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Njiqahdda' - [Yrg Alms]

밴드의 음악을 들으면서 미술작품을 떠올리는 것은 그리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이 발음하기도 힘든 미국의 앰비언트/블랙/노이즈/포스트록 밴드 'Njiqahdda'는 그런 면에서 자신들의 가학적이면서도 몽환적이고, 또한 무언가 이성적인 세계를 거부하는 사운드로, 마치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를 떠올리게 한다. 이들의 초기작과 중기작에서 보여지는 그런 음습함, 사악함, 그리고 몽환적인 정서는 일견 블랙메탈, 수어사이드 블랙메탈과 궤를 같이할 것 처럼 보여질 수 있으나, 그들이 빚어낸 독창적인 오브제는 그런 '원초적인 감성'을 넘어선 일종의 초현실적인 절망, 고립감으로 표출될 수 있다. 특히 노이즈와 구분이 가지 않는 보컬의 울부짖음은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들에서 자주 등장하는 어그러진 공간에서 추악한, 그리고 거대한 얼굴의 목구멍에서 끓어오르는 핏빛 거품같은 섬뜩함을 느껴주며, 전체적으로 사운드를 감싸고 있는 기묘한 끈적임은 기괴한 망상이 되어 깨어나오지 않는 악몽으로 청자를 인도한다. 이들의 전매특허라 할 수 있는 사운드는 후기작인 [Grain 1], [2], [3] 에 이르러서는 사이키델릭, 포스트록과의 이종교배 (이 사운드에 대해서 어울리는 표현이리라) 를 통해 또 다른 시선을 이끌고 있는데, 초, 중기작이 익스트림 매니아들에게도 꽤나 골수 매니아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사운드라면 이 후기작들은 조금은 더 대중적(?)이라 할 수 있다. 데스메탈, 블랙메탈만 하더라도 충분히 대중적이지 않은 장르이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이렇게 한없이 사람들의 시선을 불편해하는 갈래를 소개한다는 것이 약간은 부담이 된다. 그러나 작금의 회색 공간에서, 자신만의 굴레와 어둠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자들의 음악을 통해 한 없이 자신을 학대해 보는 것도 이 장르가 주는 또 다른 중독성있는 매력이다.
음악평론가 장재원

Discography

- Ints | Nji | Verfatu (2008) Full-length

- Nji. Njiijn. Njiiijn (2008) Full-length

- Nil Vaaartului Nji (2008) EP

- Sombre Fortu (2009) EP

- Taegnuub - Ishnji Angma (2009) Full-length

- Yrg Alms (2009) Full-length

- II - A Yrg Alms Reinterpretation (2010) Full-length

- Il` Flaen (2010) EP

- The Path of Liberation from Birth and Death (2011) Full-length

- Grain I (2013) EP
- Grain II (2013) EP

- Grain III (2013) E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