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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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wallow The Sun
- Dengue Fever
- 앨범 평점 4.5/ 25명
- 발매일 : 2014.10.29
- 발매사 : (주)오감엔터테인먼트
- 기획사 : 비트볼뮤직
Holiday in Cambodia 동남아시아 팝스 Meets 캘리포니안 서프 뮤직! 시대와 국적을 초월한 변방의 그루브로 세상을 점령해나간 '뎅기 피버(Dengue Fever)' 의 캄보디아 發 초특급 바이러스 [Swallow The Sun]
1. 중국과 동남아를 중심으로 출몰하는 고열을 동반한 급성질환 '뎅기열'은 주로 모기를 매개로 걸리는 질병이다. 이를 검색해보면 아마도 연예인 신정환이 계속 나올 텐데 알려진 대로 가수 신정환 씨는 뎅기열 때문에 입국을 못하고 있다며 병원 입원 사진까지 찍은 것이 거짓임이 발각되면서 돌이킬 수 없는 국면으로 치닫게 된다. 올해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뎅기열 경보가 발령 나기도 했는데 모 언론에서는 신정환의 뎅기열, 브라질월드컵을 위협한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을 정도였다. 그러니까 뎅기열은 이렇게 한 사람의 연예경력마저 살해시켜버릴 만큼 강력한 것이었다. 2014년 현재, 아직 실용화되고 있는 예방 백신조차 없는 상태다.
2. 현재 국내에 런칭하여 비교적 선전해내고 있는 라이브 코미디 쇼 SNL에서는 한 소재가 인기를 끌면 후에 연작으로 이를 이어나가곤 했다. 인기 비디오 게임 [GTA]를 여러 가지 상황에 대입시킨 'SNL 게임즈'라는 코너 또한 인기를 얻게 되면서 꾸준히 재생산됐다. 이 코너에서 게임이 시작될 무렵에는 항상 이상한 뽕짝 같은 노래가 배경으로 깔렸다. 이 코너를 봤던 사람들이라면 흥겨운 음악에 자기도 모르게 어깨가 덩실덩실 흔들렸을 수도 있겠는데 바로 이 노래는 ‘뎅기열’을 밴드 명으로 사용하고 있는 뎅기 피버(Dengue Fever)의 'Integratron'이라는 곡이었다. 몇몇은 이를 한국 곡으로 착각하기도 했는데 그럭저럭 한국적인 정서와 미묘하게 맞닿아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이 곡은 미국 외화시리즈 [CSI: 라스베가스(CSI: Las Vegas)]에도 삽입됐던 바 있다. 후에 뎅기 피버가 직접 자신들의 공식 페이스북에 SNL의 동영상을 링크하면서 이렇게 글을 끝맺었다. "아마도 우리가 곧 한국을 방문해야 하지 않을까요?
뎅기 피버는 레드 제플린(Led Zeppelin)과 블론디(Blondie) 사이의 교차점에 위치해있다. - 킹크스(The Kinks)의 레이 데이비스(Ray Davies)가 보내온 추천사 중
'Dengue Fever' 는 LA에 거주하는 에단 홀츠만(Ethan Holtzman)과 잭 홀츠만(Zac Holtzman) 형제는 캄보디아 여행을 갔다 온 이후 큰 영감을 얻어 돌아온다. 그리고는 다짜고짜 보컬을 찾기 시작하는데 결국 롱 비치에 있는 한 나이트클럽에서 노래 부르는 캄보디아 출신 디바 츠홈 니몰(Chhom Nimol)을 발견해낸다. 그녀는 이미 리틀 프놈 펜에서는 널리 알려진 가라오케 가수였고 마침 미국으로의 이주를 결정하고 고국에 있는 가족에게 보낼 돈 또한 필요했던 시기였기 때문에 밴드에 가입하기로 한다. 그렇게 뎅기 피버는 2001년도에 결성됐다.
'뎅기 피버' 의 음악은 적당히 뜨거웠고 따라서 그럭저럭 괜찮은 네이밍이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파워풀한 가성과 이국적인 보컬라인을 지닌 츠홈 니몰의 개성 있는 목소리와 외모에 쉽게 눈길이 가지만 사운드의 중심에는 열혈 캄보디아 록 팬인 홀츠만 형제가 위치해 있었다. 이 형제들은 뎅기 피버 결성 직전 각자 밴드를 하고 있었고, 베이시스트로 합류하는 세논 윌리암스(Senon Williams)의 경우 레이더 브라더스(Radar Bros.)의 멤버이기도 했다. 츠홈 니몰이 캄보디아 출신이기는 했지만 엄밀히 따지면 밴드의 사운드는 미국 현지의 시점으로 해석된 캄보디안 록의 형태로써 완성되어 있었다. 이것은 밴드의 장점이 될 수도, 혹은 트집 잡힐만한 꺼리가 될 수도 있는 부분이었다. 때문에 일부 리뷰를 보면 이들의 음악이 기존 동남아 대중음악 팬들보다는 미국에서 본 동남아시아라는 관점으로 감상해야 더욱 흥미로울 것이라는 언급 또한 있었다.
그다지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과거 캄보디아는 동남아시아 굴지의 록 대국이었다. 하지만 1970년 초 무렵부터 급진적인 좌익 무장단체 크메르 루주에 의해 정치가 불안정해지면서 록과 같은 오락문화의 발전이 전면 차단된다. 악명 높은 폴 포트(Pol Pot) 정권은 사악한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인 록을 경멸했고 당시 활동하던 뮤지션들은 은신하거나 숙청되면서 결국 캄보디아 록 황금기는 강제로 마감됐다. 얼추 비슷한 시기 유신정권의 긴급조치로 인해 검열 아래 노래 부르고 레코딩했던 한국의 상황과 이상하게 데자뷔 된다.
만일 당신이 캄보디아에서 온 미녀가 라스푸친(Rasputin), 배리 화이트(Barry White), 앨런 긴스버그(Allen Ginsberg), 마이클 허친스(Michael Hutchence), 그리고 브라이언 윌슨(Brian Wilson)과 한 무대에 올라와 있는 밴드를 상상한다면 뎅기 피버라는 훌륭한 발상의 그룹을 만나게 될 것이다. - LA 타임스
[Dengue Fever] (2003) 2003년, 드디어 뎅기 피버는 캄보디아의 크메르어로 이루어진 셀프 타이틀 정규작을 발표한다. 앨범에 수록된 대부분의 곡은 60년대 캄보디안 록 커버 레퍼토리로 이루어져 있었다. 앨범 수록곡 중 에티오피아 재즈 뮤지션 물라투 아스타케(Mulatu Astatke)의 연주곡을 커버한 "Ethanopium" 경우에는 짐 자무쉬(Jim Jarmusch)의 영화 [브로큰 플라워(Broken Flowers)]에도 삽입되기도 했다.
맷 딜런(Matt Dillon)이 감독, 주연한 2002년도 영화 [시티 오브 고스트(City of Ghosts)]의 경우 태국과 캄보디아를 오가는 영화의 설정으로 인해 사운드트랙에도 현지 뮤지션 들이 더러 삽입되어 있었는데 사운드트랙 첫 곡이 바로 뎅기 피버가 크메르 어로 번안해 부른 조니 미첼(Joni Mitchell)의 'Both Sides Now'였다.
"Lost In Laos" 같은 곡에서 땡땡거리는 기타는 확실히 펜더(Fender) 재즈마스터 소리였다. 재즈마스터 톤은 캘리포니아 산 서프 뮤직과 캄보디아의 사이의 어떤 교두보와도 같은 소리를 만들어내기에 최적화된 기타인 듯싶다. 참고로 뎅기 피버의 기타리스트 잭 홀츠만은 현재 마스토동(Mastodong)이라는 더블넥 기타를 커스텀 제작해 사용하고 있는데 위쪽 넥은 재즈마스터이고 아래쪽 넥은 '차페이 동 벵'이라는 캄보디아 전통 현악기로 이루어져 있다. 이 마스토동이라는 악기 자체가 미국과 캄보디아가 혼합된 뎅기 피버라는 밴드 자체의 아이덴티티를 설명해주는 악기라 말할 수 있었다.
이글스(Eagles)의 'Hotel California'스러운 기타솔로가 나오는 'New Year's Eve'에서도 재즈마스터의 칼칼한 톤 같은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좀 다른 얘기지만 재즈마스터는 확실히 트롯트나 뽕짝에 가장 최적화된 기타가 아닌가 싶은데, 나 역시 오기택 선생이 불렀던 트롯트 곡 '영등포의 밤'의 커버버전을 녹음할 때 재즈마스터를 사용했다.
이 데뷔작의 거의 4분의 1은 캄보디아 록 황금기의 디바 로스 세레이 소티아(Ros Serey Sothea)의 곡들을 커버한 것이었다. 모드 풍 로큰롤처럼 질주하는 'Pow Pow'의 경우 기타 리프가 무척 훌륭하고 인트로에 등장하는 데이빗 레릭크(David Ralicke)의 색소폰이 어떤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낸다. 'Flowers' 역시 로스 세레이 소티아의 곡으로 멜로디나 코드, 그리고 오르간의 운용 같은 것이 확실히 한국 ‘60~’70년대 가요와 유사하게 전개되기도 한다. 덕분에 꽤나 친숙하게 들을 수 있는 앨범이 됐다.
[Escape from Dragon House](2005) 두 번째 정규작 [Escape from Dragon House]에는 밴드가 만든 오리지널 곡들의 비중이 좀 더 늘었다. 2005년 아마존닷컴의 에디터가 꼽은 100장의 앨범에 랭크되기도 했고 앨범 발매 이후 각종 매체의 올해의 앨범 리스트에 랭크되면서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이들을 알린 앨범이 됐다. 참고로 한정판 컬러 바이닐의 경우 2008년도에 재발매 되면서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았는데 이 바이닐의 미개봉 카피의 경우 현재 대략 100불 가까이한다.
무려 메탈리카(Metallica)의 기타리스트 커크 해밋(Kirk Hammett)이 롤링 스톤(Rolling Stone) 지에서 '10년 사이에 발표된 최고의 노래'로 꼽기도 했던 'One Thousand Tears of a Tarantula' 같은 곡은 [행오버 2(The Hangover Part II)], 그리고 미국 외화시리즈 [위즈(Weeds)]에도 수록되면서 인기몰이를 했다. 도어즈(The Doors)의 건반과 하이햇 터치가 연상되는 이국적인 앨범의 타이틀 곡 'Escape From Dragon House'는 외화 [트루 블러드(True Blood)]에 삽입됐다. 의외로 이들의 곡은 이렇게 여기저기서 들을 수 있었다.
혼 섹션과 청아한 츠홈 니몰의 목소리가 함께 선율을 만들어내는 긴장감 넘치는 그루브감으로 가득한 'Sni Bong'은 팟캐스트 라디오 [Welcome to Night Vale]의 특정 섹션의 테마음악으로 배치되기도 했다. 특히 'Sni Bong'의 중반부에 나오는 나레이션이라고 하기도 뭐한 전혀 현란하지 않은 랩이 일품이라 할만하다. 리버브를 잔뜩 머금은 구성진 아줌마 바이브레이션이 소름 돋게 하는 'Sleepwalking Through The Mekong'은 가사를 몰라도 메콩 강을 비몽사몽 한 상태로 건너가는 듯한 소리를 감지케끔 성공적으로 형상화 시켜냈다. 땡땡거리는 재즈마스터 톤의 환각적인 질감에 야-시꾸리-한 올겐과 혼이 더해지니 그야말로 무아지경의 상태는 절정으로 향해간다.
[Sleepwalking Through the Mekong] (2007) 2005년 무렵 밴드는 캄보디아의 유명한 본옴뚝 물 축제에서 공연하기도 하는데 이 당시 뎅기 피버의 캄보디아 투어는 다큐멘터리 [Sleepwalking Through the Mekong]에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다. 자국 출신 가수가 미국에서 나름의 성공을 거두고 금의환향해 공연하는 모습은 기이한 드라마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방송국과 숲 속에서의 라이브, 아이들과의 떼창, 그리고 시장통을 헤집는 멤버들의 진귀한 장면들을 이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이 투어 당시 잭 홀츠만은 의외로 재즈마스터가 아닌 깁슨(Gibson) 레스 폴을 들고 다니면서 연주한다.
[Venus on Earth] (2008) 점차 밴드가 승승장구해나가면서 앞서 언급했듯 킹크스의 레이 데이비스가 추천하기도 했고, 뿐만 아니라 월드뮤직 애호가 피터 가브리엘(Peter Gabriel)마저 사로잡아 버리게 된다. 그리고 결국 피터 가브리엘의 월드뮤직 레이블 리얼 월드 레코즈(Real World Records)에서 세 번째 정규앨범 [Venus on Earth]를 전 세계에 배급하기에 이른다. 피터 가브리엘은 이들과 계약한 이후 본 작에 대해 기상이 넘치고 열정적인 레코드라며 극찬했다. 이 세 번째 앨범에 접어들어서야 본격적으로 영어 가사가 나오기 시작하는데 앨범은 2008년도 아이튠즈 스토어에서 베스트 월드뮤직 레코드 중 하나로 선정된다. 앨범 발매 이후에는 영국 BBC의 장수 프로그램 줄스 홀랜드(Jools Holland) 쇼에 출연해 두 곡을 공연하기도 했다.
동남아의 애수로 가득한 앨범의 첫 곡 'Seeing Hands'의 경우 영국의 TV 쇼 [Sanchez Get High]에도 삽입됐던바 있는데 전투기도 나오고 화산도 폭발하는 맥락 없이 화려한 뮤직비디오 또한 이상한 충격을 선사한다. 영어가사를 쓰기 시작하면서 남성 멤버가 보컬을 넣기도 하는데 'Tiger Phone Card', 그리고 'Sober Driver'같은 곡은 거의 듀엣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밴드에서 노래는 오직 누나만 불렀으면 좋겠다. 'Sober Driver'에서는 츠홈 니몰이 아예 된소리나 콧소리를 내지 않고 부드럽게 부르는데 이런 식의 곡도 그럭저럭 괜찮게 소화해내는 것 같다. 어쿠스틱 기타와 플룻으로 영미권 팝 멜로디를 주조해내는 'Tooth And Nail'의 경우에도 오히려 그래서 더 신기한데, 생각해보면 과거 조니 미첼을 커버했던 'Both Sides Now'를 들을 때 이런 기분이지 않았었나 싶다.
[Cannibal Courtship] (2011) 재즈 명가 판타지(Fantasy)에서 발매된 뎅기 피버의 정규 앨범으로 미국의 3인조 포크 보컬 그룹 리빙 시스터즈(The Living Sisters)의 백업으로 완료된 앨범이다. 이 무렵 처음으로 프랑스와 멕시코, 그리고 브라질 등에서 공연 또한 성사시켜냈다고 한다. 참고로 앞서 잠시 설명하기도 했던 마스토동이라는 악기가 바로 이 앨범의 커버를 장식해내고 있기도 하다. 안타깝게도 이 앨범 수록곡들은 이번 한국 베스트에서 누락됐다.
[Girl from the North] EP (2013) 뎅기 피버는 정규 앨범 사이에 간혹 EP를 발매하곤 했는데 비교적 가장 최근에 공개된 EP [Girl from the North]에 삽입된 신비롭게 간드러진 'Taxi Dancer', 그리고 비교적 모던한 기타 리프와 심벌 톤이 두드러지는 'Deepest Lake On The Planet'이 이번 한국 반 컴필레이션에도 수록됐다. 이런 곡들은 캄보디아보다는 오히려 복고풍 유럽 스타일 같은 것이 더욱 감지되곤 했다. Something old, Something new, Something borrowed, And something blue. - 'Tooth and Nail' 中.
위의 네 줄은 뎅기 피버의 곡 'Tooth and Nail'의 가사이지만 사실 이들의 특성을 축약해내는 문구이기도 하다. 왠지 오래된 듯 새롭고, 일부는 빌려 왔고, 또 이따금 블루한 뎅기 피버의 노래들은 이 국제화 시대에 이상한 방식으로 전세계에 잠식해 들어갔다. 여기서 새삼스럽게 오리지널리티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한 일일 터인데 이제는 온갖 스타일 중 필요한 것만을 자신의 것으로 취해 어떤 방식으로 재조합 해내느냐가 관건인 시대인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들의 음악에도 힙합 씬에서 주로 사용되는 '브랜드 뉴 올드 스쿨(Brand New Old School)'이라는 용어가 그대로 적용될 수 있지 않나 싶다. 밴드의 중요한 순간을 응축시켜낸 본 한국 베스트 반에 발맞춰 수많은 이들이 기다려온 뎅기 피버의 내한공연 또한 곧 진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거진 10년 전부터 이미 뎅기 피버를 들어왔던 국내 팬들이라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이런 상황에 감개가 무량할 것이다.
킬링 필드, 학살의 아픈 현대사를 지니고 있는 캄보디아의 음악을 취하고 있는 뎅기 피버인 만큼 그들은 몇몇 자선단체와 직접적인 파트너쉽을 체결하기도 했다. 현재 이들은 야생동물연대를 비롯한 각종 기구를 위한 활동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 중이다. 폭넓은 음악들을 교묘하게, 그리고 균형 있게 자신들의 음악에 접속시켜냈던 댕기 피버는 이렇게 복합적인 사회활동 또한 펼쳐내고 있었다. 이들의 페이스북을 살펴보면 각종 단체들의 메시지를 공유한다거나, 다양한 문화행사에서 공연하고 교류하는 모습 같은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뎅기 피버의 음악에 매료되면서 이 분야에 더욱 깊이 파고들고 싶어하는 이들을 위한 몇 가지 가이드가 존재한다. 2010년도에는 뎅기 피버의 멤버들이 직접 컴파일한 ‘60년대 캄보디아 록 모음집 [Dengue Fever Presents: Electric Cambodia]를 발매하기도 했다. 미국의 경우 스톤스 쓰로(Stones Throw) 같은 회사에서 인도네시아 싸이키델릭 컴파일 [Those Shocking Shaking Days] 같은 것을 발매했고 신중현 선생의 앨범들을 재발매한 캐나다 레이블 라이온(Lion) 프로덕션에서도 그루브 클럽 시리즈 2, 3편에 걸쳐 [Cambodia Rock Spectacular!]를 연이어 공개하기도 했다.
북한 컴필레이션 [Radio Pyongyang: Commie Funk and Agit Prop from the Hermit Kingdom]으로 국내에 알려진 월드뮤직 레이블 서브라임 프리퀀시스(Sublime Frequencies)는 [Radio Phnom Penh], 그리고 [Cambodian Cassette Archives: Khmer Folk & Pop Music Vol. 1]이라는 컴필레이션 역시 내놓은바 있다. 올해는 유명 월드뮤직 레이블인 월드 뮤직 네트워크(World Music Network)에서 [The Rough Guide To Psychedelic Cambodia]를 발매했는데 확실히 근 얼마 전부터 록의 변방 국들인 인도네시아와 태국, 그리고 캄보디아 발 싸이키델릭에 대한 서구사회로부터의 관심이 집중됐던 것 같다. 이 음반들을 들어보면 너무나 훌륭한 연주와 이국적인 멜로디가 낙후된 질감으로 녹음되어 있는데 또 이게 엄청나게 듣는 재미를 준다.
각종 컴필레이션들의 발매는 물론 다른 분야에서도 이쪽 세계가 서구사회로부터 노출되어갔다. 작년에 공개된 니콜라스 윈딩 레픈(Nicolas Winding Refn) 감독의 [온리 갓 포기브스(Only God Forgives)] 역시 태국을 배경으로 했던 지라 몇몇 감미로운 태국 현지 곡들이 사운드트랙에 삽입되기도 했다. 이 동남아시아 지역의 노래들은 취향의 차이를 떠나 일단 지금 들어도 굉장히 멋진데, 정권이 한번 쓸고 간 캄보디아의 경우 현재 다시금 많은 록 밴드들이 활동해내고 있다고 한다. 참고로 나는 올해 초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를 잠깐 갔다 왔는데 정작 현지 음악은 하나도 못 듣고 뜬금없이 캐나다 밴드 러쉬(Rush) 노래를 우연히 길에서 들었던 게 기억난다.
장황하게 일단 이런저런 설명은 썼지만 뎅기 피버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으면 없을수록 오히려 신선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쿠엔틴 타란티노(Quentin Tarantino)가 열광하는 일련의 B급 액션 영화 같은 데에 선글라스를 쓴 여성이 기관총 한 자루를 들고 씩씩하게 등장하는 장면에 걸릴 것 같은 촌스러운 듯 진지한 음향이 내내 이어진다. 이 소리에서 간혹 발견되는 향수의 감정은 억지 같이 들리겠지만 새삼 아시아 인으로서의 자신의 DNA에 각인된 무언가로부터 끌어당겨지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처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이한 매력이 캄보디안 싸이키델릭, 그리고 뎅기 피버에게 있었다. 참으로 해괴하고 풍성한 수수께끼 같은 노래들이다. 열대의 더운 바람, 흙냄새와 향신료로 버무려진 구수한 글램-로크랄까. 글 : 한상철(불싸조 facebook.com/bullssazo) / 자료제공 : 비트볼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