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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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사점고
- 정윤형
- 정윤형 보성소리 적벽가 9
조 조 보고, “남은 군사 무던허다. 바삐 불러라.” 정 욱이 영을 듣고 장대 상에 높이 서서, 좌수에 홀기 들고 우수으 칼을 짚고 군중에 호령하되, “만일 점고 불참자는 군법으로 참하리라.”, “전진의 안 이명이!”, “물고요.” 조 조 듣고, “아니, 안 이명이가 어디서 죽었단 말이냐?”, “오림서 조자룡 만나 창 맞어 죽었소.”, “아차차차, 참 아까운 놈 죽었다. 그 근본 없는 놈한테 허망히 죽었구나. 또 불러라.”, “우부전사 천총소에 허 무적이!”
허 무적이가 울며 들어오네. 투구 벗어 손에 들고, 갑옷 벗어 들어 메고, 한팔 늘이우고, 한 다리 절룩절룩, 통곡으로 우는 말이, “고향을 바라보니 구름만 담담허고, 가솔을 생각허니 슬픈 마음 측량없소. 가고지고, 가고지고, 우리 고향을 가고지고.”
애고 애고 통곡하니, 조 조 보고, “너는 천총의 도리로 오연불배 괘씸하니 네 이놈 목 비여라.” 허 무적이 여짜오되,
“승상님, 내 말을 들어 보오. 여보, 승상님, 듣조시오. 적벽강 급한 난리 화전을 피하려다, 뜻밖의 살 한 개가 수르르르르 떠들어와, 팔 맞어 부러지고 다리조차 맞었으니, 전연 군례할 수 있소? 어서 목을 비여 주오. 혼비혼향 둥둥 떠서 그립든 부모와 애중한 처자권솔 얼굴이나 보고지고. 어서 급히 죽여주오!”
조 조, 망발로 생각하고, “우지마라, 우지마라. 니 부모가 즉 내 부모요, 내 부모가 즉 니 부모라.” 달래어 내보내고, “또 불러라.”, “좌기병 골 내종이!”
골 내종이가 들어온다, 골 내종이 들어온다. 안판낙포 곱사등에 눈시울은 찢어지고, 입할차 비틀어져, 귀 하나 떨어지고, 왼팔이 쭉 늘어져, 다리 절고, 곰배팔 거침없이 휘저으며, 껑충껑충 모두발로 뛰어 들어와, “예이!”
조 조 보고 대소하며, “야, 그놈 병신부자 놈이로구나. 저놈 어디서 낮잠 자다가 산벼락 맞은 놈 아니냐? 저런 것들 군중에 두어야 후환거리라, 우리는 앞에 달아나면 저놈은 뒤에 쳐졌다가 우리 간 데만 꼭꼭 적병에게 일러 줄 테이니, 저것 없애부리자. 좋은 수 있다. 저놈을 잘 씻어 폭 삶아라. 한 그릇씩 아주 먹고 가자.” 골 내종이 어이없어 조 조를 물그러미 눈이 찢어지게 한참 쳐다보더니마는, “승상님 눈구녁 생긴 것이 꼭 인장식허게 되었소.”, “저것 보기 싫다. 말아내라.”, “우기병 박 덜렝이!”
박 덜렝이가 들어온다. 박 덜렝이가 들어온다. 부러진 창대를 거꾸로 짚고, 두 눈을 부릅뜨고 덜렁거리고 들어와, 조 조 앞에가 우뚝 서서, “예이!” 허고 달려든다.
조 조 보고 질색허여, “아이고, 저거, 저저거 저저 장 비 군사 아니냐?” 박 덜렝이 하는 말이, “아니 뉘 아들놈이 장 비 군사란 말이요, 조 조 군사지?”, “네 이놈, ‘조 조’라니?”, “아, 이녁 군사도 몰라본단 말씀이요?”, “니가 내 군사 같으면 왜 그리 성허냐?”, “아, 성하거든 회쳐 잡수시오.”, “이 애, 그게 웬 말이냐?”, “아까 병든 놈은 국 끊여 먹는다 했으니 성한 놈은 회 쳐 잡숴야지요.”, “너는 별로 성하기에 반가워 허는 말이로다.”, “아, 군사 놈들이 모도 미련해서 죽고 병신 되고 그러지요. 말이 났으니 말이제, 한참 싸울 때 살짝 빠져 산꼭대기에 올라가 내려다보면, 싸움굿인즉은 제일 좋습니다. 쟁 치면 앞장서서 들어와서 혹은 먹고,”, “저놈 저 매우 실군사 놈이로구나. 네 이놈, 창날은 어쩌고 창대만 지팽이 삼었느냐?”, “아, 오다가 창날은 배고파서 밥 사먹고, 술 사먹고, 남은 돈으로는 바늘 한 쌈 샀지요.”, “이 난통에 바늘은 어따 쓸라고 샀는고?”, “어떤 염병 앓다 죽을 놈이 만날 이렇게 지는 전장통에만 있으리까?
우리 집이 돌아가면, 그립던 마누라가 우루루루루 달려들어, 우수로 손길 잡고 좌수로 목을 안어, ‘반가워라, 반가워라. 천리 전장 갔던 낭군 살어오니 반가워라.’ 눈물로 반길 적에, 이 바늘을 정표 주고, 사시의복 지어 얻어 입어가며 알뜰살뜰 살어 볼라요.”
조 조 듣고, “그놈 장히 치산가로구나. 저놈 내보냄과 동시에 구연장을 잔뜩 진껴라. 또 불러라.”, “후기병 왕 덩방이.”
왕 덩방이 거동을 보소. 엉덩이를 양손에 받쳐 들고 뭉그적 뭉그적 밀고 나오는구나. 조 조 보고 어이없어, “너는 어찌 하신 힘을 못 쓰는고?”, “승상님 듣조시오. 난중으 치질 삼겨 엉망진창 수라장이요. 나 죽기는 섧잖으나, 팔십 당년 늙은 노모를 뉘게다 의탁을 허잔 말이요?”
조 조 대소하며, “오냐, 네 속 내 잘 알겄다. 너 죽더라도 나 살아 돌아가 너의 부모 만나겄다. 또 불러라.”, “마병장에 구먹쇠.”, “예.” 이놈은 말 다 어따 두고 말채만 손에 들고 걱정 없이 들어와, “무엇허랴요?”, “너는 전장에 잃은 것은 없느냐?”. “예, 하나도 없소.”, “야, 거 참 신통허다. 모다 이리 가지고 오너라.”, “아니요. 대한총 좋은 말에 구연장을 다뿍 싣고 오는디, 오림에서 조자룡 만나 다 줘 부렸소.” 조 조 화를 내여, “이놈 목 비여라.”, “내 말 좀 들어보오. 내가 그냥 준 것이 아니오라, 그놈의 망아지 새끼도 추세를 따릅디다 그리여. 말끔 자룡 진으로 비호같이 도망쳐 가 버리니, 그 불속으로 들어갈 수 없고, 본시 없는 셈 치고 그냥 나만 살어 온 것도 다행이지요.”, “네 이놈, 이 난중에 말도 없이 어떻게 간단 말이냐?”, “아, 승상님. 말 좋아하지 마시오. 대로는 복병이 너무 심하니, 말 탈것 없이 들 것을 만들어 타고 가시든지, 더 편하게 가실 양이면 발대지게 담어 짊어지고, 산곡 좁은 기로 빠져나가기 좋고, 좋은 경지 구경해 가며, 설렁설렁 한가히 가옵시면 만사태평허실 것이요.”, “이놈 내가 앉은뱅이란 말이냐? 저놈 아무 걱정 없이 말하는 게, 저놈의 눈구녁 생긴 것이 일 낼 놈이로고.”, “아, 눈구녁으로 말씀 드리자면 승상님 눈이 꼭꼭 큰일만 냈지요.”, “이놈, 우악하다. 말아내고 구연장을 또 있는 대로 잔뜩 진껴라. 또 불러라.”, “후군장에 목 움출이.”, “예.”
목 움출이 들어온다, 목 움출이 들어와. 이놈은 양손에 텍 고이고 아장아장 들어오며, “아이고, 모가지야.”, “너 이놈, 네 목은 어떻게 되었느냐?”, “예, 다름이 아니오라, 오림, 이릉, 양곡에서 일원 장수 쫓아오며, ‘조 조란 놈 어디로 가더냐’”, “네 이놈, ‘조 조란 놈’이라니?”, “아이고, 그 장수 말씀이 그렇단 말씀이지요.”, “그래, 일렀느냐? 만일에 일렀으면 달아나자.”, “글씨 들어보시오. 취안을 찡그리고 승상 간 데만 이르라니, 아생연후살타라.”, “어불싸, 일렀구나.”, “글씨, 들으시오. 내가 안 일러도 이리 온 흔적 있고 또 본 사람이 있을 테니, 일러도 죽일테요 안 일러도 죽일 테니 어찌해야 옳단 말이요?”, “허허, 그 녀석, 그 장수를 데려다가 이 근처에 숨겨 놓고 나 잡으러 온 놈일제. 이런 죽일 놈, 그래 일렀단 말이냐? 일렀으면 달아나자. 갑갑하여 나 죽겄다.”, “내 말 좀 들어보오.”, “그래, 말해봐라. 어서 들어보자.”, “죽자 허고 잡어떼니, 그 장수 주먹으로 후닥딱, 한번 맞인 것이 이렇게 목이 들어갔소.” 조 조 좋아라고, “아이고, 내 새끼야.” 그리저리 점고하여 보니 백여 명 남은 군사 병신뿐이로구나. 불쌍허고 가련한지라.
허 무적이가 울며 들어오네. 투구 벗어 손에 들고, 갑옷 벗어 들어 메고, 한팔 늘이우고, 한 다리 절룩절룩, 통곡으로 우는 말이, “고향을 바라보니 구름만 담담허고, 가솔을 생각허니 슬픈 마음 측량없소. 가고지고, 가고지고, 우리 고향을 가고지고.”
애고 애고 통곡하니, 조 조 보고, “너는 천총의 도리로 오연불배 괘씸하니 네 이놈 목 비여라.” 허 무적이 여짜오되,
“승상님, 내 말을 들어 보오. 여보, 승상님, 듣조시오. 적벽강 급한 난리 화전을 피하려다, 뜻밖의 살 한 개가 수르르르르 떠들어와, 팔 맞어 부러지고 다리조차 맞었으니, 전연 군례할 수 있소? 어서 목을 비여 주오. 혼비혼향 둥둥 떠서 그립든 부모와 애중한 처자권솔 얼굴이나 보고지고. 어서 급히 죽여주오!”
조 조, 망발로 생각하고, “우지마라, 우지마라. 니 부모가 즉 내 부모요, 내 부모가 즉 니 부모라.” 달래어 내보내고, “또 불러라.”, “좌기병 골 내종이!”
골 내종이가 들어온다, 골 내종이 들어온다. 안판낙포 곱사등에 눈시울은 찢어지고, 입할차 비틀어져, 귀 하나 떨어지고, 왼팔이 쭉 늘어져, 다리 절고, 곰배팔 거침없이 휘저으며, 껑충껑충 모두발로 뛰어 들어와, “예이!”
조 조 보고 대소하며, “야, 그놈 병신부자 놈이로구나. 저놈 어디서 낮잠 자다가 산벼락 맞은 놈 아니냐? 저런 것들 군중에 두어야 후환거리라, 우리는 앞에 달아나면 저놈은 뒤에 쳐졌다가 우리 간 데만 꼭꼭 적병에게 일러 줄 테이니, 저것 없애부리자. 좋은 수 있다. 저놈을 잘 씻어 폭 삶아라. 한 그릇씩 아주 먹고 가자.” 골 내종이 어이없어 조 조를 물그러미 눈이 찢어지게 한참 쳐다보더니마는, “승상님 눈구녁 생긴 것이 꼭 인장식허게 되었소.”, “저것 보기 싫다. 말아내라.”, “우기병 박 덜렝이!”
박 덜렝이가 들어온다. 박 덜렝이가 들어온다. 부러진 창대를 거꾸로 짚고, 두 눈을 부릅뜨고 덜렁거리고 들어와, 조 조 앞에가 우뚝 서서, “예이!” 허고 달려든다.
조 조 보고 질색허여, “아이고, 저거, 저저거 저저 장 비 군사 아니냐?” 박 덜렝이 하는 말이, “아니 뉘 아들놈이 장 비 군사란 말이요, 조 조 군사지?”, “네 이놈, ‘조 조’라니?”, “아, 이녁 군사도 몰라본단 말씀이요?”, “니가 내 군사 같으면 왜 그리 성허냐?”, “아, 성하거든 회쳐 잡수시오.”, “이 애, 그게 웬 말이냐?”, “아까 병든 놈은 국 끊여 먹는다 했으니 성한 놈은 회 쳐 잡숴야지요.”, “너는 별로 성하기에 반가워 허는 말이로다.”, “아, 군사 놈들이 모도 미련해서 죽고 병신 되고 그러지요. 말이 났으니 말이제, 한참 싸울 때 살짝 빠져 산꼭대기에 올라가 내려다보면, 싸움굿인즉은 제일 좋습니다. 쟁 치면 앞장서서 들어와서 혹은 먹고,”, “저놈 저 매우 실군사 놈이로구나. 네 이놈, 창날은 어쩌고 창대만 지팽이 삼었느냐?”, “아, 오다가 창날은 배고파서 밥 사먹고, 술 사먹고, 남은 돈으로는 바늘 한 쌈 샀지요.”, “이 난통에 바늘은 어따 쓸라고 샀는고?”, “어떤 염병 앓다 죽을 놈이 만날 이렇게 지는 전장통에만 있으리까?
우리 집이 돌아가면, 그립던 마누라가 우루루루루 달려들어, 우수로 손길 잡고 좌수로 목을 안어, ‘반가워라, 반가워라. 천리 전장 갔던 낭군 살어오니 반가워라.’ 눈물로 반길 적에, 이 바늘을 정표 주고, 사시의복 지어 얻어 입어가며 알뜰살뜰 살어 볼라요.”
조 조 듣고, “그놈 장히 치산가로구나. 저놈 내보냄과 동시에 구연장을 잔뜩 진껴라. 또 불러라.”, “후기병 왕 덩방이.”
왕 덩방이 거동을 보소. 엉덩이를 양손에 받쳐 들고 뭉그적 뭉그적 밀고 나오는구나. 조 조 보고 어이없어, “너는 어찌 하신 힘을 못 쓰는고?”, “승상님 듣조시오. 난중으 치질 삼겨 엉망진창 수라장이요. 나 죽기는 섧잖으나, 팔십 당년 늙은 노모를 뉘게다 의탁을 허잔 말이요?”
조 조 대소하며, “오냐, 네 속 내 잘 알겄다. 너 죽더라도 나 살아 돌아가 너의 부모 만나겄다. 또 불러라.”, “마병장에 구먹쇠.”, “예.” 이놈은 말 다 어따 두고 말채만 손에 들고 걱정 없이 들어와, “무엇허랴요?”, “너는 전장에 잃은 것은 없느냐?”. “예, 하나도 없소.”, “야, 거 참 신통허다. 모다 이리 가지고 오너라.”, “아니요. 대한총 좋은 말에 구연장을 다뿍 싣고 오는디, 오림에서 조자룡 만나 다 줘 부렸소.” 조 조 화를 내여, “이놈 목 비여라.”, “내 말 좀 들어보오. 내가 그냥 준 것이 아니오라, 그놈의 망아지 새끼도 추세를 따릅디다 그리여. 말끔 자룡 진으로 비호같이 도망쳐 가 버리니, 그 불속으로 들어갈 수 없고, 본시 없는 셈 치고 그냥 나만 살어 온 것도 다행이지요.”, “네 이놈, 이 난중에 말도 없이 어떻게 간단 말이냐?”, “아, 승상님. 말 좋아하지 마시오. 대로는 복병이 너무 심하니, 말 탈것 없이 들 것을 만들어 타고 가시든지, 더 편하게 가실 양이면 발대지게 담어 짊어지고, 산곡 좁은 기로 빠져나가기 좋고, 좋은 경지 구경해 가며, 설렁설렁 한가히 가옵시면 만사태평허실 것이요.”, “이놈 내가 앉은뱅이란 말이냐? 저놈 아무 걱정 없이 말하는 게, 저놈의 눈구녁 생긴 것이 일 낼 놈이로고.”, “아, 눈구녁으로 말씀 드리자면 승상님 눈이 꼭꼭 큰일만 냈지요.”, “이놈, 우악하다. 말아내고 구연장을 또 있는 대로 잔뜩 진껴라. 또 불러라.”, “후군장에 목 움출이.”, “예.”
목 움출이 들어온다, 목 움출이 들어와. 이놈은 양손에 텍 고이고 아장아장 들어오며, “아이고, 모가지야.”, “너 이놈, 네 목은 어떻게 되었느냐?”, “예, 다름이 아니오라, 오림, 이릉, 양곡에서 일원 장수 쫓아오며, ‘조 조란 놈 어디로 가더냐’”, “네 이놈, ‘조 조란 놈’이라니?”, “아이고, 그 장수 말씀이 그렇단 말씀이지요.”, “그래, 일렀느냐? 만일에 일렀으면 달아나자.”, “글씨 들어보시오. 취안을 찡그리고 승상 간 데만 이르라니, 아생연후살타라.”, “어불싸, 일렀구나.”, “글씨, 들으시오. 내가 안 일러도 이리 온 흔적 있고 또 본 사람이 있을 테니, 일러도 죽일테요 안 일러도 죽일 테니 어찌해야 옳단 말이요?”, “허허, 그 녀석, 그 장수를 데려다가 이 근처에 숨겨 놓고 나 잡으러 온 놈일제. 이런 죽일 놈, 그래 일렀단 말이냐? 일렀으면 달아나자. 갑갑하여 나 죽겄다.”, “내 말 좀 들어보오.”, “그래, 말해봐라. 어서 들어보자.”, “죽자 허고 잡어떼니, 그 장수 주먹으로 후닥딱, 한번 맞인 것이 이렇게 목이 들어갔소.” 조 조 좋아라고, “아이고, 내 새끼야.” 그리저리 점고하여 보니 백여 명 남은 군사 병신뿐이로구나. 불쌍허고 가련한지라.
멜론 님께서 등록해 주신 가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