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Mama
Emily Wel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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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앨범 평점 4.5/ 74명
  • 발매일 : 2012.04.10
  • 발매사 : (주)오감엔터테인먼트
  • 기획사 : 파고뮤직
Emily Wells [Mama]

박찬욱 감독의 첫 할리우드 진출작 [스토커], 아티스트를 발견하다 “한국 영화에는 뮤직 에디터란 직업이 따로 없다. 프리뷰를 위한 임시 음악을 만들지도 않을 뿐더러 작곡가가 에디터 노릇을 다 한다. 미국 와서 만난 뮤직 에디터 테드 캐플란은 그러니까 신기했다. 음악에 관한 한 못하는 일이 없고 모르는 게 없었다. 그 테드가 어느 날 내게 한 여가수의 노래를 들려주었다.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다. 영화 끝날 때 주제가를 넣으면 어떨까 하는 이야기를 그에게 해놓은 지 얼마 안 됐을 때의 일이다. 며칠 후 우리는 에밀리 웰스의 공연을 구경하러 실버레이크의 The Echo 클럽에 갔다. 모든 곡을 만들고 가사도 썼다는 아가씨가 혼자 온갖 악기를 연주하고 그걸 즉석에서 녹음하고 재생해서 음악의 일부로 만들어갔다. 게다가 노래까지. 바빠서 허덕거리기는커녕, 혼자 커다란 모래성을 짓는 아이처럼 유유히. 그렇게 혼자 노는 에밀리를 보면서 나는 내 영화의 외로운 소녀 인디아를 떠올렸다.“ - 박찬욱 감독 영화 [스토커]의 엔딩 타이틀에서 들리는 노래 "Becomes the Color"! 우리는 낯설지만 매력적인 목소리를 발견한다.

보다 음침한 카를라 브루니Carla Bruni? 좀 더 산뜻한 재니스 조플린Janis Joplin? 인디 음악 시대에 다시 활동을 재개한 포크 스타일의 로리 앤더슨Laurie Anderson? 영화 [스토커]에 등장하는 이 목소리는 아름답다는 표현과는 뭔가 어울리지 않는 듯 하지만, 우리의 호기심을 단번에 끌어들일 만큼 어떤 호소력을 지니고 있다. 뭐라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다양한 매력을 풍기는 이 여성 아티스트의 이름이 바로 에밀리 웰스Emily Wells이다. 햇빛 화창한 멜랑콜리 [Mama] by 에밀리 웰스 - 글: 성문영 에밀리 웰스는 흔하지 않은 방식으로 음악을 한다. 노래가 그렇고 연주는 더욱 그렇다. 보통 멀티 인스트루멘틀리스트라고 했을 때 그것은 여러 가지 악기를 다룰 수 있다는 뜻이지만, 그녀의 경우는 거기에 ‘동시에’라는 킬러 옵션이 붙는다. 그녀는 무대 위에서 직접 자신의 연주를 룹(loop)으로 떠서 실시간으로 계속 발전시켜나간다. 그리고 사이사이 드럼을 치고 바이올린을 켜고 멜로디카를 불고 노래를 부른다. 그렇다고 그녀의 라이브가 꼭 무슨 기인열전 같아야 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이모젠 힙(Imogen Heap) 같은 뮤지션에 비하면 훨씬 ‘덜’ 하이테크적이고 오히려 올드스쿨스럽다고 해야 할 것이다. 4살 때 스즈키 바이올린 교습을 시작한 클래식 생도가 사춘기 시절 재즈에 홀딱 반했다가 마침내 랩과 힙합에서 계시를 받게 된다 해서, 누구나 "Fire Song"이나 "Darlin'"같은 곡을 만들 수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녀 또한 여기까지 오기까지 많은 실험과 도전과 실패를 거쳤을 것이고.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Mama](2012)가 그녀가 지금껏 해온 음악적 결과물 중에서 가장 유의미하고 대중적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Beautiful Sleepyhead & the Laughing Yaks](2007)의 전위적인 포크와 [Symphonies](2008)의 1인 교향악이란 상반된 도정이 드디어 하나의 길에서 만나 화해하게 된 것이다. 화해에 대해서라면, 아마 이 앨범은 그 누구보다도 에밀리 자신에게 화해의 제스처가 될 지 모른다. 결코 컨셉트 앨범의 c자도 본인이 말한 적은 없지만 이 앨범에는 묘하게 일관적인 뉘앙스가 흐르는데, 그것은 엄마라는 타이틀과 자신의 어린 시절 모습(귀엽다)이 담긴 재킷 사진이 환기시키는 에밀리 그녀의 자전성, 혹은 귀소본능이다.

작사 면에서 스스로 밥 딜런과 레너드 코엔을 언급함에도 불구하고 이 앨범의 가사는 스토리텔링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주문이거나 동요의 라임에 가깝고, 내러티브보다 이미지를 택한 그 노랫말들은 무척 혼란스럽지만 종종 아름답다. 그리고 가끔 손쓸 수 없이 슬프다. 실연이라는 경험이 주는 이 끈질긴 상실감은 노래를 만들게 하는 단골 모티브지만 그것이 그녀의 음악에 이렇게 전혀 새로운 차원의 멜랑콜리를 부여할 줄은 몰랐다. 모르긴 해도 그녀에게 [Mama]는 고향/집이자 가장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치유(의 과정) 그 모두가 아니었을까. "Mama's Gonna Give You Love"나 "Johnny Cash's Mama's House"에서의 현격한 힙합 터치는 그간의 그녀의 행보를 생각하면 당연하다 싶어도, "Let Your Guard Down"에서 들려오는 진한 블루스는 뜻밖의 선물이었다(그리고 지금까지 들어본 중에 가장 웅변적이고 우아한 "Goddamn...!"을 만날 수 있다). 앨범에서 제일 아름답다고 생각되는 "Fire Song"에서는 앰비언트적인 사운드 바탕 위에 공들여 쌓아올린 스트링 오케스트레이션을 들을 수 있고, "No Good"과 "Dirty Sneakers & Underwear"의 노래는 한껏 공명된 공간감 안에서 브레이유 점자 같은, 혹은 몽유병자의 걸음걸이 같은 발자국을 점점이 남긴다.

이 모든 것을 구석구석까지 설계하고 배치하는 모양새로 보아, 그녀는 분명 싱어송라이터가 맞지만, 전체를 주재하는 프로듀서로서 더욱 우선한다. 그래서 이 앨범은 각 노래들의 집합이기 이전에 하나의 거대한 뉘앙스라고 보아도 좋다. 이미지는 에밀리 웰스의 작곡에서 중요한 요소다. 특히 '빛'은 그녀에게 중요한 심상이 되는 것 같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스토커'의 엔딩 테마로 쓰인 "Becomes The Color" (이 앨범에는 수록되어 있지 않다)와 그 영상도, 흑백의 실마리가 총천연색의 진실로 나아가는 과정에 필요한 빛을 떠올리게 한다. "Piece Of It"이나 "Johnny Cash's Mama's House"에서 그녀가 강조하는 찬란한 햇빛은 그녀 자신의 말마따나 필요에 따른 선택이 아니라 본능적인 결과이다. 어떻게 보면 비주얼을 다루어야 할 방식으로 음을 그려나가는 것이 그녀의 이런 남다른 음악세계를 만든 가장 근원적인 동력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리고 [Mama]는 아마도 그녀가 이렇게 그려낸 가장 화창한 멜랑콜리, 가장 리드미컬한 바니타스일 것이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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