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 It
- 스왈로우
- 앨범 평점 4.5/ 62명
- 발매일 : 2009.10.20
- 발매사 : Mirrorball Music(미러볼뮤직)
- 기획사 : 샤레이블
우리가 만나고 싶었던, 바로 그 음악! 스왈로우 [It]
2007년 2월,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을 하루 앞두고 선정 위원회가 수상자를 결정하는 회의를 가졌다. 늘 가장 큰 상인 '올해의 앨범'이 처절한 갑론을박의 대상이 되곤 했다. 하지만 이 해는 달랐다. 전체 선정위원을 대상으로 한 1차 투표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앨범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결과에 딴지를 건다는 건, 말하자면 룩셈부르크 정도의 소국이 미국에게 시비를 거는 것과 다름없었다. 하여, 2007년 대중음악상 '올해의 앨범'은 너무나 쉽게 결정됐다. 스왈로우의 두번째 앨범 [Aresco]였다. 허클베리핀의 리더 이기용의 솔로 프로젝트인 스왈로우는 그렇게 한국의 대중음악 전문가들에게 압도적으로 인정받았다. 햇수로 3년, 그 사이에 이기용은 허클베리핀의 네번째 앨범을 냈다. 그리고 스왈로우의 세번째 앨범으로 돌아왔다.
허클베리핀의 데뷔가 1998년, 10년 만에 총 일곱 장의 앨범을 발표한 셈이다. 한국 인디 역사상 유래 없는 왕성한 창작력이다. 하지만 어느 한 장 허투루지 않았다. 허클베리핀의 데뷔 앨범 [18일의 수요일]이 2년 전 각계각층의 음악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에 선정된 걸 포함해서 그간 발표한 여섯 장의 앨범은 단 한 번도 졸작, 아니 범작의 부류에 들어간 적이 없다. 다른 1세대 인디 밴드들이 그 음악성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부침을 겪어왔음을 떠올린다면, 적어도 꾸준함에 있어서는 허클베리핀과 스왈로우, 두 유닛을 이끌고 있는 이기용은 한국 프로야구의 삼성 라이온스 같은 존재다. 써놓고 보니 적절한 비유는 아니다. 올 시즌 삼성 라이온스는 실로 오랜만에 4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스왈로우의 3집 는 1집과 2집을 넘어서는, 또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앨범이기 때문이다.
스왈로우의 일관된 노선은 어쿠스틱이었다. 자신만의 포크를, 자신의 목소리로 부르고 싶어서 시작한 프로젝트였다. 1집은 딱 그 노선에 충실했다. 비트 해프닝, 피시만즈등 이기용 개인에게 영향을 미쳤던 음악들을 토대로 한 미니멀 사운드가 담겨있던 게 [Sun Insane]이었다. 코드는 단순했고 사운드는 투박했으며 노래는 오직 이기용의 목소리뿐이었다. 그리고 2집 [Aresco]에서는 역시 어쿠스틱한 사운드라는 기조 하에 바이올린을 중심으로 한 풍성한 멜로디가 얹혀있는 앨범이었다. 그 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름만 걸고 시작하다시피 했던 자체 레이블, 샤에서는 허클베리핀과 루네의 앨범을 냈다. 음악에만 전념하기 위해 홍대 앞에 '바 샤'라는 가게를 냈고, 이 가게는 뮤지션을 비롯한 문화계 인사들의 살롱이 됐다. 허클베리핀의 [환상...나의 환멸]이 밴드의 리더로서, 그 모습을 보여주는 앨범이었다면 스왈로우의 [It]은 이기용 개인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그러나 스왈로우의 기조, 즉 어쿠스틱 사운드를 중심에 둔다는 점에서는 한결같은 앨범이기도 하다.
이 앨범을 팝이라 규정한다 하여, 그게 곧 타협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전혀, 그렇지 않다. 최근의 인디 팝 하면 주로 떠오르는, 크리스피 도넛 한 박스를 먹은 듯 혀가 아릴 정도의 그 달달함과 깃털만 달아도 능히 공중부양이 가능할 것 같은 가벼움은 [It]과는 서울과 부에노스 아이레스만큼이나 멀고멀다. 첫 곡 'Show'에서 끝 곡 '비늘'에 이르는 흐름은 한결같다. '비늘'은 초창기 기타 노이즈를 통해 뿜어내던 록의 에너지를, 어쿠스틱 기타와 신시사이저로 치환시킨 차분한 격렬이다. '죽이다' '자폐'같은 초기 곡들에 대한 10년 후의 대답이다. 10년 전과 똑같은 얘기만 하고 있으면 정체가 되고, 10년 전의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으면 변절이 된다. 그 정도의 시간을 잘 저어 왔을 때, 인간은 비로소 한결같되 여유로워진다. [It]에 밝음과 진정성이 공존할 수 있는 이유는 그 시간의 흐름이 잘 버무려져있을 것이다. 밤이 낮이 되어 해가 드리워진다 해도, 나무는 한 자리에 머문다. [It]은 어두운 새벽에서 출발한 스왈로우, 즉 이기용의 세월이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땅 깊은 곳에서 맑은 물을 빨아올리며 자라온 나무처럼 흘러왔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다른 훌륭한 1세대 뮤지션들과 마찬가지로, 늙지 않되 여유를 얻은 중견이 되었음을 말해주는 음악이다. 늦여름의 활엽수마냥 풍성하고 여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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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2월,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을 하루 앞두고 선정 위원회가 수상자를 결정하는 회의를 가졌다. 늘 가장 큰 상인 '올해의 앨범'이 처절한 갑론을박의 대상이 되곤 했다. 하지만 이 해는 달랐다. 전체 선정위원을 대상으로 한 1차 투표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앨범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결과에 딴지를 건다는 건, 말하자면 룩셈부르크 정도의 소국이 미국에게 시비를 거는 것과 다름없었다. 하여, 2007년 대중음악상 '올해의 앨범'은 너무나 쉽게 결정됐다. 스왈로우의 두번째 앨범 [Aresco]였다. 허클베리핀의 리더 이기용의 솔로 프로젝트인 스왈로우는 그렇게 한국의 대중음악 전문가들에게 압도적으로 인정받았다. 햇수로 3년, 그 사이에 이기용은 허클베리핀의 네번째 앨범을 냈다. 그리고 스왈로우의 세번째 앨범으로 돌아왔다.
허클베리핀의 데뷔가 1998년, 10년 만에 총 일곱 장의 앨범을 발표한 셈이다. 한국 인디 역사상 유래 없는 왕성한 창작력이다. 하지만 어느 한 장 허투루지 않았다. 허클베리핀의 데뷔 앨범 [18일의 수요일]이 2년 전 각계각층의 음악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에 선정된 걸 포함해서 그간 발표한 여섯 장의 앨범은 단 한 번도 졸작, 아니 범작의 부류에 들어간 적이 없다. 다른 1세대 인디 밴드들이 그 음악성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부침을 겪어왔음을 떠올린다면, 적어도 꾸준함에 있어서는 허클베리핀과 스왈로우, 두 유닛을 이끌고 있는 이기용은 한국 프로야구의 삼성 라이온스 같은 존재다. 써놓고 보니 적절한 비유는 아니다. 올 시즌 삼성 라이온스는 실로 오랜만에 4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스왈로우의 3집 는 1집과 2집을 넘어서는, 또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앨범이기 때문이다.
스왈로우의 일관된 노선은 어쿠스틱이었다. 자신만의 포크를, 자신의 목소리로 부르고 싶어서 시작한 프로젝트였다. 1집은 딱 그 노선에 충실했다. 비트 해프닝, 피시만즈등 이기용 개인에게 영향을 미쳤던 음악들을 토대로 한 미니멀 사운드가 담겨있던 게 [Sun Insane]이었다. 코드는 단순했고 사운드는 투박했으며 노래는 오직 이기용의 목소리뿐이었다. 그리고 2집 [Aresco]에서는 역시 어쿠스틱한 사운드라는 기조 하에 바이올린을 중심으로 한 풍성한 멜로디가 얹혀있는 앨범이었다. 그 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름만 걸고 시작하다시피 했던 자체 레이블, 샤에서는 허클베리핀과 루네의 앨범을 냈다. 음악에만 전념하기 위해 홍대 앞에 '바 샤'라는 가게를 냈고, 이 가게는 뮤지션을 비롯한 문화계 인사들의 살롱이 됐다. 허클베리핀의 [환상...나의 환멸]이 밴드의 리더로서, 그 모습을 보여주는 앨범이었다면 스왈로우의 [It]은 이기용 개인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그러나 스왈로우의 기조, 즉 어쿠스틱 사운드를 중심에 둔다는 점에서는 한결같은 앨범이기도 하다.
이 앨범을 팝이라 규정한다 하여, 그게 곧 타협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전혀, 그렇지 않다. 최근의 인디 팝 하면 주로 떠오르는, 크리스피 도넛 한 박스를 먹은 듯 혀가 아릴 정도의 그 달달함과 깃털만 달아도 능히 공중부양이 가능할 것 같은 가벼움은 [It]과는 서울과 부에노스 아이레스만큼이나 멀고멀다. 첫 곡 'Show'에서 끝 곡 '비늘'에 이르는 흐름은 한결같다. '비늘'은 초창기 기타 노이즈를 통해 뿜어내던 록의 에너지를, 어쿠스틱 기타와 신시사이저로 치환시킨 차분한 격렬이다. '죽이다' '자폐'같은 초기 곡들에 대한 10년 후의 대답이다. 10년 전과 똑같은 얘기만 하고 있으면 정체가 되고, 10년 전의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으면 변절이 된다. 그 정도의 시간을 잘 저어 왔을 때, 인간은 비로소 한결같되 여유로워진다. [It]에 밝음과 진정성이 공존할 수 있는 이유는 그 시간의 흐름이 잘 버무려져있을 것이다. 밤이 낮이 되어 해가 드리워진다 해도, 나무는 한 자리에 머문다. [It]은 어두운 새벽에서 출발한 스왈로우, 즉 이기용의 세월이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땅 깊은 곳에서 맑은 물을 빨아올리며 자라온 나무처럼 흘러왔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다른 훌륭한 1세대 뮤지션들과 마찬가지로, 늙지 않되 여유를 얻은 중견이 되었음을 말해주는 음악이다. 늦여름의 활엽수마냥 풍성하고 여유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