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인디 달링을 찾아서
줄리아 하트
앱에서 듣기
  • 앨범 평점 4.5/ 169명
  • 발매일 : 2014.04.03
  • 발매사 : (주)뮤직앤뉴
  • 기획사 : 줄리아하트

줄리아 하트 (Julia Hart) [인디 달링을 찾아서]

줄리아 하트의 정바비입니다. 줄리아 하트가 7년 만에 선보이는 정규 5집의 타이틀은 [인디 달링을 찾아서]입니다. 일반적인 음반 소개 글과는 조금 달리, 여기서는 밴드의 리더이자 본 음반의 프로듀서인 제가 직접 이렇게 새 앨범 타이틀을 짓게 된 과정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그 과정 자체가 저희가 이 음반에 담고자 했던 것들을 가장 잘 설명해줄 거라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줄리아 하트는 1집 [가벼운 숨결]을 2002년에 낸 이후 제가 군대에 가 있었던 2년간을 제외하면 1년 터울로 정규 음반을 발표했습니다. 거의 매번 멤버 교체가 있었기에 밴드 포맷의 안정성이란 이점을 거의 누리지 못한 상태에서 1년에 한 장 씩 음반을 발매할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음반마다 확실한 방향성이 있었던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매번 새 음반이 최종적으로 어떤 모습으로 나와야겠다 하는, 이른바 콘셉트가 처음부터 뚜렷했기에 압축적으로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2005년에 [영원의 단면], 2006년에 [당신은 울기 위해 태어난 사람], 2007년에 [Hot Music]을 발표했습니다.

2009년 줄리아 하트를 재가동했을 때 곡은 꽤 쌓여있었습니다. 문제는 어떤 음반을 만들어야겠다는 청사진이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이었죠. 이 상태는 2010년에 발표한 EP [B]에서도 해소되지 못한 채였습니다. [B]는 줄리아 하트의 음반으로는 처음으로 콘셉트가 없는 곡 모음집 형태의 EP였고 자켓 디자인도 지금까지와 달리 온전히 외부 디자이너의 디렉션에 따라 진행되었습니다(그외의 모든 정규 앨범은 음반 컨셉에 따라 줄리아 하트의 원년 멤버인 강현선 작가와 제가 의논해서 진행었습니다). 정규작이 아니니 괜찮을 거라 생각했던 것인데, 그 이후로도 다섯 번째 음반을 꿰뚫는 메인 테마가 무엇이어야 할지 전혀 떠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와중에 2집 [영원의 단면] 재녹음 프로젝트를 마쳤습니다. 팬들의 참여로 제작비가 모였고, 긴 시간을 걸쳐 느슨하게 줄리아 하트의 음악에 관여해온 기타리스트 김나은, 드러머 유병덕이 새롭게 멤버가 되었습니다. 다음 차례는 풀 렝스 정규 음반이었습니다.

프리프로덕션을 시작하고 새 앨범에 수록될 노래들을 쭉 모아놓고 들어봤지만 역시 일관된 뭔가를 찾기는 힘들었습니다. 연애에 대한 노래가 많긴 했지만 딱히 연애에 대한 앨범을 만들고 싶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오랜만에 나오는 정규 음반이라는 점에 착안해 뭔가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나 전향적인 에너지가 있는 타이틀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강한 긍정', '간단한 덧셈', '루미나리에' 등과 같은 타이틀을 마음속으로 바꿔가면서 작업을 이어 나갔지만 저와 멤버들이 실제로 진행하고 있는 일들과 확 어우러진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줄리아 하트의 음반 제목같지 않거나 5집 제목 같지가 않았습니다. 한참 고민하던 중 가사 작업용 메모 노트를 쭉 다시 훑어보았고 거기에서 ‘인디 달링’이라는 문구를 보았습니다.

가사 노트에 있는 다른 많은 메모와 마찬가지로, 인디 달링이란 말을 어디에서 캐치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아직까지는 확실히 모두가 합의한 정의가 있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다만 이 말이 쓰이는 용례로 미루어 짐작해볼 때, 인디 음악이나 다양성 영화 등 소위 비주류 문화, 서브컬처를 즐기는 사람들이 편애하는 스타일 아이콘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제가 이 문구를 좋아했던 건 이 네 글자가 제가 좋아하는 두 단어의 조합이었기 때문이었지요. 또한 그 결속이 이루어내는 인상이 묘했습니다. 어쩐지 자꾸만 연상을 일으키는 단어나 구절과 조우할 때 가슴 뛰는 느낌을 받곤 하는데 '인디 달링'이 꼭 그랬던 것이죠. 인디 달링이 실제로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 구절을 저 혼자만의 방식으로 좋아했으며 이 역시 인디 달링이란 말이 ‘독립적인 애정의 대상’임을 증명하는 것이었습니다.

더 나아가, 제가 줄리아 하트를 통해 추구하고 있는 음악 그 자체가 저에게 인디 달링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긴 시간에 걸쳐서 무언가를 하고 있는 모습이 누군가를 찾고 있는 모습과 매우 닮아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줄리아 하트 자체가 인디 달링을 찾는 과정이었고 지금 만들고 있는 음반은 특히 더 그랬습니다. [인디 달링을 찾아서]. 모니터에 써 놓고 보니 이 이상 이 앨범의 타이틀에 어울리는 게 있을까 싶었습니다. 모두가 좋아할 거란 기대도 욕심은 없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겐 대체할 수 없는 사랑스러움. 그 정겨움의 추구가 이번 앨범에 담겨 있다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저 뿐 아니라, 더 이상 취미나 여가로 음악에 접근하기 힘든 나이가 된 멤버들이 여전히 (자기가 생각하기에) 좋은 무언가를 만들려고 귀중한 시간과 공을 들여 함께 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이들도 분명히 무언가를 찾고 있구나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음반에는 저희가 음반을 만드는 과정 등을 담은 메이킹 필름(감독 하지혜)의 DVD가 포함되어있습니다. 여전히 실음반을 찾아주는 분들에 대한 고마움을 담은 것입니다. 유난스러운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전까지의 줄리아 하트의 음반이 '포착한 무언가'에 대한 음반이었다면 이번 음반은 찾고 있는 과정을 담은 음반이니 메이킹 필름이 포함되어 있어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들어주시는 여러분들이 이 모든 과정에 동참해달라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음반을 틀어놓고 어느 순간에 '아 이런 건 나쁘지 않네' 라고 느껴주신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기쁜 일이라 생각합니다.

앨범 전체 앱에서 듣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