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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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든건 다 똑같다
- 김혁건(The Cross)
- 넌 할 수 있어
병원에서 만난 동생은 부모님이 안 계셔서 간병인의 도움을 받고 있었다. 그 간병인은 간병인이라는 말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병실에 있는 게 답답한 건 알지만 그분은 환자 옆에 있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환자 식사인데도 자신이 먼저 먹고 남은 밥을 동생에게 먹였다. 걸핏하면 머리를 치고 말도 함부로 해서 그 모습을 본 병실 사람들과 마찰도 많았었다. 중증 장애인들은 24시간 간병인이 필요하지만, 자격 요건이 까다롭기 때문에 제도적 혜택을 받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동생은 늘 긍정적이었고, 나는 그런 동생이 안쓰러우면서도 그의 선함과 평온함이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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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혁건이 너는 앞이 보이잖아.”
친한 형의 말을 듣고 의아해졌다. “에이~ 형은 걸을 수 있잖아요.” 내 말에 “눈은 멀쩡한데 평생 누워서만 지내야 하는 삶과, 걸을 수는 있지만 앞이 보이지 않는 삶 중 어떤 삶이 더 나은 삶일까?” 라며 장난스럽게 형이 질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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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복지관에 들렸던 적이 있었다. 중증 근육장애 때문에 몸이 꼬여서 강직되어 휠체어에 앉지 못하는 분도 계셨고 일상생활을 전혀 할 수 없는, 말씀도 잘 하지 못하시는 분도 계셨다. 그분들은 휠체어에 앉은, 노래를 부르는 나를 보며 부럽다고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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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손을 쓸 수 있는 분들을 늘 부러워했었다. 손을 사용할 수 있다면 내 힘으로 앉을 수도 있고, 침대에도 누울 수 있으니 힘들더라도 혼자 사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사고가 나고, 나는 내가 세상에서 가장 힘들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 전에도 사소한 일들로 힘들어하고 괴로워하기도 했었다. 누구나 그런 것처럼 우린, 자신이 힘들 때가 가장 힘들다. 누군가는 가족관계 때문에 또 다른 누군가는 돈 때문에, 취직이나 연애, 시험 건강… 다른 사람의 암 선고보다 나의 감기가 더 아프다고 말한다. 걸을 수 없는 것도, 눈이 보이지 않는 것도, 보호자가 없든 것도… 모두 똑같이 힘든 일이다.
뉴욕시의 장애인 마크가 변경되었다. 얼핏 보면 큰 변화가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가 밀어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수동적인 모습(그림의 왼쪽)과 의지를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능동적인 모습(그림의 오른쪽)은 굉장한 차이가 있다. 살아간다는 건 아픔을 견디고 스스로 이겨내는 것이다. 견디고 이겨내다 보면 내 안에 어떤 힘이 생기게 되고, 그 힘은 분명 오늘을 어제보다 나은 하루로 만들어 준다. 우리에게 중요한 건 무엇이 얼마나 힘드냐가 아니라 내가 지금 살아있고, 삶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내가 가지지 못한 것만 생각하느라 가지고 있는 것을 깨닫지 못했지만, 이제는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안다.
지금 이 순간
우리는 모두 ‘현재’를 가지고 있고, 지금 이 순간에 살아있다. 이제 아픈 과거를 되새기거나 힘든 미래를 걱정하는 건 잠시 접어두자. 미래의 내가 현재의 나를 미워하지 않도록.
멜론 님께서 등록해 주신 가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