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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소리 심청가 중 심봉사 눈뜨는 대목
정윤형
악상 樂嘗 2019 (SC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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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청가 보성소리 심청가 중 심봉사 눈뜨는 대목
<아니리>
그때여 심청이 이세상에서 꼭 죽은줄 알고 있으련만은 이러한 출천지 대효를 하늘이 어찌 그저 둘리가 있것느냐. 옥황상제께옵서 사해용왕을 불러 심청을 인간의 황후로 환송시켰구나. 이렇듯 심청이 황후가 되어 부친을 볼 양으로 황성 맹인잔치를 배설허였는듸, 그때 마침 심봉사도 그렁저렁 길을 걸어 제일 말석에 잔치참여 하였구나. 심황후 예부상서를 또 다시 부르시더니, “네 여봐라”, 오늘도 참석한 맹인들을 후히 대접하고, 거주 성명을, 명백히 기록하야, 차차 호송하되, 만일, 도화동 심맹인이 계시거든, 별궁으로 모셔들여라. 예부상서 영을 듣고, 봉사 성명을 차례로, 점고 해 내려올 적에, 제일 말석에 앉은, 봉사한테 당도허며, 여보시오, 당신 성명이 무엇이요. 예, 내 성명은 심학규요. 에이? 심맹인, 여기 계신다 허더니마는, 여보시오 봉사님 어서, 별궁으로 들어갑시다. 아니, 어쩔라고 이러시오? 우에서 상을 내리실지, 벌을 내리실 지는 모르오나, 심맹인을, 모셔 오라 허셨으니, 어서 별궁으로 들어 갑시다. 내가 공연한 잔치에 왔제 아닌게 아니라 내가 딸 팔아먹은 죄가 있는디, 이 잔치를 배설키는 천하 맹인 만좌중에, 나를 잡어 죽일려고, 배설을 헌 것이로구나. 더 살아 무엇허리, 내 지팽이나 좀 잡아주오. 별궁에 들어가더니, 심맹인 대령하였소. 심황후, 부친을 살펴보니, 백수풍신 늙은 형용, 슬픈 근심 가득한게, 부친 얼굴이 은은하나, 심봉사가 딸을 보내고 어찌 울었던지 눈 갓이 다 희어지고, 또한 피골이 상접이라. 산호주렴이 앞을 가리어, 자세히 보이지 아니 하니, 심황후 또 다시 분부 허시되, 네 여봐라. 그 봉사 거주를 묻고, 처자가 있나, 물어 보아라. 심봉사 처자, 말을 듣더니마는, 먼 눈에서 눈물이, 뚝 뚝 뚝 뚝 떨어지더니마는,

<중머리>
예, 소맹이 아뢰리다 예 아뢰리다. 예, 소맹이 아뢰리다. 소맹이 사옵기는, 황주 도화동이 고토옵고, 성명은 심학규요. 을축년 정월 달에, 산후경으로 상처허고, 어미 잃은 딸자식을, 강보에다 싸서 안고, 이집 저집을 다니면서, 동냥 젖을 얻어 멕여, 게우 게우 길러내어, 십오세가 되었는디, 효행이 출천하야, 애비 눈을 띄운다고, 남경장사 선인들께, 삼백석에 몸이 팔려, 임당수 제수로, 죽은지가 우금 삼년이나 되었소. 눈도 뜨지를 못 허고, 자식만 팔아 먹었으니, 이런 천하 몹쓸 놈을 살려두어 쓸데 있소. 당장으 목숨을 끊어 주오.

<잦은몰이>
심황후 기가막혀, 산호주렴을 걷쳐버리고, 보신발로 우루루루루, 부친의 목을 안고, 아이고 아버지. 심봉사 깜작 놀라. 에이, 아버지라니, 아버지라니 아이고 나는 아들도 없고, 딸도 없소. 무남독녀 외딸 하나, 물에빠져 죽은지가, 우금 삼년인디, 누가 날 다려 아버지여. 누가 날 다려 아버지라고 허여 공연한 장난 말어. 아이고 아버지, 여태 눈을 못 뜨셨소. 임당수 깊은 물에, 빠져 죽던 청이가, 살아서 여기왔소. 아버지 눈을떠서 소녀를 보옵소서. 심봉사가, 이 말을 듣더니, 어쩔 줄을 모르는구나. 에이 청이라니, 청이라니, 이게 웬말이여, 청이라니 내가 죽어, 수궁 천지를 들어 왔느냐. 내가 지금 꿈을 꾸느냐. 이것 참말이냐 죽고 없난 내 딸 청이, 여기가 어디라고, 살아오다니 웬 말이냐. 내 딸이면 어디 보자. 아이고, 내가 눈이 있어야, 내 딸을 보지. 아이고 답답하여라. 어디 내 딸좀 보자 심봉사 두 눈을 끔적 끔적 허는구나 어디보자 어디 내 딸좀 보자 눈을 번쩍 떳구나.

<아니리>
이것이 모도 부처님의 도술이었다. 심봉사 눈 뜬 훈짐에, 천하맹인들이 모도 개평으로 눈을 뜨는디,

<잦은몰이>
만좌 맹인이 눈을 뜬다. 전라도 순창 담양, 세갈모 띠는 소리로 쫙 쫙 쫙 허더니마는, 일시에 눈을 떠버리는구나. 석달 동안 큰 잔치에, 먼저 나와 참례하고, 내려간 맹인들도 저의 집에서 눈을 뜨고, 미쳐 당도 못한 맹인, 중로에서 눈을 뜨고. 가다 뜨고, 오다 뜨고, 서서 뜨고, 앉아 뜨고, 어이없이 뜨고, 실없이 뜨고, 화내다 뜨고, 울다 뜨고, 웃다 뜨고, 눈을 끔적거리다 뜨고, 눈을 비벼보다가 뜨고, 시원히 일하다 뜨고, 무단히 뜨고, 떠보느라고 뜨고, 졸다 번쩍 뜨고, 지어 비금주수까지, 일시에 눈을 떠서, 광명천지가 되었구나.


<아니리>
심봉사, 눈을 떠, 궁안을 살펴보니, 칠모금관 황홀 하야, 딸이라니, 딸인줄 알제, 전후불견초면이라. 찬찬히 살펴 보더니마는 한 기억이 나는디,.

<중머리>
옳제 인제 알겠구나. 내가 진정 알것구나. 갑자 사월 초파일 밤, 꿈속에 보던 얼굴, 분명한 내 딸이라. 죽은 딸을 다시 보니, 인도환생을 하였는가. 내가 지금 꿈을 꾸느냐. 이것이 꿈인거나. 이거 생신가. 꿈과 생시, 분별을 못허것네. 나도 어제까지 맹인으로 지팽이를 짚고 나서면은, 어디로, 갈 줄을 아느냐. 올 줄을 알았느냐. 지척분별 못했더니 이제 나도 눈을 떠 천지 만물을 다시 보게 되었으니, 지팽이 너도, 고생 많이허였구나. 이제 너도, 너 갈데로 잘 가거라. 피르르르르르르르 내던지고, 얼씨구나 좋구나, 얼씨구나 좋구나 지화 자자, 좀도좋네.

<중중머리>
얼씨구나 절씨구. 지화자자 졸씨고. 감었던 눈을 번쩍 뜨고 보니, 황성궁궐이 웬 일이며, 궁안을 살펴보니, 창해만리어 먼 먼 바다, 임당수 죽은 딸이, 환세상 황후 되기, 천천만만 뜻밖이라. 얼씨구나 절씨구. 어둠침침 빈방 안에, 불켠듯이 반갑고 산양수 큰 싸움으, 자룡 본듯이, 반갑네. 흥진비래 고진감래, 날로 두고 이름이라. 부중생남 중생녀, 날로 두고서 이름이로구나 얼씨구나 절씨구. 여러 봉사들도, 좋아라 춤 추며 논다. 얼씨구나.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네. 얼씨구나 절씨구 이덕이 뉘덕이냐 심황후 폐하의 덕이라. 일월이, 다시 밝아 요순천지가 되었네. 태고적 시절이래로, 봉사 눈 떳단 말 처음이로구나. 얼씨구나 절씨구. 송천자, 폐하도 만만세. 심황후 폐하도 만만세. 부원군도 만만세. 천천만만세를, 태평 으로만 누립소서. 어 얼씨구나 절씨구. 얼씨구나 어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네 얼씨구나 절씨구.
멜론 님께서 등록해 주신 가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