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 정보
-
- 봄을 만나러 오세요.
- 김혁건(The Cross)
- 넌 할 수 있어
병원에 있을 때 나의 가장 큰 즐거움은 햇볕을 쬐는 것이었다. 욕창 때문에 1년 넘게 엎드려 지내서 그런지 햇빛은 보고 또 봐도, 또 다시 보고 싶었다. 그런 내 마음을 아셨는지 아버지가 침대를 밀어 햇살이 환한 병원 복도에 날 데려다 준 적이 있었다. 온 몸이 행복으로 물들었다. 빛은 어두운 마음을 치유해주는 신비로운 능력이 있는 것 같다. 해마다 중랑천에는 벚꽃 축제가 열리는데 벚꽃나무들을 보고 있노라면 잠시지만 모든 시름을 잊게 된다. 그곳에서 공연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
장애인들을 위해 버스킹 공연을 하겠습니다.
봄을 만나러 오세요.
무턱대고 SNS에 공지를 올렸다. 음악을 좋아하고 즐기고 싶어 하는 장애인들이 많지만, 문화생활을 누리기도 쉽지 않고 갈 수 있는 장소도 별로 없다. 눈부신 봄날, 집에만 있기엔 하루가 너무 아깝지 않은가. 나는 봄과 음악을 그들에게 선물하고 싶어졌다. 큰 기대 없이 올린 공지였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공연을 보러 와주셨다. 많은 장애인 분들이 오셨는데, 인공호흡기를 끼고 침대차로 오신 분도 계셨다. 이제는 연예 기획사를 운영하는 한 팬의 회사 소속 가수 분들과 제자들도 찾아와 무료공연을 해주었고, 한 팬 분께서는 모두가 먹을 수 있을 만큼의 든든한 도시락도 선물해주셨다. 도시락을 나눠 먹으며 봄을 바라보았다. 갑작스럽게 나오게 된 거리였지만 이곳에는 삶의 낭만과 사람의 온기가 가득했다.
긴 겨울이 지나면 다시 봄이 온다. 그 날이 오면, 나는 아마 봄을 만나고 싶은 분들을 위해 거리에 있을 것 같다. 우연이라도 거리에서 만나게 되면 우리,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밝게 인사를 나누었으면 좋겠다.
멜론 님께서 등록해 주신 가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