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Give Up
The Postal Serv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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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앨범 평점 4.5/ 50명
  • 발매일 : 2003.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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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웨이브 몽상가들 ‘Postal Service’의 느린 연애를 위한 노래
두 사람의 긴장이 만들어낸 끝내주는 앨범 [Give Up]


캘리포니아에서 온 1등 우편물. 新 연애의 지침서라 나와 있는 잡지 기사줄기에도 “편지쓰기”가 묵고 묵은 레트로가 된지 오래일 텐데. 그들의 편지는 어투마저도 저 옛날 17세기 문인들 같지 않았을지. 오해말길, 이 앨범의 주인공인 벤 기버드(Ben Gibbard)와 지미 탬보렐로(Jimmy Tamborello) 이야기다. 사랑이야기는 아니지만(하하) 이들이 1년 가까이 주고받은 작업의 결과물이 사랑에 관한 10곡으로 태어났으니 과히 틀린 말은 아닐 거다.
메인 밥벌이(밴 기버드는 데스 캡 포 큐티, Death Cap for Cutie의, 지미 탬보렐로는 디앤텔, Dntel의 책임자)를 가진 이들의 본격적인 연애(?)는 디앤텔의 앨범 [Life Is Full Of Possibilitties](2001)에 수록된 ‘(This Is) The Dream Of Evan And Chan’이란 곡을 함께 작업한 후에 이루어 졌다. 결국은 이 프로젝트의 이름이 된 우편(US Postal Service)을 이용한 소통은 탬보렐로가 자신의 작업물을 CD-R에 ‘구워’ 시애틀의 기버드에게 보내면, 기버드는 그 소스 위에 멜로디와 가사를 얹고, 가끔은 기타와 드럼, 키보드를 입혀 그 데모를 다시 LA의 탬보렐로에게 보내는 식이었단다. 서로의 작업에 대한 수정이나 요구사항들 역시 구구절절이 편지로 적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페덱스도 아니고 우편이라는 ‘저렴하고 귀찮고 느긋한’ 소통을 통해 탄생한 이 앨범이 서브 팝의 명예를 되찾아주고 돈방석에 올려놓았다니. 다음번에는 뮤지션들 사이에서 우편이 일종의 암호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건조하던 디엔텔의 비트는 온데간데없고 사랑 노래다운 촉촉함이 대신 자리한다. 그 위 기버드의 촌철살인 멜로디가 선명한 라인을 그리고, 최소한도로 사용된 악기들이 뒤를 따른다. 하지만 화룡점정은 백워드 매스킹으로 돌리면 "이 노래를 나 말고 누가 이렇게 부를 수 있겠니"라는 말이라도 나올 듯한 기버드의 목소리이다. 언제나 소년과 청년 사이에서 방황하는 그의 목소리는 떠나려는 그녀를 어떻게든 잡으려 할 때도(‘Nothing Better’), 간지럽게 사랑을 노래할 때도(‘Such Great Heights’), 탬보렐로가 만들어 낸 극적으로 몽환적인 세계 안에서도(‘Recycled Air’) 지친 청춘을 효과적으로 연기한다. 더불어 앨범은 80년대의 향수 공식에도 충실하다. 80년대 신스 팝(Synth Pop)이나 뉴 웨이브(New Wave)의 기운이 느껴지는 가운데 심지어 수록 곡 중 ‘Nothing Better’는 휴먼 리그(Human League)의 ‘Don't You Want Me?’에게서 영감을 받았다고 당당히 밝힐 정도라니! 작업방식부터 음악까지 철저히 아날로그를 지향하는 유기농 사운드라 해도 될까.
하지만 가장 큰 이슈는 뭐라 해도 ‘일렉트로니카 최고의 러브 송’이란 극찬을 받은 ‘Such Great Heights’가 차지한다. EP에도 등장하셔서 이 곡을 불러 젖힌 우리 샘 빔 교수님(Iron & Wine)과 신스(The Shins)를 비롯해 벤 폴즈(Ben Folds), 매트 네이션슨(Matt Nathanson)이 커버를 서슴지 않았으며, 심지어는 해리 포터의 엠마 왓슨(Emma Watson)양도 그들을 자신의 Favorite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영화 ‘가든 스테이트, Garden State’와 미국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 Grey's Anatomy’, 끝내는 한국 HP광고에도 등장하고야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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