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 정보

혈죽가
전병훈
전병훈의 경기잡가 전집 (京畿雜歌 全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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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운이 쇠한 곳에 충신이 슬피 울고 열사의 가실 길은 죽음밖에 없단 말가
낙엽도 다 지나고 눈보라 치는 날에 평리원 섬돌아래 외로이 무릎꿇고 이천만 동포아껴 애틋이 눈물지니 하늘도 한겨운 듯 날마저 거문댄다

을사의 독한조약 국토를 빼앗길 제 우국에 타는 마음 가슴을 에이는 듯 의와 절이 맺힌 생애 의로써 살아왔고 나머지 여생마저 의롭게 살랬더니 기우는 나라일을 바로잡을 길이 없어 구소에 맺힌 한을 죽음으로 푼단 말가

무딘 칼 부여잡고 모진 목 끊으랼제 줄기져 흐르는 피 잡은 손 미끄럽다 벽에다 문대면서 칼자루 다시 잡고 남은 숨 잘라낼 제 그 괴롬 참단 말가 피 함께 붉은 마음 사라질 길 바이 없고 천만년 남을 자취 갈수록 새로워라

칠세아 끌어 안고 뒷일을 부탁하며 노모를 홀로 두고 죽을 일 생각할 때 충의도 무겁건만 효도를 어찌하랴 간장 녹아 흐르는 물 옷깃을 적시고 원한에 타는 불길 구곡간장 사르도다 한겨워 하던 설움 오늘이 끝이런가

절개로 씻은 그 몸 충의에 뭉치었고 평생을 닦은 수양 의절만 쌓였세라 삼천리 강산 정기 한 몸에 모아놓고 아깝다 때 아니매 목숨을 끊단 말가 마지막 붓을 들어 이천만 징계하니 대장부 떳떳함이 고금에 빛나도다

의롭게 흐른 그 피 마루에 넘쳐들어 순결이 모인 정기 혈죽되어 나단말가 네 포기 사십팔엽 분명히 푸르름은 사충신 사십팔세 절개를 말함이요 구태여 청죽되어 충의를 가르치니 사후에 남은 정신 천추에 새로워라

충정공 떠나신 지 사십년 넘은 날에 왜적이 쫓겨 가니 공의 덕 새롭건만 나라땅 양단되고 동족에 상잔하니 지하에 자던 영혼 눈물 또 흘릴세라 천운이 멀었느냐 여액이 남단말가 동포의 쓰린 가슴 어이면 풀어볼까

삼팔선 뿌린 피는 공의 뜻 받아있고 삼천만 뭉친 한은 공같은 심정이라 혈죽에 모인 한이 더욱더 새로우니 앞날의 번창함을 그 아니 기약하리 명명히 부탁한 뜻 끝끝이 받들리니 구천에 고이 누워 명복을 받으소서
멜론 님께서 등록해 주신 가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