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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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을 가르는 소변줄
- 김혁건(The Cross)
- 넌 할 수 있어
지금도 나는 어깨 아래로는 아무런 감각이 없다. 오른쪽 엄지손가락만 건들면 약간 전기가 통하는 것처럼 찌릿찌릿할 뿐이다. 소변 또한 내가 조절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방광을 뚫어 소변 줄을 연결하는 수술을 받았다. 그 때는 이 작은 소변 줄 하나가 내 목숨을 좌지우지하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었다. 어느 날 갑자기 혈압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머리가 터질 것 같이 아팠다. 벽돌로 머리를 계속해서 내리치는 것 같은 고통에 간호사를 불러 아픔을 호소했지만 간호사는 의사 선생님께 보고했으니 기다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참다못한 나는 소리를 질렀다.
“소변 줄! 소변 줄부터 빼줘요!”
놀란 간호사는 소변 줄을 빼주었고 막혀 있던 소변이 배출되자 혈액의 흐름이 정상적으로 회복되었다. 그 때에는 이유도 모른 채 소리를 질러 댔지만 만약 소변 줄을 빼지 않았다면 심각한 상황이 되었을 수도 있다. 유치도뇨관이 막혀서 응급상황이 되어도 일반 병원에서는 치료 선례가 많지 않기 때문에 그 원인이나 치료법을 모르는 곳이 많다. 내가 있었던 병원도 마찬가지였다. 대체 왜 혈압이 오르는지, 왜 그렇게 고통스러워하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혈압, 체온측정, 그리고 의사선생님께서 조치방법을 지시할 때까지 기다리세요.’ 가 전부였다. 2015년에 소변 줄 때문에 한 환자분이 사망한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돌아가신 그 분은 경수 장애인이셨는데, 중증 장애인 환자 모임에 회장을 할 정도로 활발하게 활동을 하셨던 분이셨다. 십 수년을 극진히 간호해 주시던 어머님이 돌아가시자 소변 줄을 하게 되었고, 소변 줄이 막혔을 때 의료진이 이를 발견하지 못해 높아진 혈압으로 인한 뇌출혈로 세상을 떠나셨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몇 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만큼 이 ‘자율신경과반사’는 나 같은 척수마비 환자들에게 치명적이다. 이 후 척수 장애인의 ‘자율 신경 과반사’에 대한 공식 발표가 있었고, 신문에도 기사가 실려 지금은 많은 척수 장애인들이 그 위험성을 알게 되었지만, 이 외에도 경수 장애인들이 조심해야 하는 것이나 유념 할 것들은 수도 없이 많다.
… 누군가에게 아무것도 아닌 소변이 누군가에게는 목숨이 걸린 중요한 일이라니. 아무것도 아닌 말에 또 울컥한다. 하루하루 생명을 유지해 나가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손을 빌려야 하고, 몸의 작은 불편에도 큰 위기감을 가져야만 한다.
얼마의 시간이 더 지나야 이 슬픔이 사라질까.
어깨 아래로는 아무런 감각이 없는데도 이 슬픔은 늘 나를 아프게 한다.
멜론 님께서 등록해 주신 가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