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 그대만 있으면 돼
- 이길승
- 앨범 평점 3.5/ 109명
- 발매일 : 2015.10.16
- 발매사 : ㈜광수미디어
- 기획사 : 이길승 (Lee Kil Seung)
'이길승' [그대만 있으면 돼]
길승이가 새 노래를 발표한단다. 새 노래들에 대한 글을 써달라는데, 부담스럽다. 도움이 될 글을 쓰고 싶은데, 별로 그러지 못 할 것 같아서.....
'이길승'은 슬프다. 종교인인 그는 따뜻하고 예쁘고 '은혜로운' 노래들로 우릴 달래주고 신에게 더 가깝게 가는 길로 우리를 인도해주지만, 그의 근본은 많이 슬프다. 그리고 '이길승'은 이번 노래 [그대만 있으면 돼]에서 그러한 슬픔을 아주 조금 솔직하게 보여준다. 물론 그 슬픔을 승화시키려 노력하고 있다는 노래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아내에게 전화를 한다. 바보 같이 실망만 시킨 나를 만나 힘들게 살아온 아내에게 미안하다고, 고맙다고 말하려 하지만 그게 그렇게 생각만큼 쉽지 않다. 그래서 에둘러서 '당신이 힘들게 살아온 것을 인정한다'는 별로 감사의 표시도 위로도 되지 않는 말만 한다. 머릿속의 객관적 관찰자가 빈정거리며 한마디 거든다. "어쩌면 지금이 더 힘들지도 몰라, 아니 어쩌면 내일이 훨씬 더 어려울지 몰라, 아마 그럴 걸?" 그런데 아내와 통화를 하고 있는 나는 그 저주에 수긍이 간다. 최소한 음악적인 현실만을 생각하면 말이다.
세상이 날 몰라줘도 그대만 있으면 돼.... 수사학적 의미에서 아이러니다. 세상이 '이길승'을 몰라줘도 당신만 있으면 된단다. 음악 하는 사람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다가, 어쩌 어찌 해서 그 컸던 기대와는 사뭇 다른 음악적 행로를 걷고 있는 그가, 그렇게 '눈 가리고 아웅'하고 싶단다. 음악적인 위치에서는 그와 별 반 다르지 않은, 어쩌면 더 못 한 나는, 그런 그를 믿어주고 싶다. 믿어주려 한다. 그런데 길승이가 그런 나의 믿음에 배신을 때린다. 뒤에 가서 얼굴 찡그리며 '이길승'의 수준으로는 폭발이라고 할 수 있는 코러스와 후주를 넣는 것이다. 이런... 그런데 그 투덜거림이 좋다..... 아직 살아있네, '이길승'!?
씨바, 이런 노래 좀 들어주지, 들어보면 존나 좋다고 할거면서.... 그리고 예전부터 '이길승'의 것들을 좋아했다고 할 거면서, 언젠가 이럴 줄 알았다고 할 거면서..... 알긴 쥐뿔.... 어찌되었든 이런 좋은 노래가 나온 것은 정말 좋은 후배 잘 챙겨주지 못 한 못난 선배들과, 눈이 삐고 귀가 먹은 음악 소비자들 덕분이다. '이길승'은 감사해야 한다.
그런데, 사실 타이틀 곡 "그대만 있으면 돼"보다, 내 귀에는 "제주, 비"와 "돌아봐요"가 더 좋다. 듣고 있노라니 가슴이 먹먹해진다. '이길승'의 진가가 드러나는 노래들이다. '거의 천재'가 바보같이 한 우물을 무척 오래 파면 이런 노래들이 나오는구나...?
"돌아봐요"를 듣는데 길승이가 내 마음에 들어와 내가 된다. 그가 진술한다. 허둥지둥 달려가던 나의 하루를, 인생을 멈추고 돌아본다고. 참 잘 못 살고 있다고... 이제라도 머리 숙여 들풀에게 안녕 하고 인사하고, 고개 돌려 이웃들과 함께 노래 부르고, 하늘 향해 겸손히 기도해야 하겠다고. 사랑하며 살기에도 인생은 너무 짧기 때문이라고....
동의하지만, 조금은 속이 상한다.....('동물원 김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