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ゆめ / Yume (꿈)
La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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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앨범 평점 4.5/ 41명
  • 발매일 : 2014.02.05
  • 발매사 : NHN벅스
  • 기획사 : 파스텔뮤직
* 본 앨범은 권리사 요청에 의해 개별곡 구매만 가능합니다.

3년여 만에 드디어 한국에 발매되는 'Lamp'의 일곱 번째 정규앨범 [ゆめ / Yume (꿈)]
퇴색된 채로 태어난, 그래서 더욱 듣는 이를 뭉클하게 만드는 아스라한 사운드 'Lamp' 밖에는 그릴 수 없는 빛 바랜 꿈의 세계로의 초대 시간의 굴레 속에서 지나간 모든 것들의 아스라함이 귀로부터 밀려오는 환상의 경험
70년대를 대표하는 일러스트레이터 '세이이치 하야시(林?一)'의 그림으로 완성된 섬세하고 서정적인 세계의 완성!


진화를 마친 '램프', 한층 촘촘해지고 한결 유연해지다. 전작 [東京ユウトピア通信 / Tokyo Utopia Tsuushin (도쿄 유토피아 통신)]의 라이너 노트에서 나는 '진화'라는 필터로 '램프'의 작품 세계를 들여다보았다. 흥미롭게도 본작 [ゆめ / Yume (꿈)]발매 후 인터뷰에서 그들 자신도 '전작까지는 진화라는 점을 굉장히 의식하고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영어로 evolution이라고 해도 그렇지만, 한자어로 진화(進化)에는 '나아간다'는 의미가 포함되어있다. 4번째 앨범 [램프 환상]에서 [8월의 시정], [도쿄 유토피아 통신]으로 이어지는 흐름은 분명 전방을 향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막상 전작의 마지막 트랙을 듣고 나니 이들이 다음 작품에서 어떤 것을 들려줄지 기대와 함께 조금은 걱정이 되기도 했다. '지난번 작품까지는 녹음이 끝나도 다음 음반의 아이디어들이 계속 남아있었지만 [東京ユウトピア通信 / Tokyo Utopia Tsuushin (도쿄 유토피아 통신)]은 그런 것이 없다'고 리더인 '소메야 타이요 (染谷大陽)'가 말했기 때문이었을까. 이들이 그야말로 다 태워버린 것은 아닌가, 여기가 '램프'라는 밴드의 최전방이라면 이후는 변화나 퇴보인데 고고한 이들이 그런 것을 받아들일까 하는 노파심도 있었다.

3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이 걸려서 이번 앨범이 나왔지만 가장 먼저 느껴졌던 감정은 '만들어주었구나'하는 안도감이었다. 안도감은 음반 외적인 첫 번째 감상인 동시에 음반 자체의 첫 번째 감상이기도 했다. 오프닝 트랙 "シンフォニ- (심포니)"의 러닝 타임 '6분 45초'를 보는 순간 느껴지는 야심 찬 기세는 음반을 재생하자마자 실제로 청자를 사로잡는다. 빠르게 흐르는 구름을 음으로 형상화한 듯한 오케스트레이션 사이로 애달프면서도 어딘가 숙명적 비극의 그림자를 드리우는 리드 신세사이저는 순식간에 우리를 램프의 최전방에 돌려놓고 마는 것이다. "심포니"는 단순히 대작 스타일의 머릿곡이면서 여러 가지로 [램프 환상]의 첫 트랙 "はかなき春の一幕 (덧없는 봄의 일막)"을 연상시키기도 하는데, 이 곡을 쓴 '나가이 유스케 (永井祐介)'는 본작의 마지막 곡 "さち子 (사치코)"를 듣고 상응하는 넘버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히고 있는데 [꿈]은 이런 식의 긍정적인 멤버 간의 라이벌 의식 및 시너지 효과가 완전히 복원된 음반이기도 하다. 실제로 '소메야 타이요'는 음반 내에서 점점 '나가이'의 곡 비중이 줄어가는 것을 의식해서 이번 음반에는 무조건 5곡, 그러니까 음반의 절반을 써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장인을 연상케 할 만큼 꼼꼼한 모습과 함께 한결 유연해진 '램프'의 모습도 볼 수 있다. 밴드 역사상 최초로 외부 편곡자가 참여했는가 하면, 객원 보컬인 '신카와 타다시 (新川忠)'가 "ため息の行方 (한숨의 행방)"을 '사카키바라 카오리 (薪原香保里)'와 듀엣으로 부른 것도 이전에는 없었던 일이다. 진화를 완료한 밴드의 여유라고 할까? 어깨 힘을 뺀 "사치코"의 편곡도 이채롭지만 "6號室 (6호실)"의 딜레이 효과가 걸린 하프 사운드나 간주를 대체하는 내레이션도 이전과는 다른 면모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나레이션은 '사카키바라'가 로베르 브레송의 영화 [백야]를 보고 가진 느낌을 바탕으로 '램프'와도 각별한 사이인 '다니엘 권 (Daniel Kwon)'이라는 싱어송라이터가 녹음했다고 한다. 시각적으로도 '램프'의 세계를 듬뿍 만끽할 수 있어 즐겁다. '와키타 유스케 (脇田祐介)'와 '사카키바라'가 각기 만든 "심포니"와 "사치코"의 비디오 클립도 이들의 세계가 이번 음반에서 가장 잘 안착해있음을 보여준다. 70년대 영컬처를 대표했던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하야시 세이이치 (林靜一)의 작품을 사용한 음반 커버는 그 백미라 할 수 있겠다.

멤버들의 만장일치로 선정되었다는 이 그림은 가사에 등장하는 '레코드', '옆 얼굴', '담배 연기' 등의 이미지들과 어우러져 풍부한 배음을 자아낸다. 또한 하야시의 대표작 중 하나인 [적색 연가 (赤色エレジ-)]의 여주인공 이름이 사치코라든지 (가사를 쓴 '사카키바라'에 따르면 모리 오가이의 소설 중 여주인공 이름으로 된 작품들의 느낌을 내고 싶었던 것으로, [적색 연가]를 의식하진 않았다고), '램프'가 가사에서 구현하고 싶어하는 세계의 종착역이라 할 수 있는 핫피 안도 (はっぴ-あんど)의 첫 번째 음반 커버를 담당한 것이 하야시라든지 하는 식으로 이어져 있기도 하다. '램프'의 가장 훌륭한 음반이 무엇인지는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그들의 세계관이 가장 밸런스 좋게 구현된 한 장을 꼽으라면 나는 본작 [꿈]을 들 수 있으리라. '소메야'는 인터뷰에서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어주는 음악이 내게 최고의 팝'이라고 한 바 있다. 한편 '나가이'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 음악은 빛 바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시작부터 빛 바래져 있기 때문에'. 퇴색된 채로 태어난, 그래서 더욱 듣는 이를 뭉클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 '램프' 음악 세계의 매력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음악을 듣는 그 순간에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야 마는 시간의 굴레 속에서 지나간 모든 것들의 아스라함이 귀로부터 온몸으로 퍼져가는 환상과도 같은, 아니 꿈과도 같은 경험. 이 음반을 듣는 여러분 모두가 그들이 데려가는 빛 바랜 꿈의 세계로 한 발짝 들어서 보길 바란다.
2014. 9월 / 글 : 정바비 (bobbychung.com) / 자료제공 : 파스텔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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