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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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희망은 당신입니다
- 김혁건(The Cross)
- 넌 할 수 있어
“희망을 보여줘서 고마워요.”
방송에 몇 번 나가서인지 외출을 하면 나를 알아보시는 분들을 만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악수도 하고 같이 사진을 찍기도 하는데, 헤어질 때면 늘 내게 용기를 주시거나 희망을 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해주신다.
아니에요.
제가 더 감사해요.
많은 장애인 분들이 나를 보며 가수의 꿈을 키운다고 하시는데 그 말을 들으면 번쩍하고 정신이 든다. 지금도 가끔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이 있는데, 나를 보며 꿈을 키운다는 말을 떠올리면 정신을 차리지 않을 수가 없다. 내가 강의를 나가는 대학에 올해 43살 신입생이 입학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적지 않은 나이에 조금 놀랐었는데 경추 장애인이라는 사실에 한 번 더 놀랐고 그 용기에 반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자신이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한지 아는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많이 있을까? 적어도 그 분은 행복의 의미를 알고 계신 것 같다. 몇 년 전 장애인 음악교실에서 노래 지도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의 나는 노래 ‘지도’를 하려고 꽤나 애를 쓰곤 했었다. 실용음악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것처럼 노래를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에, 냉정한 말로 자극을 주기도 하고 훈련을 반복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분들은 노래한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지, 유명한 가수가 되거나 실력을 월등히 높이기 위해 음악교실을 찾은 것이 아니었다. 노래를 부르고, 누군가와 음악을 나누고 싶어 하는 그분들의 순수한 열정은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고, 내가 노래하는 이유를 다시 일깨워 주셨다.
얼마 전에는 나의 팬이라며, 내게 늘 용기를 얻는다는 분의 개인 SNS에 들렸다가 놀란 적이 있었다. 나보다 더 심각한 중증장애인이셨는데, 얼굴에 주먹보다 큰 산소 호흡기를 하고 병상에 누워 계셨다. 그런데 그분이 올린 사진과 영상이 아픔이 아닌, 행복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일상의 기쁨을 사진과 영상으로 남기신다는 그분은 언제든, 어디서든 밝게 웃고 계셨다. 주변의 식구들과 지인들도 장난기 가득한 얼굴이었고, 사진을 보는 나도 어느새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언젠가 나는 나의 장애가 가장 심각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어깨 아래로는 움직일 수 없으니 하루하루가 의미 없는 생명연장일 뿐이라고 좌절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영상으로 만난 그분은 자신의 생일에 어머니를 위한 깜짝 케이크와 상장을 준
비하고, 주변 사람에게 늘 진심으로 사랑을 고백하는, 자신에게 주어진 일상의 기쁨과 감사함을 나누는 사람이었다.
어떻게 하면 절망적인 상황에서 삶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걸까. 우울함에 빠져 사소한 일에도 예민하게 굴던 과거의 내가 떠오른다.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분들을 만날 수 있다는 건 큰 축복이다. 많은 분들이 나를 보고 희망을 가진다고 하지만, 오히려 내가 더 큰 희망과 용기를 받곤 한다. 내게 고맙다는 인사를 해주시는 분들, 음악교실 수강생분들, 43살 신입생 분, 늘 밝은 영상 속의 그분, 그리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모든 분들.
나의 희망은 바로 그분들이다.
멜론 님께서 등록해 주신 가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