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 정보
- 진심이 담긴 편지
- 김혁건(The Cross)
- 넌 할 수 있어
뙤약볕이 내리쬐는 어느 뜨거운 여름, 막내를 배웅하기 위해 우리 가족은 논산 훈련소로 향했다. 아들은 위험하다고 반대하는 엄마의 말을 뒤로하고 특전사 공수부대에 자원입대했다. “당당하게 다녀와. 별 거 아니야”라며 멋들어지게 말하긴 했지만, 막상 아들을 보내려고 하니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걱정 마세요. 잘 다녀올게요.”
연신 눈물을 닦아내는 엄마를 안아주며 미소 짓는 아들이 갑자기 어른처럼 느껴졌다. 자식은 나이가 들어도 제 부모 눈에는 아기 라더니, 다 큰 아들을 아직까지 철없는 아이처럼 생각했었나보다. 아들은 눈물 한 방울 보이지 않고 늠름하게 연병장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짧은 머리의 다른 아들들과 함께 신병 구호를 외치며 훈련소로 들어갔다. ‘역시 날 닮아서 듬직하구나.’ 하는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원래 나이가 들면 눈물이 많아지는 거야”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내는 날 보며 아내가 웃음이 터졌다. 첫째도 둘째도 처음 본 아버지의 모습에 한참을 웃더니 다시 코를 훌쩍 거렸다. 한 번 터진 눈물샘은 도통 멈출 줄을 몰랐다. TV에서 훈련하는 군인들만 봐도 괜히 울컥하고 눈물이 났고, 군대 내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 뉴스를 접하기라도 한 날이면 하루 종일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공수부대에서 낙하 훈련 도중 낙하산이 안 펴져서 죽은 군인이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며칠 동안 가슴이 떨려서 잠도 못 자고 전화만 기다렸다. 이렇게 아들을 밤낮으로 걱정할 거면서 왜 아들이 곁에 있을 때는 무뚝뚝하게만 행동했을까. 나이가 들어 눈물이 많아지는 것은 괜찮았지만, 후회를 쌓고 싶지는 않았다. 고민 끝에 나는 펜을 들었다.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낯선 나였기에, 말보다는 글이 좋을 것 같았다. 몇 번을 썼다 지우고, 몇 장의 종이를 펼치고 구기면서 글을 써내려갔다. 편지를 보내고 며칠이 지나 아들의 답장이 왔다. 뻥 뚫린 가슴이 채워지는 것 같았다. 아들과 편지를 주고받는다는 것은, 갑작스러운 사랑고백만큼이나 낯선 행복이었다. 그렇게 우리 집 우편함은 2년 동안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했다.
“병장 김혁건 2011년 8월 20일 부로 전역을 명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단결! 아버지 어머니 사랑합니다!”
길고도 짧았던 복무기간이 끝나고 아들은 무사히 제대를 했다. 막둥이가 언제 이렇게 컸을까. 대견한 마음에 눈물이 흘렀다. 아들 앞이었는데도 창피하지가 않았다. 나이가 들어 부끄러움이 없어진 걸까, 아니면 나이가 들어 더 솔직해진 걸까. 지금도 내 책상 서랍 안에는 그 때 주고받은 편지가 들어있다. 가끔 삶에 지쳐 힘이 들 때면 편지를 꺼내보곤 하는데, 편지를 읽는 것만으로도 비어버린 이 내 마음이 채워지곤 한다. 앞으로도 나의 삶을 지켜줄 이 편지들을 보내 준 아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두서없는 나의 끄적거림에도 늘 진심을 담아 긴 글을 보내 준 아들아 고맙다.
멜론 님께서 등록해 주신 가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