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 정보
- 줄기세포와 마지막 희망
- 김혁건(The Cross)
- 넌 할 수 있어
“그 치료가 엄청 도움이 된대.”
…
“의사가 용하대.”
검증되지 않은 사람들의 입소문에 귀가 쫑긋거렸다. 병원에 있을 때에는 잘한다, 좋다. 라는 말을 들으면 그게 무엇이든, 어디에 있든 찾아가곤 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완전히 손상된 신경을 다시 살릴 방법은 어디에도 없는데 말이다. 병원에서 줄기세포 임상실험을 권했다. 귀가 또 쫑긋거렸다. 줄기세포가 몸속에 들어가면 어떤 반응을 일으킬지 모르기 때문에 부작용을 고려하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데, 절박했던 나는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당장 진행하자고 했다. 한국에서의 임상실험은 사고 후 2년 이내의 환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이어서, 내게는 정말 마지막 희망이었다. 이미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았고, 먹을 수 있는 것도 다 먹어보았다. 이제 남은 건 줄기세포 뿐이었다.
줄기세포 시술에는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나는 목을 찢어서 부러진 뼈를 지지하고 있는 쇠 지지대와 신경 사이에 줄기세포를 넣는 시술과, 꼬리뼈에 줄기세포를 넣는 시술을 했다. 6번을 했는데 대개 시술 6개월 이내에 효과가 나타난다고 했다. 하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희망이 컸던 만큼 절망도 컸다. 경직된 다리에 근육이 생기긴 했지만, 나는 아마 다른 걸 기대했던 것 같다. 운동신경이 돌아와 다리를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다 해도 아킬레스건이 돌아오지 않으면 걸을 수 없다. 팔을 움직일 수는 있어도 손가락이 안 움직이면 악기를 연주할 수 없는 것처럼.
부모님은 모든 것에 체념한 나를 다독이며 침 치료를 받게 했다. 20cm 길이의 침을 팔과 다리에 맞았다. 반년 동안 침을 맞았지만 신경은 돌아오지 않았다. 떠올려보니 정말 할 수 있는 치료는 다 해본 것 같다. 그즈음 무슨 치료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몸에 약간의 변화가 생기긴 했다. 왼쪽 얼굴에서만 나던 땀이 지금은 오른쪽에서도 난다. 줄기세포 때문인지 침 때문인지 아니면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나게 된 건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땀 배출이 제대로 되지 않아 힘들었던 내게 체온조절이 된다는 건 굉장한 일이었다. 지금도 어머니는 미국으로 가서 한 번 더 줄기세포를 해보자고 하신다. 나는 성공사례도 없고, 100% 낫는다는 보장도 없으니 하지말자고 하지만, 아버지는 거기서부터 시작하는 거라고, 다시 치료를 해보자고 하신다. 그 많은 실패와 좌절을 겪고도 두 분은 믿음을 버리지 않으신 것 같다.
…
나의 오른쪽 얼굴에 땀이 나게 된 것은 줄기세포나 침 때문이 아니라, 기대를 버리지 않았던 두 분 덕분이다. 줄기세포는 당시 나에게 마지막 희망이었지만, 지금 나의 희망은 침도, 줄기세포도 아니다.
나의 희망은
나의 부모님이다.
멜론 님께서 등록해 주신 가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