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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좌다툼~호랑이만나는대목까지
김준수
김준수 수궁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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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여 별주부넌 한편을 바라보니 왼갖 그곳에서 길짐생들이 모여앉어 상좌다툼을 하는구나

공부자 작춘추(孔夫子作春秋)에 절필(絶筆)허든 기린(麒麟)이며 삼군삼영 거동시에 천자 올련으 코끼리며 옥경선관(玉京仙官) 승필(乘匹:타고다님)허든 풍채좋은 사자로다 서백(西伯)이 위수 산양헐제 비웅비표 곰이로다 창해박랑사 (滄海博浪沙)으 저격시황(狙擊始皇)의 저 다람쥐 강수동류원야성 (江水東流猿夜聲)에 슬피운다고 저 잔나비 꾀많은 여우 날랜 토끼털 좋은 너구리며 암곰 숫곰 멧돝이며 노루 사슴 승냥이 이러한 동물들이 앙금앙금 내려와서 상좌다툼을 허는구나.

"자 우리가 연년이 회취하고 노는 노름에 상좌없이는 못 놀겠네 그러니 금년부터서는 상좌를 정하고 놀음이 어떠한고?" 옳다허고 "저기 앉은 장도감은 언제났소?" 노루란 놈이 좋아라고,

"자네들 내 나이를 들어보소 내 나를 셀작시면 기경상천(騎鯨上天) 이태백이 날과 둘이 동접(同接)허여 광산십년(匡山十年) 글을 읽다 태백은 인재로서 옥경(玉京)으로 상천허고 나는 미물 김생이라 이리 천케 되었으나 태백과 연갑이 되니 내가 상좌를 못허겄나" 달파총 너구리가 나 앉으며 "장도감도 내 아래요 달파총은 언제 났소?" "나의 수작(酬酌) 들어보소 동작대 지은 집에 좌편 청룡각이요 우편은 금봉루라 이교의 뜻을 두고 조자건(曺子建)이 글을 지어 동작때 부운(浮雲) 허든 조맹덕의 연갑이니 내가 상좌를 못허겄나”

토끼란 놈이 깡짱 뒤어 나앉더니마는,

"자네들 내 나를 들어보소 자네들 내 나를 들어봐 한 광무 시절의 간의 대부를 마다허고 부운으로 차일삼고 동강의 칠리탄 낚시줄을 감가놓고 고기낚기 힘써허든 엄자릉으 시주허고 날과 둘이 동갑이니 내가 상좌를 못허겄나”

멧돝이란 놈이 꺼시락 눈썹을 껌쩍 껌쩍하고 나 앉더니마는

"나의 연세를 들어보소 한나라 사람으로 흉노국에 사신갔다 충의 충절 십구년에 수발이 진백(鬚髮 盡白)하야 고국산천 험한 길로 허유허유 돌아오든 소중랑의 연갑이니 내가 상좌를 못허겄나.”

이리 한참 노닐적에 별주부는 한곳을 바라보니 분명히 토끼가 있을듯허야 화상을 피어들고 바라보니 분명히 토끼가 있는지라 "저기 앉은게 토생원이오?" 하고 부른다는 것이 수로만리를 아래턱으로 밀고나와 아래턱이 뻣뻣하야 퇴짜를 호자로 붙여 한번 불러보는디

"저기 주둥이 벌근허고 얼숭 덜숭헌게 퇴퇴퇴 호생원 아니오?" 허고 불러노니 첩첩 산중의 호랭이가 생월말 듣기는 처음이라 반겨듣고 나려오는디

범나려 온다 범이 나려온다 송림 깊은 골로 한김생이 내려온다 누에머리를 흔들며 양귀 쭉 찢어지고 몸은 얼쑹덜쑹 꼬리는 잔뜩 한발이 넘고 동이 같은 앞다리 전동같은 뒷다리 새낫같은 발톱으로 엄동설한 백설격으로 잔디뿌리 왕모래 좌르르르르르 헛치고 주홍입 쩍 벌리고 자래 앞에거 우뚝서 홍행홍행 허는 소리 산천이 뒤덮고 땅이 툭 깨지난 듯 자라가 깜짝놀래 목을 움치고 가만히 엎졌을 때

호랭이가 내려와 살펴보니 아무것도 없고 누어말라버린 쇠똥같은것밖에 없지 "아니 이게 날 불렀나?" 이리 보아도 둥글 저리보아도 둥글 우둥글 납잡이냐? 허고 불러노니 아무 대답이 없으니 아마 이게 하느님 똥인가보다 하느님 똥을 먹으면 만병통치 약이라 허더라 그 억센 발톱으로 자라복판을 꼬가 집고 먹기로 작정을 허니 자라 겨우 입부리만 내어 "자! 우리 통성명 합시다. " 호랭이 깜짝 놀라 "이크! 이것이 날더러 통성명을 허자구?" "오 나는 이 산중 지키는 호생원이다 너는 명색이 무엇인고?" "예 저는 수국 전옥주부공신(典獄主簿功臣) 사대손 별주부 자라라하오" 호랭이가 자라란 말을 듣고 한번 놀아보는디,

"얼씨구나 절씨구 얼씨구나 절씨구 내 평생 원허기를 왕배탕이 월일러니 다행이 만났으니 맛좋은 진미를 비여 먹어보자." 자라가 기가맥혀 "아이고! 나 자라 아니오!" "그러면 네가 무엇이냐?" "나 두꺼비요!" "니가 두꺼비면 더욱 좋다 너를 산채로 불에 살라 술에 타 먹었으면 만병회춘 명약이라 두말 말고 먹자. 으르르르르르르르 어흥!" 자라가 기가 맥혀 "아이고! 이 급살마질 것이 동의보감(東醫寶鑑)을 살라서 먹었는지 먹기로만 드는구나!"
멜론 님께서 등록해 주신 가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