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Project21Avant-Garde 2013
Project21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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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앨범 평점 5/ 2명
  • 발매일 : 2013.11.28
  • 발매사 : 사운드펍
  • 기획사 : project21AND

Project21AND [project21AvaNt-garDe 2013]

2012년 12월 어느 저녁, 3인의 남성이 수년간의 숙원이었던 '21세기 한국 아방가르드 음악의 새로운 탄생'을 꿈꾸며 10년 프로젝트를 결심했고 이후 수 개월간 치열히 머리를 맞댄 결과 project21AND를 결성하게 된다. AND는 avant garde에 숨어 있는 세 개의 알파벳 (a, n, d)의 조합이다. 그런데 AND를 보는 순간 묻고 싶어진다. project21 그리고 (AND), 뭐 (WHAT)?

박상찬, 김승림, 김정훈이 그 3인이다. 김승림과 김정훈은 동료 작곡가다. 하지만, 박상찬의 경우는 다르다. 김승림의 오랜 친구로 오래 전부터 자연스럽게 현대음악을 접하였고 줄곧 한국 현대음악계를 가장 가까이에서 안타깝게 지켜보는 목격자가 된 것이다. 이들이 함께한 생각은 이렇다. 한국 작곡가들이 만들어내는 좋은 아방가르드 작품들을 기록으로 남기자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건네받지 않고서야 출판된 악보나 출시된 음반을 찾기는 힘들 뿐 아니라, 음악회 역시 재연의 가능성이 거의 없기에 그 완성도에 있어서 자신할 수 없으며 이러한 좋지 못한 순환구조는 아방가르드 음악계의 전반적인 위축을 초래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몇몇 스타 연주가를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하려는 공연계의 얄팍한 상업주의적 현실 속에서 '새로운 음악'을 논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비평'이 사라진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언젠가부터 '새로움'에 대한, 그리고 '음악'에 대한 기대를 소심하게 접어버린 것은 아닌가 싶다. 사실 음악은 고상한 취미나 정서함양의 조건적 덕목 이상으로 인류에게 정말 다양한 것을 해 줄 수 있는데도 말이다.

AND, 즉 아방가르드는 무엇이며 왜 필요한가? 아방가르드는 '전방에 배치하는 부대'를 의미하는 프랑스어로 20세기 초 유럽에서 일어났던 극단적으로 실험적이고 급진적인 예술사조이다. PROJECT21AND에서는 아방가르드의 정신을 잇고자 한다. 물론 상황이 다른 만큼 이들의 예술은 20세기 초의 극단적인 아방가르드와는 다르다. 하지만 대중에 편승하고자 하는 현대음악계의 현실 속에서 현대음악의 본질적인 비판성을 고수하고자 하는 이들의 몸부림은 사실상 20세기 초 아방가르드 못지않은 생경함을 느끼도록 한다. 이들은 '거부'의 미학을 추구한다. 제도화 (institutionalize)를 거부한다. 정치적 논리에 굴복하는 순종적인 예술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감옥이야기를 다룬 영화 '쇼생크 탈출 (Shawshank Redemption, 1994)'에서 들었던 문구가 기억난다. 장기투옥 끝에 드디어 출소하게 되는 늙은 죄수가 천신만고 끝에 얻게 되는 자유에 오히려 불편함과 불안함을 느끼며 생을 마감하게 되는 장면에서 주고받는 대화다. 감옥에 들어오게 되면 처음에는 그 감옥을 둘러싸고 있는 철창을 정말 싫어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차츰 익숙하게 되는가 하면 시간이 더 흘러 급기야 그 철창에 의존하게 된다는 것이다. 주인공 남자 (Red)는 그것이 바로 '제도화'라고 말한다. 아방가르드는 정신의 제도화를 거부한다. project21AND가 추구하는 바는 새로운 음악을 들으며 정신의 자유에서 오는 불편함과 불안함에 굴복되기보다 만끽하는 것이다.

project21AND는 '함께하기'를 추구한다. 개인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우주적으로든 21세기라는 시대를 함께 고민하며 살고자 한다.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들을 개별적으로 보자면, 김승림의 음악에서는 40대로 접어든 한 작곡가가 답답한 현실 속에서 느끼는 개인적인 고민을 담는다. 김정훈의 작품 역시 지극히 개인적이다.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새로운 음악에 대한 고통의 외침에서 주제를 착안했다. 물론 이들의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직접적으로 표현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현대음악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무슨 이야기인지 도통 알아들을 수 없을 수도 있다. 김지향의 작품에서는 사회적인 이슈들이 산발적으로 제시된다. 전형적인 대중음악 악기들이 사용되는가 하면 대중음악에 대한 신랄한 비평가의 인터뷰가 삽입되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운하사업에 관한 발언이 들린다. 뭔가를 말하려 하는데 그것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다. 임승혁은 인간과 소리에 관한 철학적인 사유를 의도하지만 작품이 가져다 줄 수 있는 상상에 결코 한계를 지으려 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들의 음악을 듣는 순간 끊임없는 각성과 자유를 경험하게 된다. 시대와 사회를 함께 고민하지만 강요하지 않으며 억제하지 않는 자율적인 소통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2013년, project21AND가 맞이하는 첫 해의 행보는 이렇다. 3인을 주축으로 시작하여 매니저, 디자이너, 톤마이스터 등의 전문가들이 조직을 이루게 되었으며 이외에도 점차 많은 이들이 재능기부자와 후원자로 합세하고 있다. 한국의 새로운 현대음악문화를 구축하고자 하는 이들의 움직임은 가히 도전적이라 하겠다. 음악만이 아닌 음악에 관한 제반 조직과 구조를 처음부터 만들어가겠다는 것이다. 협회, 문화재단 및 학계로 구성된 기존의 일원적인 체제와는 달리 이들은 현대음악에 연결될 수 있는 여러 가지 줄기들을 다원화시킴으로써 세밀하고 조밀한 네트워크로 무장된 튼실한 문화로 자리매김하려 한다. 우선, 아방가르드 정신에 철저히 입각한 작곡가를 선정하여 작품을 위촉하고, 뜻을 함께 하는 정회원으로 구성된 앙상블을 구축한 뒤 우선적으로 공식 음반을 녹음하였다. 그리고는 음악회를 마지막으로 미루었다. 일반적인 현대음악의 생산구조는 아니다. 일회성에 그치는 기존의 음악회 관행을 넘어서 완성도를 높이고자 했고, 무엇보다 공식적인 음반 (label)과 악보 (edition) 출판을 바랐다. 어쩌면 내년에는 그 순서가 달라질지 모르지만 우선은 오래된 갈증부터 해소하고 싶었다. 이들은 8월에 녹음을 마치고 11월 19일에 음악회를 갖는다.

첫 프로젝트로 김승림, 김정훈, 김지향, 임승혁 등 4인의 작곡가는 각자 20분이라는 다소 넉넉한 시간을 부여받았다. 기존의 음악회에서 경험하게 되는 시간적 제한은 언제나 작곡가로 하여금 아쉬움을 느끼게 했기에 이번만큼은 각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맘껏 해보자고 작정했다. 덕분에, 작곡가의 정체성을 진하게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완결판은 아니다. 이들은 40대 초반의 작곡가로서 자신들만의 작가세계를 '만들고 허물기'를 지체하지 않는다. 그것이 아방가르드 정신인 것이다. Pproject21AND는 또한 일반인 후원자를 대상으로 세미나, 강의, 작곡가와의 만남 등을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단순한 교육·행정적인 후원을 넘어서서 가치관을 공유하는 진정성 있는 후원체제를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화려한 연주가들의 스펙을 좇아 연주회를 구성/참석하거나 음반을 기획/구매하는 현 음악문화에서 과감히 탈출을 시도한다. 이제, 서두에서 던졌던 질문에 해답을 찾은 것 같다. AND는 무슨 의미? 이들이 꿈꾸는 AND는 자유롭고도 자생할 수 있는 한국의 아방가르드이며 앞으로 이어질 발전과 지속성을 의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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