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Lovers, Tales & Dances
Dominick Farinacci
앱에서 듣기
  • 앨범 평점 4/ 7명
  • 발매일 : 2009.02.24
  • 발매사 : 강앤뮤직 (Kang & Music)
  • 기획사 : KOCH Records
시공을 뛰어넘어 누구든 공감할 만한 가치와 매력을 지닌 사운드, 도미니크 파리나치의 가을밤을 적시는 연주!

2003년부터 총 7매의 앨범을 발표하며 2008년 7월 Juilliard Jazz All Stars의 멤버로 한, 일 아시아 투어를 통해 내한하여 큰 인상을 심어주었던 그가 자국 레이블인 코치에서 발표한 2009년 야심작 [Lovers, Tales & Dances]. 조 로바노와 조 락, 케니 배런, 제임스 지너스, 마크 존슨과 루이스 내쉬가 참여한 초호화 세션! 피아졸라의 명곡 ’Libertango’, 클리포드 브라운과 헬렌 메릴이 남긴 녹음을 연상케 하는 ’Estate’, 자크 브렐 원작의 ’Ne Me Quitte Pas’와 푸치니 원작의 ’E Lucevan Le Stelle(별은 빛나건만)’ 등 총 12곡 수록!
그가 처음 재즈인들에게 회자되기 시작한 건 트럼페터 윈튼 마살리스를 통해서다. 약 10년 전, 클리블랜드에서 연주하던 15세의 도미니크 파리나치는 전통의 기치를 드높이던 윈튼 마살리스의 눈에 띄었고, 뉴욕으로 건너와 줄리어드음대에 입학할 수 있었다. 학업은 착실히 진행됐다. 그리고 이내 일본의 제작자들이 눈독을 들이기에 이르렀다. 아직 우리에게 공식적으로 소개되지는 못했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도미니크 파리나치는 일본의 제작사에서 여러 앨범을 발표하게 됐다. 워낙 재즈의 전통미에 집착이 큰 일본인들인지라, 이에 합당한 대중적 지지도 뒤따랐다. 그리고 이제 코치(Koch) 레이블과 계약을 맺어 그의 인생을 바꿔준 뉴욕에 안착하게 된 것이다. 코치에서 제작한 첫 앨범의 타이틀은 [Lovers, Tales & Dances]. 여기에 등장하는 세 단어가 작품의 성격을 더없이 잘 드러낸다. 우아하고 사랑스러우며 따스한 이야기들이 귀를 거스르지 않는 리듬 속에 차분히 전개된다.
도미니크 파리나치의 음악과 이 앨범은 우리가 최종적인 휴식의 시간에 택할 수 있는, 부정할 수 없이 안정적인 카드다. 더구나 실제 나이보다 갑절은 됐음직한 연주를 들려주는 그에게 또 다른 잣대를 들이미는 것은 과도한 욕심에 불과하다. 지금 이 정도만 가지고도 우리는 만족할 만한 표정을 지어보일 수 있다는 뜻이다. 신예 보컬리스트 힐러리 코울(Hilary Kole)이 함께한 ‘Estate’는 마치 클리포드 브라운과 헬렌 메릴(Helen Merrill)이 1954년에 남긴 녹음을 연상케 하고, 수없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온 자크 브렐(Jacques Brel) 원작의 ‘Ne Me Quitte Pas’와 푸치니 원작의 ‘E Lucevan Le Stelle(별은 빛나건만)’은 다친 심신을 달래기에 매우 좋다. 이런 시도는 지난 몇 년간 많은 인기를 끌었던 트럼페터 크리스 보티(Chris Botti)의 앨범들을 떠올리게 하는데, 그가 팝적인 흐름에 기울어 있는 반면 도미니크 파리나치는 웬만한 시류의 위압에 끄떡도 하지 않을 태세다. 아직 작곡가로 짙은 인상을 남기지는 않고 있지만, 앨범에 실린 도미니크 파리나치의 창작곡들(‘Vision’과 ‘Silent City’)도 간과할 수 없다. 모두 멜로디의 흐름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 결과이며, 이반 린스(Ivan Lins) 원작의 ‘Love Dance’와 조 락이 편곡을 맡은 류이치 사카모토 원작의 ‘Bibo No Aozora’도 마찬가지로 아름다운 주제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앨범의 지향과 발길을 같이 한다. 상대적으로 프리 재즈의 전설 오넷 콜먼(Ornette Coleman)의 대표곡 중 하나인 ‘Lonely Woman’을 연주한 것은 거장에 대한 일종의 오마주로 보인다. 이 곡에서 도미니크 파리나치는 원곡의 이미지에 손을 많이 대지 않고 조 로바노와 함께 본연의 매력을 고스란히 소화해냈다. ‘Don’t Explain’과 대비를 이루는 퀸시 존스(Quincy Jones) 원작의 ‘The Pawnbroker’는 수록곡 중에서 가장 큰 편성으로 녹음됐으며, 무리 없는 솔로와 편곡으로 앨범의 차분한 마무리를 꾀하려는 제작진의 의도를 엿보게 한다.
여지없이 올해도 싸늘한 바람이 다시 불어오기 시작한다. 그 어느 때보다 안식과 위로가 필요한 이즈음, 너나 할 것 없이 감성의 변화에 몸 둘 바 몰라 하며 무언가, 혹은 누군가 곁에 두고 싶은 시절이다. 그것이 누구보다 먼저 우리의 마음을 잘 알고 이해해주는 존재라면 더없이 좋겠다. 도미니크 파리나치는 이 앨범의 발표에 임하며 다음과 같이 자신의 심정을 밝혔다―“이 곡들은 지난 몇 년 간 제 마음에 가장 가까이 다가와 있던 것들입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작곡가들인 남긴 곡들이죠. 그들이 지니고 있던 아름답고 서정적인 면을 잘 담고 있어요. 나는 이 곡들을 통해 내게 많은 영향을 주었던 이들의 흔적을 담고 싶었습니다.” 가을밤을 위해 이 신성新星의 나팔소리는 분명 유효한 선택이다. 여기에는 시공을 뛰어넘어 누구든 공감할 만한 가치와 매력이 깃들어 있다. 보기 드물게 성숙한 시선을 지닌 트럼페터 도미니크 파리나치. 우리가 그의 이름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다.
앨범 전체 앱에서 듣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