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 정보
- 그녀를 만나다
- 김혁건(The Cross)
- 넌 할 수 있어
2007년 여름이었다. 당시 아는 매니저 형이 녹음실에 초대해서 간 적이 있었는데 그 곳에서 단아한 모습의 그녀를 만났다.
나 보다 네 살이 어린, 같은 대학교 후배였던 그녀는 눈부시게 맑고 투명한 유리 같았다. 순수하고 새하얀 그녀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검붉은 나의 색이 옅어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가끔 안부만 묻는 정도의 용기밖에 내지 못했다.
“그 사람이 계속 연락이 오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녀가 고민이 있다며 내게 연락이 왔다. 그녀를 붙잡고 싶었다. 나는 그동안 간직했던 마음을 그녀에게 고백했고 그녀의 맑은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그렇게 우리는 연인이 되었다. 장난기 많던 그녀는 늘 나를 놀리곤 했는데, 혀가 짧은 편인 내가 ‘ㅅ’발음을 ‘th’ 발음으로 노래 할 때면 놓치지 않고 따라 부르곤 했다. ‘쎄쌍이 주는 고통을~’ ‘감당할 쑤 없는~’ 노래를 부르며 그녀가 아이처럼 까르르 웃을 때면 나도 까르르 웃음이 났다. 평소엔 맛없던 음식들도 그녀와 먹으면 꿀보다 달콤했고, 어두운 겨울밤 같던 나의 일상은 꽃내음 가득한 봄처럼 따뜻해지기 시작했다. 오래 전 작곡했던 노래 중에 예전 연인을 추억하며 만든 노래가 있었는데, 그녀를 만나기 이전에 만든 노래인데 그녀가 그 노래를 듣고 토라진 적이 있었다. 마음을 풀어주려 홍대 클럽에 그녀를 불러 깜짝 공연을 했다. 굳어진 표정이 풀리며 코를 찡긋하며 웃는 모습이 얼마나 예쁘던지 카리스마 로커가 하마터먼 무대 위에서 헤벌쭉하며 웃을 뻔 했다.
그녀와 나는 늘 함께였다. 새 음반을 준비할 때나 크로스 실용음악학원을 운영할 때, 내가 군에 입대해 제대할 때까지도 우리는 서로의 손을 놓지 않았었다. 긴 시간 함께했던 우리는 우릴 닮은 아이를 떠올리며 소박하지만 따뜻한 집과 가정을 그렸고, 나이가 들어서도 지금처럼 서로의 손을 잡아줄 수 있는 행복한 미래를 꿈꾸었다. 그렇게 우리는 미래를 약속하고, 평생을 함께 하기로 했다. 아침에 눈을 뜰 때부터 밤에 눈을 감을 때까지, 그리고 꿈속에서도 2012년 가을 행복한 우리의 결혼식을 떠올렸다. 하지만 2012년 봄, 내게 사고가 났다. … 내가 꿈꾸던 가을은 영원히 찾아오지 않았다. 눈부시게 맑고 투명한 유리는 날카로운 바닥에 떨어져 그렇게 산산이 조각나 버렸다.
멜론 님께서 등록해 주신 가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