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 정보

그날 밤
김혁건(The Cross)
넌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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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늦었는데 같이 가지 않고.”
“얼굴만 보고 금방 들어갈게요.”
… 고집을 부려서라도 아들을 데리고 집에 돌아왔어야 했다. 목줄을 걸어서라도 어떻게든 끌고 왔어야 했다. 인생의 단 한 순간, 되돌리고 싶은 유일한 시점이 있다면 두말할 것 없이 바로 그 밤이다.
“응급실입니다. 20분 내로 오시지 않으면 아드님을 영원히 못 볼지도 모릅니다.”
아들을 보내고 집으로 들어온 지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은 시간이었다. 전화를 끊고 외투를 어떻게 입었는지, 택시를 어떻게 탔는지도 모르겠다. 내게 웃으며 인사하던 아들의 마지막 얼굴만 떠올랐다. 왜 아들을 혼자 보냈을까. 왜 나만 집으로 돌아온 걸까. 후들거리는 다리를 주먹으로 내리치며 응급실로 뛰어 들어갔다. 피범벅이 된 아들이 침대에 축 늘어져있었다. 힘겹게 눈을 껌벅이는 모습이 금방이라도 눈을 감아버릴 것만 같았다. 무릎을 꿇고 의사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
“살려주세요. 선생님 우리 아들 살려만 주세요. 제발 살려만…”
“준비하고 계세요.”
장례 준비를 하라는 의료진의 말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아들이 아내와 날 보며 힘겹게 미소를 지었다. 아들을 수술실로 들여보내고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아들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지 않은 게 원통하고 또 원통해서 가슴을 마구 쳐댔다. 모든 게 내 탓인 것만 같았다. 내 새끼 대신 내가 아플 수만 있다면, 자식을 살릴 수만 있다면 그게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는데,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었다.
“아버지! 당신 손자 좀 살려주세요. 할아버지! 혁건이…
우리 혁건이 제발 살려줘요.”
아들이 잘못되면 나도 죽겠노라고 다짐했다. 11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다. 수술실 문이 열리고 의사선생님이 걸어 나왔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아들이 수술을 잘 견뎌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려 다시 바닥에 주저앉았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긴 수술을 이겨낸 아들과 아들을 지켜준 모두에게 감사하고 감사했다. 아내와 나는 ‘감사합니다.’를 연신 되풀이하며 그렇게 한참을 울었다.
그때의 나는 경추 손상이 어떤 것인지도 모르고, 이제 아들이 나을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치료를 하면 아들의 감각이 돌아오고 재활 훈련을 받으면 예전처럼 움직일 수 있을 거라고, 시간이 조금 걸릴 수도 있지만 희망을 갖고 최선을 다하면 분명 나을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내 아들이 앞으로 평생 누워서 지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멜론 님께서 등록해 주신 가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