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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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가이곳에서보게될것들 (Things You Are Going To See Here)
- 조월
- 앨범 평점 4.5/ 104명
- 발매일 : 2009.02.07
- 발매사 : MO records
- 기획사 : 만선
All songs written and recorded by 조월 Jowall
Drawing by Ahn, Jihoon
Released in 2009 by Pastel Music and Club Bidanbaem
Remastered in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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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월의 [네가이곳에서보게될것들 (Things You Are Going To See Here)]
조월이 지닌 보편적이면서도 비범한 멜로디 감각, 그리고 미세하게 악기를 연주하는 ‘손'의 존재가 있는 그대로 전달되는 특유의 질감을 만들어내는 재능은 속옷밴드시절뿐만 아니라 이미 모임 별 시기서부터 어렵지 않게 간파할 수 있었다. 가끔씩 감지되는 차가운 유머 또한 여전히 존재한다. 포스트 록이니 좀 더 나아가 프리 포크니 하는 구분 짓기는 일단 나중으로 미루자-혹은 영영 그만두던가-.
복합적인 어쿠스틱 기타의 레이어가 퍼커시브한 느낌을 주는 'this is the night'에 들어서면서부터 목격의 행위가 시작된다. 슬픈 감정이 낮게 지속되는 '기록', 아마 앨범이 발매된 해 가장 아름다운 아르페지오 인트로로 두고두고 기억될 '정말로행복하다' 등의 곡들이 이어진다. 어쿠스틱과 일렉트릭 기타가 서로 보완되어 절묘한 부유감을 주는 '온도시가불타는꿈'은 결국 막판에 파국으로 치닫고, 마치 레코드 판 마지막 부분에 무한 반복되는 소리골 잡음을 루핑시킨듯한 리듬파트가 진행되는 여백이 인상적인 '보이스카웃', 섬세한 어레인지가 돋보이는 발라드 '산불'은 적절한 숙연함을 지니고 있다.
앨범이 진행되면 될수록 감정의 농도가 깊어져 간다. 가녀린 떨림과 노이즈 피드백의 율동감이 양립하는 'Stay', 그리고 앨범에서 가장 많은 이들에게 애호됐던 '불꽃놀이'에 들어선다. '불꽃놀이'는 대중 가요의 문법을 유지 및 보수하는 데에 있어 그가 얼마나 탁월한지를 보여주는 증거물이다. 곡의 가사에 "비 내리는 호남선"이라는 부분이 존재하는데 실제로 조월은 아주 오래전에 '남행열차'를 커버했던 바 있다. 이후 5분여 동안 펼쳐지는 이름없는 여운 역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행복하지만 치열하게 기억하고 있던 90년대의 어떤 뒤틀린 잔향 같은 것들을 떠올리게끔 한다.
앨범이 공개된 지 10년 이상이 흘렀고 많은 것들이 왔다가 사라졌다. 그 정도의 시간이 지난 어떤 음악들 중에는 시대와 상관없이 존재하는 것들이 있다. 시간의 개입 자체가 의미가 없는 것들이고, 그런 것들 중 몇몇은 걸작이라 부를 것이다. 꼭 걸작이 아니라 하더라도 긴 시간이 지나가는 동안 무심하게 한 켠에 자리잡고는 새로운 시대의 누군가를 끊임없이 만나게 된다.
[네가이곳에서보게될것들]은 칠흑 같은 한밤 중 아득하게 불에 타 들어가는 풍경의 갈무리다. 간간히 들리는 몇몇 잔향들은 타고 남은 하얀 재가 날리는 것 같아 보일 지경이다. 무엇이 불에 타고 있는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그 무렵 언젠가 우리가 그리워하게 될 지금 같은 것이 거기에 놓여있다. 10여년이 흘렀음에도 계속 이 음악을 들을 수 있음에, 세월에 관계없이 CD장 한 켠에 여전히 이 음반이 존재하고 있음에 감사한다.
한상철
Distributed by MOrecor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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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wing by Ahn, Jihoon
Released in 2009 by Pastel Music and Club Bidanbaem
Remastered in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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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월의 [네가이곳에서보게될것들 (Things You Are Going To See Here)]
조월이 지닌 보편적이면서도 비범한 멜로디 감각, 그리고 미세하게 악기를 연주하는 ‘손'의 존재가 있는 그대로 전달되는 특유의 질감을 만들어내는 재능은 속옷밴드시절뿐만 아니라 이미 모임 별 시기서부터 어렵지 않게 간파할 수 있었다. 가끔씩 감지되는 차가운 유머 또한 여전히 존재한다. 포스트 록이니 좀 더 나아가 프리 포크니 하는 구분 짓기는 일단 나중으로 미루자-혹은 영영 그만두던가-.
복합적인 어쿠스틱 기타의 레이어가 퍼커시브한 느낌을 주는 'this is the night'에 들어서면서부터 목격의 행위가 시작된다. 슬픈 감정이 낮게 지속되는 '기록', 아마 앨범이 발매된 해 가장 아름다운 아르페지오 인트로로 두고두고 기억될 '정말로행복하다' 등의 곡들이 이어진다. 어쿠스틱과 일렉트릭 기타가 서로 보완되어 절묘한 부유감을 주는 '온도시가불타는꿈'은 결국 막판에 파국으로 치닫고, 마치 레코드 판 마지막 부분에 무한 반복되는 소리골 잡음을 루핑시킨듯한 리듬파트가 진행되는 여백이 인상적인 '보이스카웃', 섬세한 어레인지가 돋보이는 발라드 '산불'은 적절한 숙연함을 지니고 있다.
앨범이 진행되면 될수록 감정의 농도가 깊어져 간다. 가녀린 떨림과 노이즈 피드백의 율동감이 양립하는 'Stay', 그리고 앨범에서 가장 많은 이들에게 애호됐던 '불꽃놀이'에 들어선다. '불꽃놀이'는 대중 가요의 문법을 유지 및 보수하는 데에 있어 그가 얼마나 탁월한지를 보여주는 증거물이다. 곡의 가사에 "비 내리는 호남선"이라는 부분이 존재하는데 실제로 조월은 아주 오래전에 '남행열차'를 커버했던 바 있다. 이후 5분여 동안 펼쳐지는 이름없는 여운 역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행복하지만 치열하게 기억하고 있던 90년대의 어떤 뒤틀린 잔향 같은 것들을 떠올리게끔 한다.
앨범이 공개된 지 10년 이상이 흘렀고 많은 것들이 왔다가 사라졌다. 그 정도의 시간이 지난 어떤 음악들 중에는 시대와 상관없이 존재하는 것들이 있다. 시간의 개입 자체가 의미가 없는 것들이고, 그런 것들 중 몇몇은 걸작이라 부를 것이다. 꼭 걸작이 아니라 하더라도 긴 시간이 지나가는 동안 무심하게 한 켠에 자리잡고는 새로운 시대의 누군가를 끊임없이 만나게 된다.
[네가이곳에서보게될것들]은 칠흑 같은 한밤 중 아득하게 불에 타 들어가는 풍경의 갈무리다. 간간히 들리는 몇몇 잔향들은 타고 남은 하얀 재가 날리는 것 같아 보일 지경이다. 무엇이 불에 타고 있는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그 무렵 언젠가 우리가 그리워하게 될 지금 같은 것이 거기에 놓여있다. 10여년이 흘렀음에도 계속 이 음악을 들을 수 있음에, 세월에 관계없이 CD장 한 켠에 여전히 이 음반이 존재하고 있음에 감사한다.
한상철
Distributed by MOrecor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