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온스테이지 303번째 스왈로우
스왈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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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앨범 평점 4/ 15명
  • 발매일 : 2016.09.13
  • 발매사 : (주)디지탈레코드
  • 기획사 : 네이버문화재단

ONSTAGE. 제주에서 다시 노래가 된 '스왈로우'

'스왈로우'(이기용)은 지금 제주도에서 산다. 그는 원래 제주도 사람이 아니었다. 서울의 홍익대학교 앞에서 록 밴드 허클베리 핀의 리더로 오랫동안 활동해온 그는 이른바 홍피(홍대 피플)이었다. 그가 밴드 허클베리 핀과 자신의 솔로 프로젝트인 '스왈로우'를 겸하면서 얼마나 아름답고 완성도 높은 음악을 내놓았는지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그는 그런지와 얼터너티브 록에서 출발해 댄서블하고 중독적인 록 음악을 쏟아냈고, '스왈로우'의 이름으로 때로 수수하고 자주 간절하며 항상 가슴 저미는 음악을 들려주었다. 결국 그는 자신의 음악으로 한국의 록 음악과 인디 신에서 값지고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2005년에는 '스왈로우'로 특별상을 수상하고, 2007년에는 '스왈로우'로 최고상 격인 올해의 앨범 부문과 최우수 모던 록 앨범 부문을 수상한 데 이어, 2008년에는 허클베리 핀으로 최우수 모던 록 부문을 수상한 이가 바로 이기용이다. 그랬던 그가 눈감고도 다닐 수 있었을 홍대 앞을 떠나 제주로 내려온 이유에 대해 굳이 길게 언급하고 싶지는 않다. 이기용은 온스테이지 예고편에서 '격렬한 마음 상태에 사로잡혀' 제주 곳곳을 다녔다고만 했다. 하지만 아는 이들은 안다. 이 나라에서 예술가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겹고 고단한지를. 스스로 상품이 되어 자신의 모든 것을 팔 수 있도록 단장하고 드러내더라도, 한정된 트렌드를 좇고 누가 들어도 금세 좋아지는 장르의 음악을 하더라도 전업 음악인으로 버티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부자가 되겠다는 것도 아니다.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계속할 수만 있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그렇게 어렵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일이 자랑이 되지는 못하더라도 죄는 되지 말아야 하는데 상품과 효율성과 유행의 얄팍한 기치는 그 자체로 소중한 많은 것들을 스스로 중단시키거나 변방으로 유폐하게 만들고 말았다. 그 과정에서 예민하고 섬세하게 벼려짐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완성하는 예술가의 영혼은 얼마나 금가고, 피 흘리고, 위태로웠겠는가. 온스테이지에 담겨진 세 곡의 노래는 비로소 제주에 안착한 한 음악가의 상처와 인내의 기록이며, 섬과 교감한 기록이다. 고통의 시간을 통과해 다시 노래하는 한 음악가의 진실한 자화상이다.

'스왈로우'의 음악은 포크와 팝을 중심으로 록이 가미된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2004'년부터 2009년까지 발표한 정규 음반은 총 3장. 주로 어쿠스틱 기타와 현악기를 사용하거나 밴드 편성으로 직조한 '스왈로우의 음악은 섬세하고 서정적이다. 아니, 섬세하게 서정적이어서 때로 위태로운 음악이다. 백비트를 동반해 육체성을 유지하는 록 밴드 음악과 달리 '스왈로우'의 음악은 백비트를 선별적으로 사용한다. 백비트보다 중시되는 것은 섬세하고 중독적인 멜로디로 창조하는 5분간의 극서정이다. '스왈로우'는 자신이 써낸 탐미적인 멜로디를 스스로의 보컬과 어쿠스틱 기타, 현악기, 신디사이저 등으로 외화 하면서 자신이 추구하는 서정성을 은밀하고 끈질기게 밀어붙인다. 담담한 것 같지만 늘 격정에 차 있는 고백이 이기용의 저음으로 노래가 되는 순간, '스왈로우'의 음악은 사적인 고백의 내밀함과 순간의 영롱한 아름다움이 결합된 음악으로 만개한다. 만개한 음악은 치명적인 독처럼 듣는 이들의 심장을 찌르며 들어올 때가 많다. 그래서 아찔한 '스왈로우'의 음악은 두 번째 음반을 거치며 잠시 해사해지고 부드러워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기용은 한순간도 자신이 일궈낸 아름다움의 영토를 떠난 적이 없다. 그는 아름다움을 쏟아내는 일로 한 생을 다해야 하는 예술가라는 운명 앞에 순응하기로 작심한 것처럼 필사적으로 아름다움을 고수해왔다.

그런데 제주도 구좌읍 종달리의 절벽 등지에서 촬영된 '스왈로우'의 영상에서 예의 탐미적인 스타일은 먼 하늘과 바다 사이에서 짐짓 온순하다. 싱어송라이터 짙은이 부른 "Morning There"와 자신이 부른 연주곡 "항해", 그리고 허클베리 핀의 보컬 이소영이 부른 "두 사람"에서 '스왈로우'의 음악은 여전히 결이 곱고 아련하면서도 차분해 보인다. 특히 신곡 "Morning There"에서는 영상을 촬영한 시공간의 고요 같은 담담함이 감지된다. 자신의 힘겨움 때문에 도저히 곁을 돌아볼 수 없었던 이가 '모든 것을 겪'으며 긴 시간을 보내고, 비로소 아침 같은 시간을 맞아 해쓱해진 얼굴로 묻는 순간의 담담함이라고나 할까. '너의 아침은 어때'라고 물을 때, 그는 '너의 아침'에 대해 묻고 있지만 실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일 수 있다. 이제 내가 너에게 다시 말을 걸 수 있고, 안부를 전할 수 있게 되었으며, 너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고 말이다. 그립고 그리웠음에도 눈길조차 마주할 수 없었던 시간동안 침묵해야 했던 자신을 묵묵히 견뎌준 이들에게 그는 이렇게 인사를 전하는 것이다. 그 인사를 대신한 노래가 조심스럽다가 끝내 목울대를 뜨겁게 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그리고 '스왈로우'의 낮고 침잠하는 스타일이 잘 표현된 신곡 "항해"는 "Morning There"의 연작처럼 들린다. 근사한 기타 리프와 베이스의 무드 위에 맑은 건반이 눈물처럼 뚝뚝 떨어지는 곡은 다시 맞는 아침, 오래도록 전하지 못했던 항해 같은 날들을 뒤늦게 천천히 풀어내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첼로와 신디사이저와 드럼이 곡의 파고를 높여가고 보컬이 바람 같은 목소리로 잠시 노래할 때, 우리는 함께 그 힘겨웠던 시간으로 파도쳐갔다 오는 것 같다. 그러나 돌이켜 말할 수 있는 과거는 이미 현재가 아니다. 그리고 음악가의 삶과 음악이 완벽하게 일치한다고 보는 태도는 오해를 불러오기 쉽다. 쓸쓸한 곡을 쓰는 이라고 평소의 삶이 궁핍하거나 고통스러운 것은 아니며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그럼에도 제주도에 깃든 한 뮤지션이 스스로 견뎌야 했던 시간이 노래 밖으로 완벽하게 증발했을 리는 없다. 제주의 오름과 숲과 바다를 달리고 또 달리며 바라보고 담았던 풍경들과, 스스로에게 묻고 바람에게 묻고 파도에게까지 물었던 질문들이 왜 노래가 되지 않았겠는가. 햇살이 답하고 나무가 답하고 새벽과 밤이 응답했던 무수한 이야기가 왜 노래가 되지 않았겠는가. 모든 시간은 흘러가지만 '스왈로우'에게 시간은 노래가 된다. '두 사람'처럼 바람 소리와 파도 소리가 스미는 노래로 사라지지 않는 시간, 다시 내일로 이어지는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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