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 정보

이야기 콘서트 돈크라이
김혁건(The Cross)
넌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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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공연기획사에서 공연 제의가 들어왔다. 2시간 정도 진행되는 뮤지컬 형식의 콘서트인데, 이미 제작팀과 연출팀도 꾸려졌고, 나의 이야기에 관한 공연기획이 이미 끝났으니 함께 공연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믿음이 가지 않았다. 나는 휠체어를 타야하고 몸도 불편해 노래 몇 곡을 하는 것조차 힘이 드는데 공연이라니. 혹시 나를 이용하려는 건 아닐까. “기회가 되면 다음에 같이 하면 좋겠습니다. 저희 소속사와 상의하세요.”라는 말로
기획팀을 돌려보냈다. 하지만 공연 팀은 몇 번이나 병원까지 나를 더 찾아왔고, 대본과 공연기획안을 보여주며 나를 설득했다. 나의 삶을 공연으로 만들고 싶다는 진심어린 말에 닫혀있던 마음이 열리기 시작했다. 늘 콘서트를 꿈꿔왔지만, 긴 시간 노래를 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왠지 이 사람들과 함께라면 해 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배를 눌러 혈압을 높여주는 것이 일시적으로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하루 2회 6시간 이상 노래해야 하는 콘서트는 무리일 수 있습니다. 잦은 복부 압박은 장기 손상을 초래할 수 있고, 혈압이 과다하게 높아지면 뇌혈관 파열로 인해 응급 상태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그 상황이 무대 위에서 벌어진다면 손 쓸 시간도 없이 위험해집니다.”
긴 시간 배를 눌러가며 노래를 한다는 건 무모한 행동이었다. 모두들 이성적으로 판단하라고 했지만 나는 노래를 부르다가 죽는 건 행복한 일이라고 답했다. 부모님은 나의 결정을 믿어주셨고 나는 기쁜 마음으로 공연
에 참여하게 되었다. 공연은 2014년 12월 30일, 31일 이틀간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진행됐다. 대양홀은 2001년 Mnet 뮤직 페스티벌 록 솔로부문 대상을 탔던 곳이었다. 13년 만에 다시 이 무대 위에 오른다는 게 신기하고 기뻤지만, 그 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전혀 다른 모습이라는 게 조금 서글프기도 했다. 공연 당일, 무대 뒤에 숨어 객석을 바라보았는데 많은 관객 분들의 설렘이 멀리 무대 뒤까지 전달되는 것 같았다.
의 막이 오르고 나는 심호흡을 하며 무대에 섰다. 조명이 켜지자 나를 향한 관객들의 박수가 아주 오랫동안 이어졌다. 공연 시작부터 가슴이 벅차올랐다. ‘더 크로스’로 데뷔해 가수로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그 시절, 사고로 모든 일을 중단한 채 병원에서 칩거했던 시간들, 그리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우여곡절 많은 한 남자의 삶을 보면서 관객들은 울다가 웃다가 한탄도 하고 박수도 치며 긴 공연 시간을 함께 해주셨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공연장 앞에 앰뷸런스가 대기하고 있었지만, 다행히도 큰 사고 없이 하루 2회, 이틀의 공연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어느덧 마지막 노래입니다. 마지막까지 혁건이가 힘을 낼 수 있도록 따뜻한 박수 부탁드립니다.”
커튼콜을 위해 모든 배우들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노래를 시작하자 관객 분들이 다함께 노래를 불러 주셨다. 나는 아마 그 날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앞으로도 내게는 힘든 일이 많겠지만, 그보다 더 기쁘고 신나는 일이 가득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알 수 없는 인생이라 아름답다고 했으니, 어쩌면 또 다른 나의 이야기 <넌 할 수 있어>를 공연으로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나는 다시 내일을 꿈꾸는 사람이 된 것 같다.
멜론 님께서 등록해 주신 가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