른한, 그리고 생명력으로 가득 찬 한편의 침착한 모노드라마다.
어쿠스틱한 그녀가 있고, 일렉트릭한 그녀가 있다. 우물 같은 그녀가 있으며, 낙엽 같은 그녀도 있다. 때론 명징하고 때론 아련하다. 가을이다. 마리아 테일러다. - 이동진(이동진의 꿈꾸는 다락방D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