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 정보

살아있어서 다행이야
김혁건(The Cross)
넌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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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썩은 냄새가 진동을 했다. 대소변과는 또 다른 냄새였다. 아무런 감각도 없었지만 내 몸이 이상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원래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사지마비 환자들은 욕창의 위험이 높기 때문에 수시로 자세를 바꿔줘야 하는데 간호사들은 이를 신경 쓰지 못했고, 부모님들은 병원을 믿고 의지했기에 내 몸에 욕창이 생겼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었다. 그러는 사이 나의 뒤통수와 꼬리뼈, 허벅지, 발뒤꿈치는 시커멓게 썩어가고 있었다. 뒤늦게 썩은 피를 발견하고 의사를 찾았지만 담당의사는 미국으로 학회를 가고 없는 상태였다. 합병증으로 혈압이 오르고 열이 나자 고통은 더 심해졌다. 병원에서는 ‘알 수 없는 균에 감염됐다’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피와 진물로 얼룩진 침대는 오물과 뒤섞여 끔찍한 냄새를 풍겨댔고, 신장이 나빠져 혈액투석까지 해야 했다. 1주일에 3~4차례 썩은 부위를 긁어내고 닦아냈지만 이 지독한 욕창은 점점 더 커지고 심해졌다. 이대로 가다가는 욕창으로 죽게 생겼다 싶어 욕창치료로 유명한 병원으로 옮겼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척수 손상 환자들의 대다수가 욕창으로 지옥을 경험하고, 그 합병증으로 인해 돌아가신 분도 많다고 한다.
1주일에 3~4번 하던 치료를 하루에 3번씩 받고, 낮에는 소독, 저녁에는 썩은 부위를 도려내는 수술을 받았다. 마취는 하지 않았다. 나는 메스의 느낌도, 피부를 도려내는 것도 느낄 수 없었으니 그저 알몸으로 엎드려 24시간 동안 침대에 얼굴만 박고 있으면 되었다. 살이 너무 많이 파여서 더 이상 새살이 자라지 않았기 때문에 손상되지 않은 허리 살을 떼어 손상된 부위를 덮는 복원수술을 3차례나 했다. 이 지독한 욕창은 무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내 몸에 달라붙어 끈질기게 나를 괴롭혀댔다. 90kg이었던 몸무게는 56kg이 되었다. 욕창이 어느 정도 호전되고 나니 숨이 트이는 것 같았다. 그간 항생제 투여로 늘 메스껍고 구토가 나와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었는데, 조금씩이지만 식사도 할 수 있게 되었다. 더 이상 코에 콧줄을 끼워 환자 유동식을 섭취하거나, 링거 영양제 주사로 연명하지 않아도 된다! 입으로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식욕은 여전히 없었지만, 콧줄을 탈출한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했다.
“혁건아, 하늘 맑은 거 좀 봐.”
어머니 말씀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눈부신 햇살에 눈을 감았다가 다시 뜨고는 가만히 하늘을 들여다보았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나는 처음으로 내가 이 빛을 볼 수 있어서, 살아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멜론 님께서 등록해 주신 가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