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The Other Boleyn Girl (Original Motion Picture Soundtrack)
Paul Cantel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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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앨범 평점 5/ 13명
  • 발매일 : 2008.02.26
  • 발매사 : Universal Music Group
  • 기획사 : Varese Sarabande
영화 [잠수종과 나비]를 통해 평단의 호평을 받았던 폴 챈텔론의 누구도 예상치 못한 수작, [천일의 스캔들] OST!

앤 볼린(나탈리 포트만 분)의 일생은 수세기 동안 영국 역사상의 인문학자들을 매료시켰다. 헨리 8세의 두 번째 아내로서, 앤은 1533년 영국의 여왕에 즉위해 나중에 엘리자베스 1세가 되는 딸을 낳았다. 하지만 불륜과 상피(相避) 그리고 대역죄로 고발돼 1536년 참수형에 처해졌다. 그 뿐만 아니라, 그녀는 영국 교회의 창립에 간접적으로 책임을 맡았다. 감독 저스틴 채드윅의 호화스러운 영화, [천일의 스캔들](The Other Boleyn Girl)은 필리파 그레고리의 소설에 근거해 앤과 그의 자매 메리의 인생과 그들을 헨리 8세의 궁정에서 호적수가 되도록 이끈 정치적이고 성적인 음모를 탐구한다. 영화는 나탈리 포트만이 앤, 스칼렛 요한슨이 메리, 에릭 바나가 헨리 역으로 나와 주연을 열연했고 데이비드 모리시, 마크 릴랜스,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조연으로 극에 힘을 보탰다.

동류의 화려한 시대의상의 로맨틱 드라마 영화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과 같이, 챈텔론의 스코어는 톤과 스타일 면에서 고전음악의 방식을 따랐다. 전통적인 실내악 규모의 앙상블을 사용하고 오로지 풍부하고 고풍스러운 오케스트라 작법에 역량을 집중했다. 그는 하프, 류트(14-17세기 현악기), 침발롬, 그리고 튜더 시대를 환기하는 악기들을 때로 도입해 다소의 르네상스 악풍을 스코어에 주입하려고 했다. 하지만 챈텔론의 전반적인 음악은 모던하고 서구적인 클래식 스타일로 포장되었다. 이는 실로 만족스럽다. 향기 그윽하고 화려하게 장식한 테마들은 신파조 없이 극적이다.

그리고 그러한 바탕 위에 고유의 영국식 음악을 가미했다. 구체적으로 묘사하긴 어렵지만 음악을 들으면 즉시 감지하게 될 것이다. 거기엔 랄프 본 윌리엄스의 목가적인 스타일과 조르즈 들르뤼의 우아한 로맨스가 함께 자리하고 있다. 감미로운 ‘Opening Title’은 그 방증. 아름답게 감수성이 강한 오보에 테마를 특징 삼은 곡은 결국 황홀해지는 피아노 멜로디로 진다. ‘Mary and Henry’는 현악을 위한 눈부신 악곡, 아늑하고 감미로운 목관악기와 희미하게 빛나는 하프 앙상블은 우아한 로맨스를 의미한다. ‘Anne Returns’는 기타독주와 피아노독주의 솜씨 좋은 경합을 들려준다. 그리고 ‘Anne Charms Henry’는 희미한 이국적 결기를 특징으로 한 매혹적인 곡. 뱀을 부리는 인도악사가 음험한 유혹을 하듯 교묘한 오보에 연주가 압권이다. ‘Mary leaves court’의 비탄조는 감미로운 듯 씁쓸하고 매력적이지만 동시에 가엾은 슬픔이 배어 나온다.

그렇다고 [천일의 스캔들]의 음악이 완전히 매우 수사적인 로맨스에 한정된 다는 건 아니다. ‘Going to Court’와 같은 큐들은 증대하는 퍼커션의 등장과 더불어 더 활기차고 힘찬 효과를 준다. 그리고 ‘Anne’s Coronation’은 핸델(Handel)의 악풍을 연상시키는 환희의 합창곡이다. 한편 ‘Anne’s Secret Marriage’, ‘Anne is Exiled’ 그리고 ‘Mary Lies for Anne’와 같은 곡들은 그늘진 암흑의 음조를 특징으로 암시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곡들은 또한 스코어의 후반부에 특성을 부여한다.

‘Queen Katherine’s Trial’은 고귀한 단념과 격렬한 비애의 인상으로 가득 찬 매력적으로 실감나는 악곡. 이는 균등하게 현저한 ‘Banished’로 연계된다. ‘Anne Conspires’는 동요시키는 트레몰로 스트링에 의해 토대를 보강하는 위협적인 악곡. 한편 스코어의 대단원 ‘Anne and George’, ‘Guilty’, ‘The Execution’ 그리고 ‘Finale’는 격정적으로 아름다운 4중주의 곡으로 압도적으로 슬픔에 잠긴 스트링 기반 큐들이다. 우단을 씌운 비탄의 감정을 두텁게 쌓아 올리는 악곡들은 정교하진 않지만 부인할 수 없는 감정적 효과로 가득하다. 짧은 이력에도 불구하고 챈텔론은 이 영화에서 환상 그 자체인 실력발휘를 했다. 극찬 받아 마땅하다. 톤을 억제하면서 고전음악의 우아한 기품을 일관되게 가져간 음악은 산뜻하고 지적으로 자극한다. 강한 주제선율 그리고 선명하고 지극히 명확한 오케스트레이션이 마음을 사로잡는 스코어는 특히 조르즈 들르뤼, 존 베리, 패트릭 도일 그리고 조지 펜튼과 같은 작곡가들의 음악매혹에 빠진 영화음악팬이라면 꼭 챙겨야 할 수작. 장차 작곡가 폴 챈텔론의 동향에 관심을 집중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예상치 않은 충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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