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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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tboy Slim Presents Bem Brasil
- Fatboy Slim
- 앨범 평점 5/ 4명
- 발매일 : 2014.01.01
- 발매사 : Universal Music Group
- 기획사 : Decca (UMO)
'Fatboy Slim ' [Fatboy Slim Presents Bem Brasil]
대규모 스포츠 행사들이 유독 많은 2014년이지만 가장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모으는 축제는 분명히 피파 월드컵(FIFA World Cup)일 것이다. 올해로 20회가 되는 월드컵은 1950년에 이어 두 번째로 브라질에서 개최되며 전세계인들에게 화끈한 축구 열기를 전해줄 것이 분명하다. 또한 워낙 많은 국가들이 참여하는 엄청난 규모의 스포츠 이벤트이기 때문에 쇼 비즈니스에서 그에 관련된 다양한 파생 상품들을 접하는 즐거움도 쏠쏠한데,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팻보이 슬림(Fatboy Slim)이 동참하여 그 열기를 더욱 뜨겁게 만들고 있다.
영국 출신의 초특급 DJ로 우리에게는 '팻보이 슬림' 이라는 스테이지 네임으로 더 유명한 노만 쿡(Norman Cook)은 ‘80년대부터 여러 밴드들의 멤버로 활약하다 1996년에 [Better Living Through Chemistry]를 발표하며 당당하게 메인스트림으로 진입한 인물이다. 이 앨범을 시작으로 팻보이 슬림으로 활동한 그는 1998년 두 번째 작품 [You’ve Come A Long Way, Baby]를 성공시키며 빅 비트(Big Beat)를 하나의 장르로 인정받게 만들었고, 상대적으로 댄스 음악이 주목 받지 못했던 국내에서도 ‘Praise You’ 등의 수록곡들이 큰 인기를 누렸다.
이후 2000년의 [Halfway Between The Guitar And The Stars], 2004년의 [Palookaville] 그리고 데이비드 번(David Byrne)과 함께 작업한 2010년의 컨셉트 앨범 [Here Lies Love]를 제외하고는 앨범 단위의 활동을 크게 하지 않았던 팻보이 슬림의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한 소식이 전해졌으니 바로 브라질 월드컵과 맞물려 발표되는 [Fatboy Slim Presents Bem Brasil]이다.
[Bem Brasil] 이라는 앨범이 매우 브라질다운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 타이틀임을 감안할 때 팻보이 슬림이 직접 모은 기존 곡들의 리믹스와 새로운 레코딩들이 담긴 이 작품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는 쉽게 짐작이 가능하다. “브라질 음악, 파티 그리고 축구에 대한 내 애정을 감안할 때, 올해 열리는 월드컵에 맞춰 이 여름에 어울리는 사운드트랙을 발표함으로써 이 애정을 함께 나누고 싶어하는 것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닙니다.
물론 브라질 음악을 바탕으로 해서 말이죠”라는 그의 말처럼 팻보이 슬림은 이미 월드컵 비공식 홍보대사나 다름 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사실 철이 철인지라 앨범의 순수성(?)을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일단 영국인으로서 축구에 대한 그의 애정은 익히 알려져 있다. 2
002년에 한국과 일본에서 공연을 가졌던 것도 월드컵을 기념하기 위함이었고,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도 기념 공연을 갖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브라질에 대한 그의 각별한 마음 역시 유명한데, 팻보이 슬림은 2008년에는 [Incredible Adventures In Brazil]이라는 DVD를 발표하기도 했고 리오에서 대규모의 무료 공연을 종종 진행하는 것으로 이 나라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그러니 [Bem Brasil]은 축구와 브라질을 사랑하는 아티스트가 발표하기에 딱 적합한 앨범이 아니겠는가?
[Bem Brasil]은 브라질의 낮과 밤을 너무도 잘 아는 그이기에 각각의 컨셉트에 맞춰서 선별된 두 장의 CD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테마는 ‘Para Noite’, 즉 ‘밤’을 주제로 하여 화려한 파티가 끝없이 이어지는 브라질의 나이트 타임을 구현해내고 있다. 신나는 카니발과 늦은 밤까지 계속되는 해변의 파티들에서 환영 받을 것이 분명한 거친 비트와 대담한 사운드는 브라질의 정열적인 밤을 떠올리게 만들 것이다. 반면에 두 번째 테마는 "Para Dia" 로 낮을 주제로 하고 있다. 전
체적으로 첫 번째 테마에 비해 비트는 약해졌지만 멜로디는 훨씬 정교해졌고, 덕분에 좀 더 상큼하고 편안한 느낌으로 브라질의 따뜻한 햇살과 같은 사운드를 경험할 수 있게 한다. 흥겨운 라틴 비트에 모던한 EDM적인 요소가 섞여 있는 "Samba Do Mundo" 를 시작으로 50분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팻보이 슬림' 은 Para Noite라는 테마가 어떤 것인지 최상 퀄리티의 리믹스를 통해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전체적으로 화려한 리듬이 주를 이르는 가운데 호르헤 벤 호르(Jorge Ben Jor)의 "Taj Mahal" 리믹스는 초반부터 기선 제압을 제대로 해내는 트랙이다.
브라질 대중 음악의 역사와 같은 아티스트의 시그니처 송에 새 숨결을 불어넣은 이는 다름 아닌 브라질의 DJ 겸 프로듀서 펠구크(Felguk). 어깨를 절로 들썩이게 만드는 농밀한 비트가 남미의 뜨거운 정서를 보여주는 이 곡은 개별 곡으로서 만듦새도 훌륭하지만 팻보이 슬림이 브라질 아티스트들과의 협연을 이끌어내며 단순히 ‘한철 장사’를 위해 [Bem Brasil]을 만든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갖는다.
또한 브라질 음악을 언급할 때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인 세르지오 멘데스(Sergio Mendes)는 이미 수없이 재생산 되어온 ‘Magalenha’를 선사하며 지상 최대의 스포츠 이벤트를 기꺼이 축하해주고 있다. 이 곡은 전세계에 덥스텝 열풍을 몰고 왔던 주인공 DJ 프레시(DJ Fresh)가 리믹스를 맡았는데, 열정의 삼바 리듬에 얹혀진 풍성한 비트는 이전에 들어본 어떤 리믹스보다 훌륭한 그루브를 선사하고 있다.
한편 [Bem Brasil]의 첫 싱글 격으로 공개되어 전세계 클러버들로부터 격한 환영을 받았던 ‘Eparrei’는 템포는 다소 느리지만 끈적한 라틴 퍼커션이 이어지며 맘보와 뭄바톤의 매력을 아낌없이 발산해내는 곡이다. 팻보이 슬림에 디플로(Diplo)라는 거물이 함께하며 이름값을 톡톡히 해내는 ‘Eparrei’는 브라질의 일렉트로팝 밴드 본데 도 롤레(Bonde Do Role)가 보컬로 참여하며 브라질리안 펑크의 정통한 맛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는 곡이기도 하다.
또한 조이 네그로(Joey Negro)가 이끌어낸 아이르투 모레이라(Airto Moreira)의 클래식 "Celebration Suite" 의 변신 역시 귀를 번쩍 트이게 할 것이 분명하다. ‘Para Noite’의 후반에 들리는 익숙한 멜로디가 있다면 바로 ‘Everybody Loves A Carnival’일 것이다. 이 곡의 복잡한 출신 성분은 1970년에 에드윈 스타(Edwin Starr)가 발표한 "Everybody Needs Love"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이 곡을 샘플로 삼아 팻보이 슬림은 그의 데뷔 앨범의 첫 싱글로 커트된 "Everybody Needs A 303"을 만들게 되고(303은 당연히 롤랜드의 베이스 신스를 말하는 것이다), 이 곡을 리믹스하여 만들어진 노래가 바로 ‘Everybody Loves A Carnival’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샘플링 곡이나 원곡보다 훨씬 더 유명한 노래가 되어버린 ‘Everybody Loves A Carnival’은 EDM 열풍으로 하우스나 댄스 음악에 대해 훨씬 예민한 귀를 갖게 된 지금 들어도 전혀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세련된 곡이다.
브라질이여, 두 손을 번쩍 들라!고 시작부터 열정적인 선동에 나서는 ‘Put Your Hands Up For Brasil’은 2006년에 영국 차트 정상에 올랐던 페데 르 그랑(Fedde le Grand)의 ‘Put Your Hands Up 4 Detroit’를 살짝 개사해 만든 곡이다. 팻보이 슬림의 프로덕션이 크게 들어가지 않아 의아한 마음이 들긴 하지만, 발표한지 10년이 다 되어가는 곡에게 숨을 불어넣어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브라질의 밤을 책임지기에는 충분한 트랙이라고 하겠다.
Para Dia 테마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화끈하기보다는 따스하고 정겹다는 표현이 더 적절한 트랙들로 채워져 있다. 오스트리아의 일렉트로닉 듀오 토스카(Tosca)가 2013년에 발표한 ‘Stuttgart’를 존 디그위드(John Digweed)와 닉 뮤어(Nick Muir)가 리믹스한 버전은 원곡의 트립 합 사운드를 그대로 살리면서 두터운 겹의 비트를 배치하여 육중하면서도 스모키한 매력을 전해주고 있다.
사실 2000년 초반 경력의 피크를 찍었다는 평을 듣는 존 디그위드이지만 이 곡을 통해 보여지는 섬세한 감각을 보면 팻보이 슬림의 보는 눈이 틀릴 리가 없다는 믿음을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 그리고 ‘Para Dia’에도 팻보이 슬림의 명곡들 중 하나인 2000년의 ‘Weapon Of Choice’가 새로운 편곡으로 수록되어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만 하다.
삼바 레게 사운드를 근사하게 구현해내는 것으로 이름 높은 프라질의 밴드 올로덤(Olodum)이 참여하여 타악기가 줄 수 있는 라틴 음악의 태생적은 흥겨움을 선보이고 있는 ‘Weapon Of Choice (Versao Salvador)’는 [Bem Brasil] 프로젝트가 무게감을 갖게 하는데 큰 역할을 해내는 트랙이다. 한편 브라질의 문화부 장관을 지냈을 뿐 아니라 칠순이 넘은 나이에도 현역 가수로서의 기세가 전혀 꺾이지 않은 질베르투 질(Gilberto Gil)은 ‘Maracatu Atomico’와 ‘Toda Menina Baiana’ 등 두 곡을 선사하며 대부다운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여유와 풍미가 있는 그의 보컬에 살짝 타이트한 프로덕션이 더해지며 즐거운 긴장감이 느껴지는 리믹스들은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었던 ‘Para Dia’의 중반을 단단하게 잡아준다. 또한 칼 콕스(Carl Cox)의 호쾌한 비트가 돋보이는 ‘Nunca Vai Parar (Carl Cox’s Keepee Uppee Mix)’나 퍼커션의 주도적인 사용이 거친 보컬과 어우러지며 급격한 감정의 상승을 이끌어내는 ‘Samba Creola’는 [Bem Brasil]이 품고 있는 이상과 가장 잘 어울리는 곡들이라 할 수 있다.
두 시간에 가까운 음악의 여정은 브라질의 영화음악 작곡자 안드레 아부잠라(Andre Abujamra)의 [Mafaro] 앨범에 수록되었던 "Origem" 으로 끝이 나게 되는데, 클라우드 본스트로크(Claude VonSTroke)의 리믹스로 삽입된 퍼커션과 브라스 사운드가 곡의 풍취를 얼마나 극대화하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팻보이 슬림의 오리지널 작품을 기대했던 팬들이라면 다소 아쉬울 수도 있겠지만 그의 취향이 100% 발휘되어 완성된 [Fatboy Slim Presents Bem Brasil]은 월드컵이라는 이벤트와 맞물려 더없이 좋은 선물이 되어줄 것이 분명하다. 댄스 음악을 양지로 이끌며 이 장르가 춤을 위한 음악에서 듣는 음악으로서 진화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해낸 이답게 [Bem Brasil]은 머리와 가슴 모두를 만족시키는 훌륭한 작품집으로 완성되었다.
브라질의 대표 아티스트들을 고루 섭외하며 음악적인 정통성까지 획득하였고, 이제 즐거운 마음으로 황홀하고 농염한 브라질의 리듬과 비트를 즐기는 일만 남아있는 셈이다. 팻보이 슬림의 마법 같은 감각으로 만들어진 완성도 높은 댄스 음악을 접하니 왠지 그가 월드컵의 ‘비공식 홍보대사’ 이상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 같다는 확신이 든다. 글: 장민경(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