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사랑은 사막
안홍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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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앨범 평점 4.5/ 23명
  • 발매일 : 2012.11.15
  • 발매사 : Mirrorball Music(미러볼뮤직)
  • 기획사 : 긴가민가 레코드
홍대 연남동의 음유시인 안홍근, 그가 전하는 부끄러움의 미학

2007년 겨울, 그가 처음 홍대 앞 로베르네에서 공연을 했을 때만 해도, 당시 홍대 인디씬에서는 포크 싱어송 라이터가 새로운 유행이었다. 기성 팝 댄스 아이돌은 차치하고, 홍대씬을 주름잡는 락밴드 형님들이나 DJ 친구들, 혹은 힙합 전사들조차 통기타 하나 메고 나오는 꽃미남 꽃미녀들, 아니면 우쿨렐레 하나 들고서 조곤조곤 노래를 부르는 소위 여신들의 강림에 놀랐을 것이다. 하지만, 몇 년 지나지 않아, 역시나, 언제나 그랬다는 듯이, 하나의 유행으로 변질되더니만, 어느 순간 개나 소나 통기타에 우쿨렐레에 너도나도 꽃미남, 여신행세를 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또 몇 년이 지나고 보니, 수준 높은 홍대씬 관객들 덕분인지, 개나 소 같은 건 대충 걸러지고 몇몇 실력파, 또는 진정한 (유행 따위 상관없는) 포크 싱어송 라이터들이 살아남았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안홍근이다. 그의 본업은 원래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만화가이다. 잘나가는 건 아니지만, 입에 풀칠은 하는 미술 전공자이다. 2006년, 그가 군대에서 당시 연인에게 이별을 통보 받고 외로움에 사무쳐 일기를 쓰기 시작하면서, 홀로 통기타를 튕기며 그 울림소리에 위로를 받으며, 그는 음유시인으로 다시 태어났다.

'저는 아직도 제 노래를 누군가에게 들려드리는 게 부끄럽고 두렵습니다.' 그의 말처럼 그는 공연 때마다 지나치게 수줍어하고 수전증 환자마냥 부르르 떨고, 심지어 자기 노래를 왜 좋아하는지조차 의아해할 정도로 겸손하다. 하지만 그래서 나오는 그의 겸손한 가사들은 짜거나 달거나 맵지 않은 심심한 곰국처럼 누구나 쉽게 공감하고 함께 젖을 수 있는 진심이 담겨 있다. 요즘같이 자극적인 가사와 사운드가 넘쳐나는 음악 판이라 더욱 그의 엄마 손맛 같은 가사와 목소리는 구미를 당긴다. 더불어 그의 서정적이면서도 독특한 문장들, 대구 사투리가 묻어나는 구수한 목소리는 그저 심심하기만 한 멀건함이 아니라, 건강함과 신선함을 담고 있다.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은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뭔지, 내 감정이 뭔지 내가 표현할 수 있는 데까지 들여다봐야 해요. 노래를 만들고 보여주는 행동 자체의 기쁨이나, 남들에게 어떻게 들려지는가에 대한 고민이 앞서는 음악은 '속임'이라고 생각해요. 남을 속이는 것보다 더 나쁜 자기 속임이죠. '노래하는' 나는 '노래듣는' 나부터 설득시킬 수 있고 공감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내 감정과 내 표현을 끊임없이 숙성시키고 재워놓아야 하는 거죠. 이것이 노래하는 사람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끄럽기 때문에 리듬이나 멜로디로 뭔가를 꾸민다거나, 바이브레이션을 넣어 노래를 부른다는 것조차 상상할 수 없다는 안홍근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작건 크건, 까페건 술집이건, 어느 무대고 마다 않고 노래를 부르러 달려간다. 그는 모든 시인, 뮤지션, 예술가들이 그렇듯이 조금이나마 자신의 노래로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한다. 상처받은 영혼들, 물론 안홍근 스스로를 포함해 모두가 어떻게든 이 거칠고 외로운 세상에서 살려고, 살아보려고 하는 음악. 그리고 그의 부끄러움은 위로의 방법으로, 위로의 자세로 가장 어울릴 것이다. 이제 수년간 묵혀온 안홍근의 첫 EP 앨범을 들으며 위로 받아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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