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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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로스 실용음악학원
- 김혁건(The Cross)
- 넌 할 수 있어
그룹 탈퇴 후 솔로 1집을 발표하고 우연찮게 보컬 개인 레슨을 하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었다. 입소문을 듣고 학생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50명이 넘었다. 연습실을 얻고 강사선생님도 뽑았지만 많은 학생들을 지도하려면 더 큰 공간과 그에 맞는 교육체계가 필요했다.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수업을 할 수 있는 건물을 찾아 계약을 했다. 벽지를 골라 도배를 하고 가구와 기계를 들이고, 몰딩에 못 하나까지. 나의 손과 발, 땀과 마음을 담아, ‘크로스 실용음악학원’을 개원했다.
누군가 나를 믿고 따라준 다는 것은 스스로 더 성장할 수 있는 큰 힘이 되어준다. 학원은 나를 부지런하게, 아이들은 나를 따뜻한 사람으로 만들어주었다. 그들은 학생이었지만 친구였고 음악을 함께하는 나의 동료였다. 여름이면 친구들을 데리고 바닷가에 가서 실컷 노래를 불렀고, 겨울이면 산장을 빌려 여행을 떠났다. 연말에는 콘서트홀을 빌려 함께 공연을 했다. 한 사람이 아프면 모두 함께 울고, 작은 기쁨 하나로 전체가 행복했던 ‘크로스 실용음악 학원’은 나의 분신, 나의 삶이었다. 내 모든 것들을 전해주고 싶은 이들과 함께 했던 이곳은 내가 군대에 있을 때까지도 굳건했었지만, 사고 이후 모래성처럼 무너져버렸다. 병원에 있는 동안 학생들은 물론이고 강사들도 모두 떠났다. 힘겹게 쌓아 올린 곳이 한 순간에 사라지는 것을 보며 내 마음도 모래성처럼 무너졌다.
학원을 운영할 당시 매출이 꽤 높은 편이어서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었다. 가수 생활을 할 때에는 제대로 챙기지 못했던 가족들과, 음악을 하는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면서, 노래할 때와는 또 다른 행복을 느꼈다. 가족들과 연인과 함께 식사를 하는 주말이면 평생 이렇게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에 결혼을 꿈꾸곤 했다. 사랑하는 아내와 나의 아이, 소박한 우리만의 집… 철없던 내가 어느새 어른이 되어 화목한 가정이라는 새로운 삶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는, 정말이지 그때는 나의 새로운 그림을 완성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었다. 상상만으로도 행복한 그 꿈을.
지금도 포기한 건 아니지만 상황이 달라졌기에, 더는 꿈의 ‘완성’에 매달리지는 않는다. 우리의 꿈은 삶의 시간과 함께 변화한다. 가족을 책임지고 보호하고 싶다는 나의 꿈은 가족을 사랑하고 감사하는 꿈으로 바뀌었고, 한없이 스스로를 외롭게 만들던 남자는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남자로 바뀌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무너진 ‘크로스 실용음악학원’의 모래를 천천히 다시 쌓아올리고 있다. 처음과 같지 않더라도, ‘완성’이 되지 않더라도 뭐 어떠한가. 꿈을 꾸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행복한 것을.
멜론 님께서 등록해 주신 가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