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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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결 특전사 이지 말입니다
- 김혁건(The Cross)
- 넌 할 수 있어
처음 입영통지서를 받았을 때 가수 활동 때문에 군입대가 늦어졌는데, 이 후 학업문제로 더 늦어졌고 결국 2009년 8월, 나는 서른 즈음의 나이로 군대에 가게 되었다. 신체검사를 받을 때 갑자기 가기 싫다는 생각이 떠올라 화가 났다. 록 음악을 하는 사람이 스스로에게 부끄러운 행동을 하면 안 되지 않겠는가. 나는 특전사에 지원했고 제 13공수 특전여단에서 현역으로 군복무를 시작했다. 공수 부대라고 하면 흔히들 힘든 훈련을 떠올리는데 그렇지 않은 군대가 어디 있겠는가. 군대는 어디든 위험하고 무지하게 힘들고 무지막지하게 힘든 곳이다. 사실, 고된 훈련은 견딜 만 했다. 대변을 보면 대변이 바로 얼어 버리는 영하 28도의 산 속에서 텐트 치고 자다 발가락이 얼었던 일이나, 무박 3일 동안 진행된 100km 행군, 한겨울에 차가운 계곡물 속으로 뛰어들어 환호성을 지르던 일은 이제 즐거운 추억이 되었다.
훈련보다 날 더 힘들게 했던 건, 나보다 8살이나 어린 선임들의 괴롭힘이었다. 별 다른 이유도 없이 욕을 하고 짓궂은 장난질을 하는 그들의 행동을 참지 못하고 <사랑의 소리함>에 불만사항을 적은 적이 있었는데, 바로 다음날 행정보급관님이 “김혁건이 너희들 때문에 힘들단다.”며 선임들 앞에서 쪽지를 읽었고, 군 생활은 더 꼬여만 갔다. 결국 불같은 내 성격은 날 배신하지 않고 사고를 쳤다. 고민 상담을 핑계로 나를 괴롭히던 선임을 쓰레기장으로 불러냈다.
…
“너 자꾸 그럴래?”
겁을 주려던 것은 아니었는데 큰 몸집에 사나운 눈빛으로 이야기하는 나의 모습에 그는 적잖이 당황한 눈치였다.
“미안해요. 형…”
그 날 이후 그 선임의 괴롭힘은 없어졌지만, 잘못된 행동 덕분에 나는 100일 휴가를 반납해야 했다. 그리고 상병을 달기 전까지는 매일이 고난의 행군이었다. 군 생활은 평소 잊고 지냈던 것들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었다. 나 자신밖에 모르던 내가 부모님과 주변사람들의 감사함을 알게 되었고, 이기적인 스스로를 반성하고 거친 성격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입대 전 제안 받았지만 미뤘었던 ‘더 크로스’ 재결성에 대해 오래도록 고민했다. 괜한 자존심에 말하지 못했지만 나는 다시 ‘더 크로스’로 노래하고 싶었다. 그리고 제대 후 우리는 다시 음반작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예전보다 더 성장한 우리의 모습을 담아 음반작업을 시작했지만, 음반발매를 코앞에 두고 사고를 당했다. 잔인한 운명은 항상 나의 성장을 위해 매질을 해댄다. 나는 군 복무라는 매질을 잘 견뎌냈고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 정직한 도전은 변화를 만든다고 했다. 낙하산을 타고 비행기에서 뛰어내릴 때 소리만 질러대던 내가 몸으로 바람을 느낄 수 있게 되었고, 차가운 눈밭에서 받던 기합이 전우애를 위한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으니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단결!
그 때의 단단한 나의 모습은 지금도 내 안에 살아 숨 쉬고 있다. 사고가 나던 순간에도, 병상에서 버티는 동안에도 내 안의 강인한 나는 연약한 나를 붙잡아 주었다. 잔인한 운명이 또 다시 날 괴롭힐 때가 오겠지만 두렵지 않다. 나는 무조건 ‘단결!’이니깐.
멜론 님께서 등록해 주신 가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