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Project21AND 2nd Album 2014
Project21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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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앨범 평점 5/ 2명
  • 발매일 : 2014.07.15
  • 발매사 : 사운드펍
  • 기획사 : project21AND

[project21AND the 2nd Album]

100여 년 전, 아방가르드 음악을 사랑하던 사회학자 테오도르 W. 아도르노(Theodor W. Adorno)는 매우 우려하는 목소리로 '음악의 단순화와 표준화'는 결국 사람들의 비판적 의 식과 감각을 퇴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한 적이 있다. 공격의 대상은 음악의 산업화였다. 아도르노의 주장은 찬반이 엇갈리면서 음악계에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주었다. 그런데 그 논란의 진위를 가릴 겨를도 없이 세월은 흘러, 우리는 디지털시대를 맞이하게 되었고 한 때 아방가르드 음악의 대척점으로 여겨졌던 음악 산업은 '죽음'을 목전에 두 고 있다. 2007년 영국의 선데이 타임지(Sunday Times)는 '음악 산업이 죽은 날'이라는 칼럼을 실으며 산업구조의 해체를 알렸다. 그렇다면, 거대한 산업복합체가 주도하던 음악 의 절대적 권력 구조가 붕괴되려는 지금이 아방가르드의 부활 시점인 것인가?

키워드는 음악의 '분산화'다. 소수의 거대 산업체가 누렸던 주도권이 이제 조각조각 분산 되었고 틀에 박힌 음악에 집중되었던 흐름은 여러 갈래로 흩어지고 있다. 우리들은 인터넷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나만의 음악을 찾아 헤맨다. 때로는 편안하고 익숙한 음악, 때로는 새롭고 도전적인 음악을 발견한다. 오랜만에 찾은 개인성의 자유로운 발현이다. 나 는 '나'이기 위해, 그리고 '나'를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음악들을 찾는다. 여건은 더욱 좋아졌다. 예전에는 가게에 가서 음반 형식으로 출시된 음악을 구입해야 했던 것에 반해, 이제는mp3파일로전환된음원을저렴하게다운로드받을수있다. 음악을 맘껏 고를 수 있고, 누릴 수 있고, 깨트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제, project21AND는 음악의 '깨트림'이라는 새로운 동력(New Drive)을 가동하려 한 다. 2014년 project21AND는 예술가의 새로운 돌진을 희망하며 AND를 'Artists New Drive'라로 정의 내리려 한다. 2013년에 창립하여 두 번째로 개최하는 이번 5월 콘서트 에는 우연찮게도 작곡가 송향숙의 [l`eau brisee(깨져버린), 2014]이라는 작품이 포함 되어있어 그의 미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다. 새로움은 곧 깨트림이기 때문이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도 역시 5월 콘서트에 앞서 겨울내내 리허설과 음반작업을 했고, 디지털 음원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유튜브를 통해서 작곡가의 생각과 음악을 공유하려 한 다.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그리고 분산된 음악체험을 만들어 보고자 한다.

요즘 언론, 특히 정치면에 자주 등장하는 말이 있다.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다. 사실, 예술의 본질을 논하면서 니체(Friedrich Nietzsche, 1844-1900)가 언급했던 문구 다. 인생의 비극적인 실존을 역설하며 오로지 예술만이 이 실존을 파괴 할 수 있으며 이 파괴를 통하여 의미 있는 삶을 쟁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창조적 파괴다. 예술가가 가져야 하는 본원적인 역할이기도 하다. '음악'의 탄생을 돌이켜 보자면 혁명 그 자체의 순간이었다. 환경의 소리와 생존의 소리를 조합하여 상상할 수도 없었던 새로운 소리를 탄생시켰으니까 말이다. 예술로서의 음악은 그 본질적인 창조성을 잊어서도, 잃어서도 안될 것이다.

5월 콘서트에는 다섯 작곡가의 아홉 작품이 연주된다. 새로운 음향을 향한 실험적인 악기조합이 흥미롭다. 김승림의 "정악(靜樂)"에서는 국악기 거문고가 바이올린, 타악기와 함께 등장하는가 하면, 송향숙의 "뜰안의 오래된 향기"에서는 흔히 접할 수 없는 국악기 생황이 한 편에서는 오보에, 바순, 호른과 어울려서, 다른 한 편에서는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와 함께 음악을 만들어낸다. 최정훈의 "resonanz i for Marimba solo"와 "resonanz iii for Drumset solo"는 타악기 솔로 작품이라는 점이 사뭇 기대감을 자아 내고, 김정훈은 "ferner rAND"에서 피아노와 전자음향의 새로운 조합을 선보인다. 마지막으로, 문성준은 "leggiero, con moto i"와 "leggiero, con moto iii"에서 오히려 고전적인 편성과 주법으로 돌아갔다. 깨짐의 변증법을 적용시켰다. 깨트린 것을 다시 깨트린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열병과도 같은 창조와 파괴의 징후(symptom)를 경험해 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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