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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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변의 알파카 낭독 2/2
- Goldendoodle
- 해변의 알파카
새로운 메시지가 들어왔다. 알파카 님이 캘리포니아 산타 크루즈 해변에 있습니다. 알파카는 혼자서 서핑을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서프보드 위에 네 발로 서있더니, 파도가 밀려오자 앞발을 들고 뒷발로 일어서서 멋지게 넘어가는 것이었다.
알파카!
어어, 안녕!
이제는 파도 잘 타네?
응, 많이 익숙해졌어
재밌기도 하고
다행이다
전에는 좀 불쌍해 보였어
언제?
페루에서
뭐, 처음엔 다 힘든 법이지
산타 크루즈에는 웬일이야?
엘에이에 갔다가 너무 힘들어서
산 호세로 돌아가고 있었는데
길을 잃어버렸어
응? 산 바르톨로가 아니라?
요즘 세상에 알파카는
어디에나 있잖아
호주에는 없던데
근데 여기서
산 호세로 가는 길 알아?
찾아볼게
산타크루즈 메트로 센터
퍼시픽 스테이션으로 가서
17번 버스를 타
1시간 9분 걸리고
요금은 7달러래
고마워
근데 너 한국 사람이지?
응 왜?
한국을 대표하는 동물이
호랑이야?
글쎄, 호돌이는 호랑이니까
호돌이?
그런 게 있었어
올림픽 마스코트
근데 왜?
지금 누가 여기서
호랑이랑 서핑을 하고 있는데
등에 태극기가 붙어 있네
회사에 갔더니 의자가 없었다. 나는 어리둥절하여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사무실 사람들은 모니터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키보드를 두드리거나 수화기를 들고 통화를 하거나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벌떡 일어나 서류를 들고 복사기를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모두들, 내 눈을 피하고 있었다.
어째서 출근 시간 10분 전에 사람들이 다 와 있고, 왜 이렇게 바빠졌는지도 알 수 없는 노릇이었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내 의자였다. 나는 과장 앞으로 갔다.
- 사장님 지시라네. 의자를 하나 줄이고, 제일 늦게 출근하는 사원은 서서 일하라는 거야.
- 정 대리에게는 연락이 가지 않았나. 왜 그랬지? 페이스북으로 다 알렸는데. 뭐? 페이스북을 안한다고? 살다 살다 별 소리를 다 듣는구만. 사지 멀쩡한 젊은이가 왜 페이스북을 안 해?
- 서서 일하는 게 몸에도 좋다고 하더군. 페이스북 코리아도 그렇게 한다던데. 오래 앉아 있으면 척추가 비틀어진대요. 직원이 건강해야 회사가 잘 되지.
- 정 대리 그거 알고 있나? 어니스트 헤밍웨이, 벤저민 프랭클린, 토마스 제퍼슨, 그리고 누구더라... 아 그래 윈스턴 처칠도 책상 앞에 서서 일을 했다고 하네. 처칠 수상은 노벨 문학상도 받은 사람 아닌가. 우리나라에는 노벨상 받은 사람이 아직 한 명도 없는데 말이야.
- 그런데 정 대리는 왜 페이스북을 안 하나? 카카오톡은 하나? 아, 그러고 보니 카카오톡 회사에서도 서서 일한다더군.
- 스탠딩 책상을 구입하기로 했는데 경리과에서 예산이 늦게 나와서 말이야. 다음 달에 들어온다고 하네.
- 그리고 다다음 달에는 말이야. 사무실에 사이클 머신도 들어온다고 하네. 서 있다가 힘들면 자전거 타면 되고. 박 대리 허리 튼튼해지면 정 대리도 좋겠구만. 핫핫핫.
- 아아, 농담이야 농담. 그런데 정 대리, 정 서 있기 싫으면 박 대리 무릎 위에라도 앉지 그러나. 어차피 결혼할 사이면서. 헛헛헛.
- 이봐. 왜 이러는 거야? 더 이상 나 곤란하게 하지 말게. 어이, 박 대리. 이리 좀 와보게. 데리고 나가서 진정 좀 시켜.
의자는 아무도 앉아 있지 않아도
여전히 그대로 의자예요
하지만 의자는 집과는 다르고
집은 이제 집이 아니에요? 꼭 껴안아 줄 사람이 없다면
잠들며 입 맞출 사람이 없다면
방은 그 안에 어둠뿐이어도
여전히 그대로 방이죠
하지만 방은 집과는 다르고
집은 이제 집이 아니에요
우리 두 사람이 헤어졌다면
한 사람의 마음이 아프다면
이따금 나는 당신의 이름을 불러요
그러면 어느새 당신의 얼굴이 나타나죠
하지만 그것은 무모한 장난이에요
끝이 날 때는 눈물로 맺으니까요
그대여 제발 부탁해요? 실수 한 번으로 우리를 갈라놓지 말아요
나는 혼자 살아갈 수 없어요
이 집을 다시 집으로 만들어줘요
내가 계단을 올라 열쇠를 돌리면
아 제발 우리 사랑했던 그대로 있어줘요
옆으로 돌아 누웠다. 눈앞에 의자가 보인다. 의자는 집과 다르다. 방도 집과는 다르다. 집은 이제 집이 아니다. 어디에도 몸을 둘 곳이 없는 것만 같아 어떻게 누워도 불편하기만 하다.
새로운 그림이 올라왔다. 알파카 님이 앨리스 님과 함께 이상한 나라에 있습니다. 올라온 그림은 존 테니얼이 그린 마흔두 장의 삽화 중 여덟 번째, 도도새가 앨리스에게 골무를 주는 장면이었다. 그러고 보니 저 뒤쪽에 알파카의 귀 같은 것이 어렴풋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앨리스는 코커스 경주에서 우승을 해서 원래 자기 것이었던 골무를 상으로 받았다. 다른 동물들도 모두 우승을 해서 앨리스에게 사탕을 받았다. 아마 알파카도 사탕을 받았을 것이다.
알파카는 왜 거기로 갔을까. 어쩌면 서핑을 하다가 몸이 젖어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코커스 경주는 몸을 말리는 가장 좋은 방법이니까.
이상한 나라로 가고 싶다. 만약 지금 주머니 달린 조끼를 입은 토끼 한 마리가 내 앞에 나타나, ‘아, 이런 이러다 늦겠군’하고 중얼거리고는, 주머니에서 회중시계를 꺼내 시간을 본 다음, 내가 알지 못하는 어느 구멍으로 쏙 들어간다면, 나는 그 뒤를 따라갈 수 있을까?
비행기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배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기차도 버스도 자동차도 자전거도 안 된다. 걸어가는 것조차 어렵다.
사랑을 하게 되면 뭐 좋은 거라도 나오나요?
부풀어 오른 마음을 터뜨리는 남자
바늘을 들고 오는 남자가 고작이에요
다시는 절대로 사랑하지 않을래
? 남자에게 키스를 하면 뭐 좋은 일이라도 생기나요?? 세균을 잔뜩 먹어서 폐렴에 걸리게 되죠
그런 다음에 남자는 절대로 전화하지 않아요
다시는 절대로 사랑하지 않을래
저기 당신 나에게 일일이 설명하려고 들지 말아요
나도 다 겪어 본 일이고 지금은 정말로 후련해요
당신에게도 걸려 있는 그런 올가미에서 빠져나왔다구요
그래서 내가 지금 차근차근 얘기해주고 있잖아요
사랑을 하게 되면 뭐 좋은 거라도 나오나요?
거짓말과 고통과 슬픔이 생겨날 뿐이죠
그러니 정말 오늘만이라도
다시는 절대로 사랑하지 않을래
새로운 링크가 올라왔다. 알파카 님이 I’ll never fall in love again의 스물두 번째 아포스트로피 속에 있습니다. 나는 노래를 부르며 하나하나 세어 본다. 댓츠, 아일, 아일, 히일, 아일, 돈트, 아일, 돈트, 왓츠, 코즈, 아이브, 아임, 아임, 아임, 아일, 아일, 아임, 아임, 아일, 돈트, 아일 그리고 아일.
나는 마지막 아포스트로피에 손을 가져간다. 그리고 조금 망설이다가 손가락 끝으로 파란 하이퍼링크에 닿았다. 이대로 어디론가 멀리 떠나고 싶다.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 나가서, 온 세상 알파카들을 다 만나고 싶다. 계속 그렇게 숫자를 세어 가며 노래를 부르다 보면, 어느 순간 마지막 아포스트로피 속으로 들어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알파카!
어어, 안녕!
이제는 파도 잘 타네?
응, 많이 익숙해졌어
재밌기도 하고
다행이다
전에는 좀 불쌍해 보였어
언제?
페루에서
뭐, 처음엔 다 힘든 법이지
산타 크루즈에는 웬일이야?
엘에이에 갔다가 너무 힘들어서
산 호세로 돌아가고 있었는데
길을 잃어버렸어
응? 산 바르톨로가 아니라?
요즘 세상에 알파카는
어디에나 있잖아
호주에는 없던데
근데 여기서
산 호세로 가는 길 알아?
찾아볼게
산타크루즈 메트로 센터
퍼시픽 스테이션으로 가서
17번 버스를 타
1시간 9분 걸리고
요금은 7달러래
고마워
근데 너 한국 사람이지?
응 왜?
한국을 대표하는 동물이
호랑이야?
글쎄, 호돌이는 호랑이니까
호돌이?
그런 게 있었어
올림픽 마스코트
근데 왜?
지금 누가 여기서
호랑이랑 서핑을 하고 있는데
등에 태극기가 붙어 있네
회사에 갔더니 의자가 없었다. 나는 어리둥절하여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사무실 사람들은 모니터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키보드를 두드리거나 수화기를 들고 통화를 하거나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벌떡 일어나 서류를 들고 복사기를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모두들, 내 눈을 피하고 있었다.
어째서 출근 시간 10분 전에 사람들이 다 와 있고, 왜 이렇게 바빠졌는지도 알 수 없는 노릇이었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내 의자였다. 나는 과장 앞으로 갔다.
- 사장님 지시라네. 의자를 하나 줄이고, 제일 늦게 출근하는 사원은 서서 일하라는 거야.
- 정 대리에게는 연락이 가지 않았나. 왜 그랬지? 페이스북으로 다 알렸는데. 뭐? 페이스북을 안한다고? 살다 살다 별 소리를 다 듣는구만. 사지 멀쩡한 젊은이가 왜 페이스북을 안 해?
- 서서 일하는 게 몸에도 좋다고 하더군. 페이스북 코리아도 그렇게 한다던데. 오래 앉아 있으면 척추가 비틀어진대요. 직원이 건강해야 회사가 잘 되지.
- 정 대리 그거 알고 있나? 어니스트 헤밍웨이, 벤저민 프랭클린, 토마스 제퍼슨, 그리고 누구더라... 아 그래 윈스턴 처칠도 책상 앞에 서서 일을 했다고 하네. 처칠 수상은 노벨 문학상도 받은 사람 아닌가. 우리나라에는 노벨상 받은 사람이 아직 한 명도 없는데 말이야.
- 그런데 정 대리는 왜 페이스북을 안 하나? 카카오톡은 하나? 아, 그러고 보니 카카오톡 회사에서도 서서 일한다더군.
- 스탠딩 책상을 구입하기로 했는데 경리과에서 예산이 늦게 나와서 말이야. 다음 달에 들어온다고 하네.
- 그리고 다다음 달에는 말이야. 사무실에 사이클 머신도 들어온다고 하네. 서 있다가 힘들면 자전거 타면 되고. 박 대리 허리 튼튼해지면 정 대리도 좋겠구만. 핫핫핫.
- 아아, 농담이야 농담. 그런데 정 대리, 정 서 있기 싫으면 박 대리 무릎 위에라도 앉지 그러나. 어차피 결혼할 사이면서. 헛헛헛.
- 이봐. 왜 이러는 거야? 더 이상 나 곤란하게 하지 말게. 어이, 박 대리. 이리 좀 와보게. 데리고 나가서 진정 좀 시켜.
의자는 아무도 앉아 있지 않아도
여전히 그대로 의자예요
하지만 의자는 집과는 다르고
집은 이제 집이 아니에요? 꼭 껴안아 줄 사람이 없다면
잠들며 입 맞출 사람이 없다면
방은 그 안에 어둠뿐이어도
여전히 그대로 방이죠
하지만 방은 집과는 다르고
집은 이제 집이 아니에요
우리 두 사람이 헤어졌다면
한 사람의 마음이 아프다면
이따금 나는 당신의 이름을 불러요
그러면 어느새 당신의 얼굴이 나타나죠
하지만 그것은 무모한 장난이에요
끝이 날 때는 눈물로 맺으니까요
그대여 제발 부탁해요? 실수 한 번으로 우리를 갈라놓지 말아요
나는 혼자 살아갈 수 없어요
이 집을 다시 집으로 만들어줘요
내가 계단을 올라 열쇠를 돌리면
아 제발 우리 사랑했던 그대로 있어줘요
옆으로 돌아 누웠다. 눈앞에 의자가 보인다. 의자는 집과 다르다. 방도 집과는 다르다. 집은 이제 집이 아니다. 어디에도 몸을 둘 곳이 없는 것만 같아 어떻게 누워도 불편하기만 하다.
새로운 그림이 올라왔다. 알파카 님이 앨리스 님과 함께 이상한 나라에 있습니다. 올라온 그림은 존 테니얼이 그린 마흔두 장의 삽화 중 여덟 번째, 도도새가 앨리스에게 골무를 주는 장면이었다. 그러고 보니 저 뒤쪽에 알파카의 귀 같은 것이 어렴풋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앨리스는 코커스 경주에서 우승을 해서 원래 자기 것이었던 골무를 상으로 받았다. 다른 동물들도 모두 우승을 해서 앨리스에게 사탕을 받았다. 아마 알파카도 사탕을 받았을 것이다.
알파카는 왜 거기로 갔을까. 어쩌면 서핑을 하다가 몸이 젖어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코커스 경주는 몸을 말리는 가장 좋은 방법이니까.
이상한 나라로 가고 싶다. 만약 지금 주머니 달린 조끼를 입은 토끼 한 마리가 내 앞에 나타나, ‘아, 이런 이러다 늦겠군’하고 중얼거리고는, 주머니에서 회중시계를 꺼내 시간을 본 다음, 내가 알지 못하는 어느 구멍으로 쏙 들어간다면, 나는 그 뒤를 따라갈 수 있을까?
비행기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배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기차도 버스도 자동차도 자전거도 안 된다. 걸어가는 것조차 어렵다.
사랑을 하게 되면 뭐 좋은 거라도 나오나요?
부풀어 오른 마음을 터뜨리는 남자
바늘을 들고 오는 남자가 고작이에요
다시는 절대로 사랑하지 않을래
? 남자에게 키스를 하면 뭐 좋은 일이라도 생기나요?? 세균을 잔뜩 먹어서 폐렴에 걸리게 되죠
그런 다음에 남자는 절대로 전화하지 않아요
다시는 절대로 사랑하지 않을래
저기 당신 나에게 일일이 설명하려고 들지 말아요
나도 다 겪어 본 일이고 지금은 정말로 후련해요
당신에게도 걸려 있는 그런 올가미에서 빠져나왔다구요
그래서 내가 지금 차근차근 얘기해주고 있잖아요
사랑을 하게 되면 뭐 좋은 거라도 나오나요?
거짓말과 고통과 슬픔이 생겨날 뿐이죠
그러니 정말 오늘만이라도
다시는 절대로 사랑하지 않을래
새로운 링크가 올라왔다. 알파카 님이 I’ll never fall in love again의 스물두 번째 아포스트로피 속에 있습니다. 나는 노래를 부르며 하나하나 세어 본다. 댓츠, 아일, 아일, 히일, 아일, 돈트, 아일, 돈트, 왓츠, 코즈, 아이브, 아임, 아임, 아임, 아일, 아일, 아임, 아임, 아일, 돈트, 아일 그리고 아일.
나는 마지막 아포스트로피에 손을 가져간다. 그리고 조금 망설이다가 손가락 끝으로 파란 하이퍼링크에 닿았다. 이대로 어디론가 멀리 떠나고 싶다.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 나가서, 온 세상 알파카들을 다 만나고 싶다. 계속 그렇게 숫자를 세어 가며 노래를 부르다 보면, 어느 순간 마지막 아포스트로피 속으로 들어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멜론 님께서 등록해 주신 가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