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 정보

(당신이 썼다고
어떻게 믿을 수 있죠?
별로라면 주세요 다른 곳을 알아보죠
아니요 나쁘진 않았어요
꽤나 흥미롭다고나 할까
신의 자리를 넘보던 박사와
그가 만들어낸 괴물
그런데 한 가지 걸리는 게 있네요
바로 당신
오히려 이 작품을
여자가 썼다고 하니까
작품의 신비함이 떨어진다고나 할까
힘이 달린다고나 할까
그게 왜
아니 생각해 보세요
누가 이 글에
신뢰성을 부여할 것인가
어린 여자애가
장난삼아 쓴 글로 보이기 딱 좋죠
다른 출판사들이
이 작품을 거절한 이유도
나와 비슷할 것 같은데
하지만 난 이 작품이
얼마나 뛰어난지 잘 알겠어요
그러니 제안을 하나 하죠
저자는 익명으로 갑시다)
나를 더 이상 경멸하지 마
(그리고 보통 신작이 나오면
서문에 따라
화제성이 달라져요
퍼시셸리의 서문을 싣는 거에요
그럼 사람들은
저자가 익명이라는 것에
크게 개의치 않을 겁니다 어때요?)
나를 불쌍히 여겨줘
(둘이 잘 아는 사이 아닌가요?)
내 이야기를 좀 들어줘
(퍼시셸리 정도라면 사람들의
큰 호응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름이 없는 괴물 이야길
(최근에 죽은 와이프에 대한
연가를 써서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죠
그런 유명한 시인이
서문을 써준다면)
창조주여 나를 향한 의무를 다하라
(잘 생각해 봐요)
(내가 괜한 짓을 했나 봐
나에게 말을 가르친 건 그대였다
그냥 처음부터
누굴 보여주는 게 아니었어
언제부터 누가 읽어주길 바랬다고
지난밤 꿈을 꾸었다
나약한 인간이 발버둥 치는
외로운 싸움과 고독한 진실을
하지만 누가 읽어주지 않으면
아무 값어치가 없는 것이니까
나를 부정하지 말라
두려움을 걷어내면
어디에든 내가 보일 테니
저주받은 창조자!
왜 당신 스스로 혐오스러워 외면할
끔찍한 괴물을 만들었는가)
내가 그 괴로움을 알아
내가 그 외로움을 알아
내가 배운 건 죽음과 상실
누군가 버려지는 고통
희망과 행복은 없다는 사실
끝도 없는 추위와 고독
어둠만이 가득한 곳
그곳 만이 날 허락할거야
북극으로 날 찾아와
슬프고 두렵지
하지만 그곳에선 존재해
괴물이 아닌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