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 정보
- 나는 오늘도 너의 힘으로 걷는다
- 김혁건(The Cross)
- 넌 할 수 있어
얼마 전 아들 공연을 위해 청주에 다녀왔다. 무리한 것도 아니었는데 몸살이 났다. 몽둥이로 두들겨 맞은 것처럼 온몸이 쑤시고 결렸지만, 아들이 속상해 할까봐 말도 못하고 혼자 끙끙 앓았다. 아들 공연이 지방에 잡히면 늘 내가 운전해서 이동하곤 했는데, 나이를 먹으니 더 빨리 지치는 것 같다. 한번은 안동에서 공연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데, 점심을 잘못 먹었는지 숨도 잘 쉬어지지 않고 식은땀이 계속 났다. 아들은 당장 어디 병원 응급실에라도 가자고 했지만, 내가 병원에 가면 아들이 혼자 있을 곳이 마땅치 않아 꾹 참고 서울에 도착해 응급실을 찾았다.
아들이 사고를 당하고 나는 당연히 내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아들을 뒷바라지 하겠다고 결심했다. 수술실에 들어갔을 때 그저 살아만 준다면, 내 곁에 있어준다면 뭐든 하겠다고 한 맹세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앞으로도 10년은 아무 문제없다고 생각하지만, 내 나이가 벌써 66세이니 금방 힘에 부치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은 아들이 노래도 하고 강연도 할 수 있게 되었으니, 놀라운 기적을 이룬 거지만 아직도 조심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목 앞뒤에 사다리 모양의 지지대로 생명줄을 연결해 놓았기 때문에, 목을 한 번 더 다친다면 바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혹시 다시 목이 부러지진 않을까. 항상 조마조마하다. 몸을 단단히 묶지 않으면 휠체어에서도 중심을 잡지 못해 쓰러질 수 있고, 쓰러져도 자기 힘으로는 몸을 조금도 일으킬 수가 없으니 늘 신경을 곤두 세우고 아들을 지켜봐야 한다.
한번은 보험금을 예치하려고 아들을 데리고 은행에 간 적이 있었는데 경사로가 없어 휠체어를 타고는 은행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직원에게 부탁을 했는데, 그는 부탁을 들어주면서도 아주 불쾌해 했다. 이런 일은 일상다반사다. 장애에 대한 인식과 편의시설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장애인도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말이 무색할 때가 많다. 이동로 확보가 안 되어 갈 수 없는 곳도 많고, 경사로가 없어 식당도 편히 들어가지 못한다. 식당에 들어가서도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식사하는 것도 눈치를 봐야한다. 세상이 조금만 더 친절해진다면 장애 자식을 가진 부모도 마음 편히 눈 감을 수 있을 텐데…
지금도 걱정과 근심이 가득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우리의 미래를 믿어보려 한다. 나는 지금 아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고, 앞으로도 아들을 위해 살 것이다. 그러니 아들이 혼자서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하고 또 연구하고 움직여야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역시? 포기는 없다. 내가 움직일 수 있는 힘은 아들이다. 내가 그러한 것처럼, 아들도 누군가를 위한 삶을 살아가기를 바란다. 누구에게나 시련은 있고, 힘든 시기가 있다. 그럴 때 음악은 아픈 마음을 위로해주고 지친 어깨를 토닥여준다. 나는 아들의 노래가 사람들에게 그런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세상에 없다 해도, 아들은 희망을 노래하고 있을 거라고 믿는다.
언젠가는 아들과 함께 여행을 하며 사진을 찍는 시간을 갖고 싶다. 많은 일들을 겪었으니 카메라 앵글에 이전과는 다른 세상의 모습들이 찍힐 것 같다. 매일 오늘이라는 새로운 사진을 찍듯, 아들을 위해 새로운 희망을 한 장, 한 장 찍어 나가야겠다. 내게 살아갈 힘을 주는 아들에게 다시 한 번 고마움을 전한다.
아들아.
나는 오늘도 너의 힘으로 걷는다.
내 곁에 있어줘서 고맙다.
멜론 님께서 등록해 주신 가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