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while(1<2)
deadmau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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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앨범 평점 4.5/ 93명
  • 발매일 : 2014.01.01
  • 발매사 : Universal Music Group
  • 기획사 : Virgin Records Ltd

데드마우스(Deadmau5) [While(1<2)]

데드마우스(Deadmau5)의 통산 일곱 번째 정규 앨범이 드디어 공개됐다. 이번 신보는 씬의 리더인 데드마우스가 EDM의 산업적 정점 와중에 발표하는 것이라 평소보다 더 큰 기대를 모았다. 지금껏 선공개된 4개의 싱글 모두가 매번 인터넷 상에서 화제를 일으켰다. 일단 눈에 띄는 변화는 더블 앨범이란 것이다. 데드마우스가 2장 단위의 정규 앨범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늘 자신의 전작들이 일관성 없는 컴필레이션이라며 불만을 토로해왔다. 투어 중에 만든 습작들을 연결하느라 바빠 명확한 컨셉과 구상을 담아내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더블 앨범 구성은 여유를 두고 짜낸 야심찬 컨셉과 이것을 담아낼 더 넓은 캔버스로 보인다. 그는 자신의 [Coffee Run] 시리즈 에릭 프리즈(Eric Prydz) 편에서 '이번 앨범은 내가 '앨범'이라고 부를 수 있을만한 첫 번째 앨범이다. 앨범답게 트랙을 구성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 총 25곡의 넓은 캔버스는 어떤 음악들로 채워졌을까? 일단 '데드마우스' 하면 떠오르는 고유의 서정적 프로그레시브 하우스들이 들린다. 그를 대중적인 하드 일렉트로 하우스로만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그는 오래 전부터 장대한 프로그레시브 계열의 전문가였다. 데드마우스가 처음 유명해진 계기도 카스케이드(Kaskade)와의 프로그레시브 합작 "I Remember"의 히트였다. 새 앨범엔 이와 같은 천천히 조여드는 길고 서정적인 곡들이 많다. 첫 싱글인 "Avaritia"가 대표적이다. 강한 킥 드럼이 아닌 영화음악 전주 같은 차분한 신시사이저 인트로로 시작한다. "Infra Turbo Pigcart Racer", "Phantoms Can't Hang", "Mercedes" 모두 9분이 넘는 일렉트로닉 서사시다. 강한 에너지를 분출하더라도 긴 호흡의 기승전결 안에서 구현된다.

그의 디스코그래피 중 가장 덜 알려진 1집 [Get Scrapped]의 색깔도 감지된다. 그는 한 때 트립 합, IDM, 미니멀 테크노, 트랜스 등 다양한 장르들을 한 데에 아울렀다. 이번 앨범은 한 동안 잊혔던 그 시절의 실험적 기운을 되살리고 있다. "Somewhere Up Here"는 록 기타 사운드에 리얼 드럼으로 트립 합 느낌을 자아낸 곡이다. "Gula"는 실험적인 브레이크비트 위에 클래식 피아노 연주가 얹어진다. "Acedia", "Invidia", "Ira"처럼 피아노 솔로만 등장하는 소품들도 있다. "Rlyehs Lament", "A Moment To Myself"는 IDM(Intelligence Dance Music) 성향이다. 오리지널 곡이 아닌 리믹스 곡들도 수록됐다. "Ice Age"는 트렌트 레즈너(Trent Reznor)가 그의 아내와 만든 그룹 하우 투 디스트로이 앤젤스(How To Destroy Angels)의 곡의 리믹스다. "Survivalism"도 나인 인치 네일스(Nine Inch Nails)가 원곡이다.

요약하면, 고전적인 프로그레시브와 비주류 일렉트로닉 장르의 조화다. 둘 모두 최근의 EDM 팬들이 데드마우스에게 기대하지 않을 법한 요소란 점에서 '탈 EDM' 앨범으로 볼 수도 있다. EDM의 대표주자가 EDM 벗어나려 한다니 무슨 얘기냐고 반문할 사람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 때의 'EDM'은 조금 다른 의미다. 'EDM'은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 전반을 가리키는 용어로도 쓰이지만, 씬 내부에선 비판적 의미를 담아 최근 유행하는 드랍 위주의 빅 룸 프로그레시브 하우스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 장르는 폭발적인 에너지와 대중성으로 전자음악이 낯선 사람들까지 클럽을 가게 만들었지만, 최근 그 스타일이 획일화되며 커다란 내부 반발을 사고 있다.

그간 데드마우스의 행보는 'EDM 때리기'나 다름이 없었다. 인터뷰 때마다 신랄한 비판을 쏟아내 'EDM 독설가'로 통할 정도였다. 그가 2014 UMF 마이애미 무대에서 마틴 개릭스(Martin Garrix)의 "Animals"를 패러디한 것도 단지 마틴 개릭스를 평가절하해서가 아니라 씬 전체에 대한 비판을 가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앨범 발표 직전 참가한 '캐나다 뮤직 위크'에서도 최근의 빅 룸 하우스 경향과 디제이들의 변신에 대해 비판을 쏟아냈다. 이 발언은 이번 앨범의 지향과도 연관이 깊다. '나는 빅 룸 사운드에 대한 나만의 해석을 내놓고 싶었다. 또한 이것을 이모겐 힙(Imogen Heap)도 고개를 까딱거리며 들을 수 있을 정도의 것으로 바꿔놓고 싶었다. 하지만 ‘그래, 컨트리 밴드와 작업해야겠어’ 식의 변화는 추구하지 않았다. 내가 전혀 모르고 익숙하지도 않은 것들은 하고 싶지 않다.'

천편일률적인 빅 룸 하우스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그렇다고 컨트리나 팝으로 돌아서는 최근의 뻔한 대안은 따르지 않고 싶다는 의도로 읽힌다. 일렉트로닉 음악 내에서 익숙한 것과 낯선 것의 조화를 통해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얘기다. 그는 NME를 통해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내가 하고 싶은 것과 사람들이 듣고 싶은 것 혹은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이 잘 조화된 앨범이다. 균형을 잡고자 했다. '오, 완전히 달라졌는데? 데드마우스가 스무스 재즈를 하네!' 이런 식의 앨범은 만들지 않았다.'

[while(1<2)]은 하드웰(Hardwell) 같은 거대한 드랍이 없는 앨범이다. 아비치(Avicii)나 티에스토(Tiesto) 같은 3-4분 대의 빌보드 지향 팝-EDM도 없다. 싱글의 시대에 더블 앨범을 시도했으며, 빠른 폭발을 원하는 시대에 느릿한 빌드업으로 승부했다. 그는 신인에서부터 거장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EDM을 향해 달려가는 와중에도 단호하게 현재의 트렌드와 거리를 두고 있다. 그의 독설은 그저 말로만 그치지 않는다. 프로듀싱으로까지 이어져 확실한 완성도와 차별화로 여타의 음악들을 압박한다. 그가 쥐 모양 헬멧을 쓴 것은 부족한 음악성을 화제성으로 메우기 위함이 아니다. 항상 최고의 음악을 들려줘온 데드마우스는 이번에도 조금의 실망도 주지 않는다. 데드마우스의 본명은 조엘 짐머만(Joel Zimmerman)이다. 정상급 디제이들이 대부분 유럽 출신인 것과 달리 데드마우스는 캐나다 출신이다. 그는 어렸을 때 선물로 받은 신시사이저를 통해 처음으로 일렉트로닉 음악에 빠져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의 이름 '죽은 쥐'는 실제 경험에서 착안한 것이다. 그의 아버지에 따르면 어느 날 타는 남새와 함께 컴퓨터가 꺼져 확인해보니 본체 안에 쥐 한 마리가 죽어 있었다고 한다. 이후부터 짐머만의 별명은 '데드 마우스 가이'가 됐다. 그는 LED가 박힌 쥐 가면을 쓰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롤링 스톤'과의 인터뷰에서 'Mystery Mouse Guy'가 되는 것이 재밌을 것 같아서 가면을 쓰기 시작했으며 이것은 다프트 펑크(Daft Punk)의 영향이라고 밝혔다. 이후로 이 캐릭터는 무대 위에서는 물론 앨범 표지에도 일관적으로 등장한다. 그는 비교적 최근의 스타지만 알고 보면 1990년대부터 음악을 만들어 온 오랜 베테랑이다. 첫 정규 앨범 [Get Scrapped]가 나온 것도 2005년이다. 여기엔 트랜스, IDM, 트립 합 등 지금과는 사뭇 다른 다양한 장르의 곡이 수록됐다. 2007년에 독자적 레이블 마우스트랩(Mau5trap)을 설립하고 주류급 레이블인 울트라(Ultra), 미니스트리 오브 사운드(Ministry Of Sound)를 통해 발표한 3집 [Random Album Title]으로 지금의 성공 발판이 마련됐다. 특히 카스케이드와 합작한 프로그레시브 'I Remember'와 'Move For Me'가 좋은 반응을 얻었다.

2008년에 '디제이 매거진 Top 100 DJs' 투표에서 11위에 오를 정도로 높아진 그의 인기는 2009년에 4집 [For The Lack Of A Better Name]이 나오면서 더욱 치솟았다. 펜듈럼(Pendulum)의 롭 스와이어(Rob Swire)가 보컬을 맡은 'Ghosts 'N' Stuff'가 전 세계적으로 커다란 인기를 얻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앨범 속에서 본격화된 데드마우스 특유의 두껍고 왜곡된 베이스 소리는 당시 불기 시작하던 일렉트로 하우스 열풍을 더 거세게 만들었다. 이런 인기는 5집의 "Animal Rights", 6집의 "Professional Griefers"를 거치며 정점에 다다랐다. 그는 이제 록을 압도하는 새로운 음악 트렌드 'EDM'의 대표자로 음악계의 중심에 섰다. 2012년엔 록 잡지 '롤링 스톤'의 표지를 장식하기도 했다.

그는 독설로 유명하다. 노엘 갤러거의 일렉트로닉 음악 버전이라고 불릴 정도로 거침없이 직설적이고 신랄하다. 특히 그의 비판은 비슷한 음악을 하는 동료들을 향할 때가 많아 늘 화제와 논란을 부른다. 가장 유명한 에피소드는 디제이들 전체를 'Button Pusher'라고 부른 사건이다. 디제이들의 공연은 완성된 음악을 그저 재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론 모두 '버튼을 누르는' 작업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는 디제이들 사이에 엄청난 반발을 부르며 EDM 역사상 가장 유명한 논란이 됐다. 비교적 최근에 벌어진 마틴 개릭스 사건도 유명하다. 평소 마틴 개릭스를 평가절하해온 데드마우스는 2014 UMF 마이애미 공연에서 그의 "Animals"를 동요 "Old McDonald Had A Farm"과 이어 붙여 곡 자체를 조롱거리로 만들었다. 이 퍼포먼스는 SNS 상에서 어마어마한 반응을 불러 역시나 EDM 역사상 가장 유명한 트롤링(장난)으로 남았다.

[while(1<2)]는 통산 7번째 정규 앨범이다. 더블 앨범으로 발표되는 이번 신작은 트립 합, 노이지한 브레이크비트, 영화음악 풍의 앰비언트 소품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구성과 진행도 컨셉 앨범 경향을 띤다. 페스티벌 뱅어와 팝 히트용으로 제작되는 최근의 EDM 트렌드에 정면으로 반하는 앨범이란 점에서 지금까지 내뱉은 독설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이 아닌 일렉트로닉 ‘리스닝’ 음악이란 말도 나올 법하다. 데드마우스는 실제로 이런 말을 하기도 했다. '내 음악을 처음 듣는 사람이라면 이 앨범이 단지 '댄스' 음악이 아니라는 사실에 놀라게 될 것이다.'

음악평론가 이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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