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 Historian (Explicit Ver.)
- Lucy Dacus
- 앨범 평점 4.5/ 13명
- 발매일 : 2018.03.02
- 발매사 : Beggars Group Digital Ltd.
- 기획사 : Matador
암흑의 시대, 진실을 담아 노래하는 심연의 목소리
'Lucy Dacus' [Historian]
미국 버지니아 주 리치몬드 출신 여성 싱어 송라이터 '루시 데이커스 (Lucy Dacus)'는 옥수수 밭과 염소농장이 있는 시골에서 성장했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CD 컬렉션에 있는 앨범들을 즐겨 들었던 그녀는 '사이먼 앤 가펑클 (Simon and Garfunkel)'의 [Greatest Hits], '레드 제플린 (Led Zeppelin)'의 첫 번째 앨범, 그리고 '데이빗 보위 (David Bowie)'를 좋아했다. 특히 '데이빗 보위'의 "Five Years"를 처음 듣고는 울어버렸다고 한다. 사실 "Five Years"는 지구 종말이 5년 남은 상황을 묘사한 곡이었고 아마도 공포에 의한 울음이 아니었을까 싶다.
대학에서 영화를 공부한 '루시 데이커스'는 낮에는 사진 현상소에서 일하고 금요일 밤에는 러시아 소설을 잃으며 시간을 죽이는 것을 좋아하는 소녀였다. 그리고 2015년 어느 날 버클리 음대 출신 엔지니어이자 그녀의 친구인 '콜린 패스토레 (Collin Pastore)'와 함께 내쉬빌에서 데뷔 앨범 [No Burden]을 녹음한다. 21세의 나이에 완성한 이 성숙한 데뷔작을 통해 '피치포크 (Pitchfork)'에서 7.8점을 받았고 2016년 1월호 '롤링 스톤 (Rolling Stone)'지에는 '반드시 들어야 하는 10명의 신인 아티스트'로 꼽히기도 했다. '페이더 (The Fader)'에서는 지금까지 들어본 적 없는 아름다운 목소리라 환호했다. 아무튼 등장하자마자 매체들은 고전적인 '루시 데이커스'의 목소리, 그리고 노래에 만장일치의 찬사를 보냈다.
이후 CBS의 아침 프로그램 'This Morning'은 물론 NPR의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 그리고 '롤라팔루자 (Lollapalooza)' 등 각종 페스티벌에서도 그녀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좀 더 굵직한 목소리의 '카렌 달튼 (Karen Dalton¬)', 그리고 '수잔 리드 (Susan Reed)' 같은 고전적인 분위기를 풍겨내면서 기타 록 반주 위에 노래했다. 기타는 주로 '에피폰 (Epiphone)'에서 출시된 할로우 바디 모델들을 사용하는데, 쉐라톤(Sheraton), 그리고 P90 픽업 세 개가 박혀있는 리비에라 (Riviera) 같은 것들을 연주하고 있다.
[Historian]
'루시 데이커스'가 데뷔 앨범을 내놓은 지 2년 여의 시간이 흘렀다. 그 2년 사이 씬에는 '재패니스 브렉퍼스트 (Japanese Breakfast)', '코트니 바넷 (Courtney Barnett)', '제이 솜 (Jay Som)', '줄리안 베이커 (Julien Baker)', '피비 브리저스 (Phoebe Bridgers)' 등의 여성 싱어 송라이터들이 별개의 흐름들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와중 '루시 데이커스' 역시 전통 있는 인디 명문 '마타도어 (Matador)'에서 두 번째 앨범을 내놓는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내쉬빌에서 콜린 패스토레의 프로듀스 아래 녹음이 진행됐다. 소포모어 앨범 [Historian]은 상쾌한 깨달음, 눈물 어린 선언, 그리고 힘들게 얻은 평화의 순간 등으로 채워내고 있다. 무엇보다 스스로가 이번 앨범을 두고 자신이 만들었어야만 하는 앨범이라 밝히고 있다.
강렬한 보컬의 "Night Shift"는 그녀가 처음으로 쓴 이별 노래이기도 하다. 고요하게 시작해 점차 강도를 올려가는 곡은 마치 90년대 얼터너티브 트랙처럼 마무리 된다. 이 아름다운 트랙은 '루시 데이커스'의 탁월한 송라이팅 감각이 새로운 수준에 도달해냈음을 인지시켜낸다. 가사의 말미에 'Five Years'라는 대목이 있는데 이는 일전에 언급한 '데이빗 보위'의 노래에서 영향 받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연인에게 헌정한다"는 곡의 마지막 가사는 일말의 희망을 품고 있는 듯 비춰지기도 한다. 이는 분명 올해 가장 인상적인 트랙 중 하나다. 특히 90년대 밴드들을 좋아했던 이들이라면 더더욱 그렇게 느낄 것이다.
마치 '킹스 오브 리온 (Kings of Leon)'류의 밴드 사운드를 듣는 듯한 "Next of Kin"와 "Addictions"에서는 브라스와 흥미로운 리듬파트를 활용해내는데 '킹스 오브 리온'의 기타리스트 '매튜 팔로윌 (Matthew Followill)' 또한 '루시 데이커스'와 마찬가지로 에피폰 쉐라톤을 사용하기도 한다. "The Shell"에서는 흔들리는 코러스 이펙팅 아래 90년대 풍 멜로디와 구성이 두드러진다. 고풍스런 현악 어레인지와 함께 전개되는 'Nonbeliever'와 'Body to Flame', 작정하고 만든 듯한 캐치한 팝 트랙 "Yours & Mine", 그리고 격렬한 "Timefighter"에서도 유독 강한 인상을 남긴다. 마치 '제프 버클리 (Jeff Buckley)' 스타일의 가스펠처럼 경건한 "Pillar of Truth", 안개 같은 리버브 사이로 깨끗한 감정을 도출해내는 "Historians"로 앨범이 정리된다.
지난 1년 동안 미국은 재난과도 같은 선거결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아왔다. '루시 데이커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결국 그녀는 '사학자(Historian)'의 관점에서 사려 깊은 서사를 이번 앨범에 풀어내면서 역경에 직면한 신중한 낙관주의적 컨셉을 완수해냈다. 그녀가 이번 앨범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최악의 상황에도 불구하고 결국 희망이 살아남는다는 사실이라고 한다.
이전 작과 마찬가지로 얼터너티브 록에 고전적인 보컬, 그리고 내쉬빌 특유의 분위기를 남기면서 더욱 감정적이고 드라마틱한 전개를 이뤄냈다. 전체적인 사운드는 데뷔 앨범 때보다 훨씬 풍부해졌고 이는 역동적이면서도 생생한 로큰롤 앨범으로써 귀결됐다. 물론 듣는 이들의 감정을 뒤흔들어내는 목소리는 이번에도 건재하다. 현악파트를 비범하게 활용해낸 것 또한 앨범을 더욱 섬세하게 이끌어내는 역할을 했지만 물론 핵심은 일렉트릭 기타, 그리고 '루시 데이커스'가 지닌 심연의 목소리다. 그녀의 어두운 가성, "Night Shift" 같은 트랙이 그려내는 세계관, 그리고 커버의 분위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앨범은 대체적으로 어두운 풍경을 갈무리해낸다. 여기에는 밤의 아름다움, 그리고 그 밤을 비추는 가로등의 아름다움이 동시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