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 정보
- Mnet 뮤직 페스티벌 대상
- 김혁건(The Cross)
- 넌 할 수 있어
1999년, 스무 살이 된 나는 형의 추천으로 실용음악학원에서 본격적인 보컬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그 곳에서 한 친구를 만났는데 한 번 음악 이야기를 시작하면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로 잘 맞는 친구였다. 우리는 작사, 작곡, 편곡은 물론이오, 기타와 건반을 함께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곤 했다. 그리고 1999년, 그 친구와 나는, 이시하와 김혁건은 ‘더 크로스’라는 밴드를 결성했다.
아직 음반이 나오지도 않은 무명밴드였지만 몇몇 공연장에서 우리를 찾아주었었다. 노래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어찌나 신이 나던지 공연만 할 수 있다면 어디든지 달려가서 노래를 불렀다. 그러던 어느 날 시하가 갑자기 소개팅을 시켜준다며 근처 커피가게로 나를 불렀다. 소개팅!?! 한껏, 아니 조금 차려 입고 가게로 향했다. 도착해보니 여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그 혼자 배시시 웃으며 나를 반겨 주었다. “사실은…”
Mnet 뮤직 페스티벌 예선전에 참가 신청서를 내고서는 사실대로 말하면 내가 안나올까봐 거짓말을 했단다. 당시 록 스피릿이
충만했던 나는 로커는 평가 받을 수 없고 오로지 자신의 신념만으로 자유를 노래해야 한다! 라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 마음 졸이며 시하가 이 고집불통을 설득하느라 얼마나 진땀을 흘렸을까. 그렇게 예선전을 치르게 되었고 어찌됐든 우리는,
‘더 크로스’는 페스티벌에 참가하기로 마음을 모았고 연습을 시작했다. ‘내가 얼마나 잘하는지 들어봐라’ 오기와 패기 넘치던 스무 살이 떠오른다. 락밴드 B612의 <나만의 그대 모습>을 불러 본선을 통과했다. ‘노래만 부르고 돌아온다.’던 첫 마음은 시간이 지날수록 ‘잘하고 싶다.’로 변하더니 점점 욕심이 나기 시작했다. 결선 때는 우리가 만든 창작곡
“와아!!”
응? 객석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짜릿한 쾌감이 들었다. 나는 더 신이 나서 혼신의 힘을 다해 노래를 불렀다. 결과는… 대상… 대상? 응? 대상?!? 우리의 이름이 호명되자 심장이 놀라 멈출 뻔 했다. 하지만 내가 누구인가. 로커가 아닌가. 자존심을 지켜야지! 덤덤한 척 무대로 향했다.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이런 걸까. 사실, 그 날은 인생 최고의 날이었다. 상을 탄 것도 기뻤지만 공식적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것 같아, 스스로가 대견하기도 하고 시하한테 고맙기도 하고 외로웠던 어느 날이 떠오르기도 하고, 복잡 미묘한 기분이었다. 분명한 건 이 대회가 아니었다면 가수 김혁건은 없었을 거라는 것이다. 이 자리를 빌려 대상으로 뽑아주신 분들과 ‘더 크로스’를 응원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그리고 시하에게도. 친구가 몰래 냈었던 대회 신청서는 그렇게 행운의 신청서가 되었다.
멜론 님께서 등록해 주신 가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