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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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의로의 초대
- 김혁건(The Cross)
- 넌 할 수 있어
길거리 곳곳에 숨어있는 위험들, 바뀌지 않는 불편함, 장애인들에게 집 밖의 세상은 몇 번 경험한다고 해서 절대 쉽게 익숙해질 수 없는 곳이다. 온통 지뢰밭과 다름없는 세상과의 만남은 험난한 도전과 같다. 엄연한 사회의 구성원이 사회에 속하지 못하고 소외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한번 움직이게 되면 주위의 많은 분들이 신경을 써야 하고 고생을 해야 한다. 나 때문에 괜한 고생을 하는 분들을 보면 혹시 내가 이기적인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녹음을 할 때도 많은 사람들이 나를 옮기느라 고생을 해야 했고, 방송국 대기실에 환자용 침대도 필요했고, 무대에는 없던 경사로까지 만들어야 했다. 어디를 가든 사람들의 도움을 일일이 받아야 하는데, 이렇게까지 하면서 굳이, 밖으로 나가야 하는 걸까… 수백 번 수천 번은 더 생각했던 것 같다.
예전에 강의를 하러 갔다가 계단 때문에 강의실에 올라 갈 수가 없어 학생들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었다. 강의를 하러 가는 것이 오히려 민폐인 것 같아서 다른 강사 분께 강의를 넘기고 그만두었다. 한번은 머리를 깎기 위해 미용실에 갔는데 사람이 많으니 나중에 오라고 하셨다. 기다리겠다고 하자 자리가 비좁아 안 된다며 문을 닫으셨다. 계단이 있는 곳은 들어갈 수가 없으니 이용할 수 있는 미용실을 찾기도 힘들었다. 긴 준비를 끝내고 힘겹게 나왔는데, 허탈하게 집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외출을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 ‘교통수단’인데 이것도 만만치가 않다. 지방에 공연이나 강연이 있으면 아버지가 운전을 해주시 지만, 평소에는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전동 휠체어를 타는 사람은 일반택시는 탈 수가 없고 버스 이용도 힘들다. 나처럼 지하철이 집에서 멀면 이동할 수 있는 수단이 거의 없다. 서울에만 500대가 넘는 장애인 콜택시가 있지만 대기자가 많아 몇 시간 전의 예약으로는 이용하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고, 저녁에는 이용할 수 있는 콜택시도 거의 없다. 언젠가 병원에 갔다가 6시간을 넘게 기다려도 콜택시가 오지 않아 난감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나처럼 욕창과 대소변 문제로 오래 앉아 있을 수 없는 사람은, 택시가 늦어지면 급한 상황이 찾아오기도 한다.
그렇다보니 사설 앰뷸런스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저렴한 장애인 콜택시와 달리 앰뷸런스는 요금도 만만치가 않고, 침대도 작아 위험하다.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으니 눈물을 머금고 이용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도 나 같은 중증 장애인이 운전할 수 있는 차가 있으면 좋겠다. 자유롭게 이동할 수만 있어도 삶의 질이 훨씬 좋아질 텐데.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 왜 휠체어를 타고 엘리베이터를 타!”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휠체어가 끼여 문이 닫히지 않자 누군가 내게 소리를 질렀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조용히 내린 것도, 그 곳이 병원이라는 사실도 씁쓸해졌다. 아직도 세상은 장애인들에겐 차갑기만 하다. 준비운동을 해도 차가운 물속으로 들어가는 건 두렵고 무서운 일이다. 하지만 먹고 싶은 것을 먹을 수 있는 권리가 누구에게나 있는 것처럼, 장애인들도 조용한 카페에 앉아 음료도 마시고, 맛집도 가고, 재미있는 영화나 공연도 볼 수 있어야 한다. 몸도 자유롭지 못한데 사회 활동이나 경제 활동까지 못하고 집에서 혼자서 TV와 인터넷만 보며 혼자 지내야 한다는 건 너무 잔인한 일이다. 꿈도 희망도 없이 단지 안전하다는 이유로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외로움을 견디며 독방에 홀로 갇혀 살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평생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방 안에 누워서 아무런 꿈도 생각도 없이 지내는 게 나은지, 아니면 힘들어도 사회에 나가서 각자의 할 일을 찾아서 하는 게 나을지 …
우리는 모두 세상에 의미가 있는 사람들이다. 세상에 태어나 각자의 삶을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갈 권리와 의무가 있다. 아직도 외출은 두려운 일이지만 용기를 내본다. 주변 분들에 대한 미안함은 감사함으로 바꿔 내가 할 수 있는 일들로 사회에 조금이라도 기여하며 갚아 나가려 한다. 나는 모든 사람들이 자유를 느끼며 살아가기를 바란다. 세상의 지뢰밭을 무사히 통과하고 나면 분명 그 기쁨이 몇 배가 되어 돌아올 것이다. 자유롭게 가고 싶은 곳에 가고, 돌아올 수 있다는 건 얼마나 큰 행복인가!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을 거리에서 만나는 일은 흔치 않다. 길거리 혹은 버스나 지하철에서 그들을 보게 된다면 한 번쯤은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봐 주었으면 좋겠다. 높디높은 세상의 문턱은 우리 스스로 넘어 볼 테니, 배려를 핑계로 더 이상 우리를 집으로 돌려보내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멜론 님께서 등록해 주신 가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