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TRI-PLANET
MOB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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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앨범 평점 4.5/ 23명
  • 발매일 : 2016.03.24
  • 발매사 : Mirrorball Music(미러볼뮤직)
  • 기획사 : Gaia Records

우주를 동경하던 소년의 오케스트라
'MOBAN'의 첫 번째 EP앨범 [TRI-PLANET]


질량중심을 행성 외부에 두고 서로를 공전하는 세 천체를 가리키는 삼중행성, [TRI-PLANET]. 경험적으로 발견되진 않았지만 이론적으론 실존 가능한 상상 속의 행성계이다. 질량중심이 특정 행성에 있지 않은 덕분에, 세 천체는 동등한 포지션을 유지하며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 프론트맨 없이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소리를 충실히 발휘함으로써 궁극적 합일을 추구하는 'MOBAN'의 음악적 모토와 일맥상통하는 지점이다.

'MOBAN'은 키보드/신디사이저/보컬 이형빈, 베이스/보컬 이현우, 드럼 조광희로 이루어진 3인조 포스트록 밴드이다. 'MOBAN'의 음악은 한 곡당 7-8분 내지는 10분에 이르는 서사를 가지고, 각 테마에 걸맞은 또렷한 기승전결과 탄탄한 구조주의 작곡법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자아낸다. 하지만 프로그레시브록에 가까운 드럼연주와 클래식 오케스트레이션을 기반으로 한 공감각적 사운드, 예상을 뒤엎는 전개와 함께 재즈와 전자음악적 요소가 가미된 피아노/신디사이저 연주는 이들의 음악이 포스트록의 관용적 어법에서 유연하게 탈피했음을 알려준다.

앨범명 [TRI-PLANET]과 커버디자인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MOBAN'의 음악은 우주를 모티프로 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의 초점은 우주보단 인간에게 맞춰져 있다. 우주는 단지 '종교적 신비로움을 불러일으키는 미지의 영역'이라는 특수성만을 제공해줄 뿐이다. 오히려 그러한 성질에서 비롯된 두려움과 새로운 모험에 대한 상상, 우주를 지배하는 질서에 대한 호기심, 인간의 의식과 감정에 대한 고민 등이 주된 음악적 재료로 활용되곤 한다. 즉, 외부세계로서의 우주를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보단 인간의 내면세계를 거울삼아 표현하고자 했다.

- 곡 소개 -

1. Turn on the switch
은은하고 단조로운 엠비언트를 배경으로 마칭과 베이스의 순차적인 등장은 앞으로의 모험을 이끌어갈 생명의 탄생과 의식의 각성을 알린다. 정상 궤도에 오른 음악은 곧 경쾌하게 폭발하며 앨범 트랙의 포문을 연다.

2. Back through the wormhole
'차원을 초월하는 가상의 터널'을 통한 공간여행을 상상하며 만들어진 곡이다. 빠른 템포 속에서 짧고 단순한 리프가 반복과 변화를 거듭하고, 신디사이저를 활용해 공간감을 더한 연주는 5/4, 3/4, 6/8박 등 다채로운 리듬의 변주와 어우러져 독창적인 그루브를 생성해낸다. 자칫 난해할 수 있는 요소들이 점층적으로 맞물리며 하나의 구조를 형성하고, 생성된 구조들은 집단적인 움직임을 통해 '낯설지만 불편하지 않은' 다이내믹을 이끌어낸다.

3. Toad
전자음악과 펑크를 결합한 새로운 장르로 재탄생한 고전민요 '두꺼비'. 신디사이저의 몽롱한 아르페지오와 긴장감을 유발하며 총성처럼 울려 퍼지는 드럼 앤 베이스, 현대적으로 편곡된 민요 선율의 조화가 신선하다. 곡의 중반부터 등장하는 빠른 템포로의 급격한 전환과 극적인 신디사이저의 활용은 '구성'과 '사운드'에 대한 고민이 엿보이는 지점이다.

4. Sin (New ver.)
'작은 머리에 the southpole, 넓은 자리에 the sinkhole'. 다소 모호한 내용의 짧은 가사로 이루어진 ‘Sin’은 인간 내면의 죄책감과 속죄로의 감정변화를 풀어낸 곡이다. 5/4박의 클래식 피아노 연주를 시작으로, 샌드위치 형식으로 배치된 두 개의 테마는 각각 리듬의 변주와 오르간 앰비언트를 특징으로 하며 전개된다.

5. Nest
타이틀 곡 "Nest"는 그야말로 'MOBAN'의 음악적 고민과 욕구가 집약된 곡이라 할 수 있다. 명확한 서사를 이룩한 구성과 다양한 장르적 요소를 결합한 밀도 있는 연주는 풍성한 사운드를 자랑하는 한 편의 영화음악을 떠올리게 한다. "Nest"는 새의 둥지로 상징되는 억압적 환경 속에서, 자유를 갈망하던 존재가 비로소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해방을 향해 날아가는 이야기이다. 참고로 이것은 '유토피아를 찾아 구원의 빛이 이끄는 곳으로 모험을 떠나는 한 인간의 이야기'로 각색되어 앨범패키지에 포함돼 있다.

6. Outrora
사건이 벌어지고 난 후의 고요함처럼, 극지방 하늘에서 영롱하게 빛나는 오로라처럼. 우주의 신비로움과 그것에 대한 인간의 순수한 호기심을 간결하게 표현한 앨범의 마지막 트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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