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 정보

가수가 되다
김혁건(The Cross)
넌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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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나는 키 작고 공부도 못하고, 잘하는 거라고는 뛰어 노는 일 밖에 없었던 아이였다. 공부 잘하고 착한 형과 누나가 있었기에 막내였던 나는 마음껏 자유를 누릴 수 있었다. 하고 싶은 게 얼마나 많았던지 TV 속 마이클 잭슨이 을 부르는 모습을 보고는 반짝반짝 빛나는 옷을 입고 화려한 춤을 추는 가수가 되고 싶어 춤을 추다가, 지나가는 군인을 보고는 군인이 되고 싶어 나무 작대기를 총처럼 메고 다니곤 했다. 그런 내가 음악을, 노래를 사랑하게 된 것은 모두 우리 형 덕분이다. 그 시절 형은 선생님이 성악가를 권할 정도로 타고난 목소리가 좋고 노래도 굉장히 잘했었다. 늘 LP로 음악을 듣던 형 덕분에 나도 좋은 음악과 가까이 지낼 수 있었다. 가끔 형이 노래를 부를 때면 어설프게 형을 따라 하곤 했는데, 형은 그런 나를 보며 언제나 칭찬을 해주었다. 형이 칭찬을 해주는 날이면 꿈속에서도 행복했었고 노래를 부르는 것은 나의 즐거움, 행복이 되었다. 내 인생 최초의 음악 선생님은 바로 우리 형이다.
시간이 흘러 고등학생이 된 나는 노래 잘하는 아이로 유명해져 있었다. 우리 학교 축제 뿐 아니라 다른 학교 축제나 행사에도 초대받아 노래를 부르곤 했으니, 나는 내가 세상에서 가장 노래를 잘 부른다고 생각했었고 자신감은 하늘을 마구 찔러댔다. 내게 음악 그 이외의 것은 아무 것도 중요치 않았다. ‘공부하러’ 학교에 가는 게 싫어 친구들을 ‘만나러’ 학교에 ‘놀러’ 가거나 오전 내내 집에서 자다가 ‘점심을 먹으러’ 학교에 가곤 했었다. 오죽하면 선생님이 ‘혁건이 왔냐? 그럼 다 왔네’ 하며 허허. 웃곤 하셨다. 물론 웃음만으로 끝나지는 않았지만… 지금도 선생님들과 그 시절 이야기를 할 때면 선생님뿐 아니라 나도 함께 허허 웃곤 한다.
1998년, 음악과 친구만으로 모든 걸 가진 듯 행복했던 나는 출석체크가 끝나면 친구들과 담을 넘어 학교를 땡땡이치고, 자취하는 친구네 집에 우르르 몰려가 엄청난 양의 라면을 끓여먹고, 다 같이 만화책을 돌려보다 잠이 들어 집에 못 들어가기도 하고, 술이라는 걸 먹어보고 싶어 가발을 쓰고 대학교 축제에 가서 떡볶이에 소주를 마시던 귀여운? 학생이었다. 당시 대학로에는 외국 록 뮤직비디오를 종일 틀어주는 뮤직비디오 상영관이 있었는데, 친구들과 뮤직비디오 전문 채널이었던 MTV를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보다 밤늦게 집에 달려가곤 했었다. 주말이면 잔뜩 들떠서 청계천으로 ‘해적판 록뮤직 비디오테이프’를 사러 갔다. 그때 본 록 밴드 퀸, 스키드 로우의 공연 영상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 시절 록 밴드의 인기는 굉장했었는데, 신해철형님과 블랙홀은 모두의 우상이었고, 반 전체가 록 밴드에 심취해 교실에서 머리를 흔들어 대며 록 밴드 흉내를 내곤 했었다. 물론 S.E.S나 H.O.T와 같은 여러 아이돌들도 엄청난 인기였지만 남자 고등학교에서는 아이돌을 좋아하면 부끄럽다는 인식이 있던 때라 다들 록 음악을 고집했던 것 같다. 그렇게 록에 심취해 있던 1998년의 어느 늦은 밤,
나는 홍대의 어느 어두운 록 밴드 클럽에서 탈색한 긴 머리에 가죽바지, 홀로 외로이 앉아 담배를 피우는 로커를 만났다. 담담하게 성인인 척 맥주 한잔을 시켰다. 잠시 후 로커는 담배를 끄고 무대 위에 올랐다. 차가우면서도 우울했던 공간이 공연과 함께 뜨겁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땅을 울리는 음악소리에 발바닥에서 머리끝까지 전율이 일었다. 온 몸의 피가 마구 솟구쳐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아까 시킨 맥주를 단숨에 들이켰다. 어느새 고요해진 공연장엔 내 심장 소리만 가득했다.
내 안에 잠들어 있던 로커는 그렇게 깨어났다. 1998년 어느 늦은 밤, 뜨거운 어딘가에서
멜론 님께서 등록해 주신 가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