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Girly-Sound To Guyville: The 25th Anniversary Box Set (The Girly-Sound Tapes) (Explicit Ver.)
Liz Pha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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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앨범 평점 5/ 1명
  • 발매일 : 2018.05.04
  • 발매사 : Beggars Group Digital Ltd.
  • 기획사 : Matador
90년대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유효한 걸작 페미니즘 레코드
[Exile in Guyville]의 발매 25주년을 기념하는 '리즈 페어(Liz Phair)'의 초기 음원 모음집
[Girly-Sound To Guyville]
 
[Exile in Guyville]
너바나(Nirvana)가 광풍을 몰고 왔던 1993년, '리즈 페어'의 놀라운 데뷔작 [Exile in Guyville]은 발표되자마자 화제를 모았다. '페미니스트들의 랜드마크'라 구전되고 있는 앨범은 무엇보다 적나라하고 선정적인 가사가 큰 주목을 받았고, 비슷한 시기 앨범을 냈던 PJ 하비(PJ Harvey)와 종종 비견되기도 했다. 느슨하면서도 독특한 발음, 부드러운 저음의 목소리를 지닌 리즈 페어는 이처럼 데뷔 당시부터 독보적인 위치를 점해갔다. 단순히 '나쁜 여자(Bitch)' 계열로 그녀를 분류하기 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여성성을 표현하려 했다 말하는 편이 더 정확할 것이다. 그녀가 다뤄낸 성에 관한 직접적인 테마는 여성 아티스트로서의 벽을 허물었고, 얼터너티브 시대에 걸맞는 사운드 또한 갖춰내면서 이 혁신적인 앨범은 시기적으로도 무척 중요하게 다뤄졌다.
 
[Exile in Guyville]의 위상을 대충 설명하면 이렇다. 1985년 창간된 스핀(SPIN)지가 1985년부터 2005년까지 선정한 100장 중 15위, 마찬가지로 1985년 개국한 케이블 TV VH1의 역대 베스트 앨범 중 96위, 그리고 2003년 롤링 스톤(Rolling Stone)지가 발표한 역대 베스트 500장 중에서는 328위에 각각 랭크됐다. 그 밖에도 다양한 리스트에서 그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다.
 
[Girly-Sound To Guyville]
90년대 초, 시카고 외곽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던 '리즈 페어'는 대학졸업 이후 자신의 침실에서 4트랙 테이프 레코더로 노래들을 녹음한다. 이 [Girly-Sound] 카세트 테이프는 처음 컴(Come), (Codeine)의 크리스 브로커(Chris Brokaw)와 키킹 자이언츠(Kicking Giant)의 멤버인 재미교포 유태원씨 두 사람에게만 주어졌다. 그리고 이 테이프의 복사본이 인기를 끌면서 입 소문을 탔고 이를 통해 마타도어와 계약하게 된다. 그러니까 [Girly-Sound] 테이프는 이후 마타도어 시기 정식으로 앨범들을 내기 이전 그녀의 데모 창고 같은 역할을 했고 실제로 리즈 페어 또한 이것이 자신에게 있어 일종의 라이브러리와 같다 말한 바 있다.
 
이번 앨범 발표에 앞서 [Exile in Guyville]에 수록됐던 'Divorce Song'의 [Girly-Sound] 버전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번 컴필레이션에 수록된 곡들은 이처럼 원곡들의 어쿠스틱 버전 형태를 주로 담아내고 있는데, 'Divorce Song', 이외에도 'Fuck and Run'과 'Girls! Girls! Girls!'같은 곡들의 경우 오히려 원곡보다 리버브 걸린 목소리를 담고 있어 뭔가 신선한 기분을 주기도 한다. 'Soap Star Joe'의 경우에는 오히려 앨범 버전보다 더 강렬한 보이스 톤을 들려주기도 하며 'Flower'는 앨범 버전과 거의 흡사하지만 곡의 키, 그리고 가사가 일부 다르다. 'Johnny Sunshine'은 오히려 밴드라던가 다른 기타 이펙팅이 없어 전체적으로 더욱 깨끗하게 들리는 구석이 있기도 하다. 데이브 쿨리의 복원기술이 훌륭해서인가 싶기도 하다. 'Stratford-on-Guy'의 경우 원래 [Girly-Sound] 테이프에서는 'Bomb'이라는 제목이었으며, 'Ant in Alaska', 'Wild Thing'는 재녹음되어 2008년도 15주년 리이슈 앨범에 수록됐다.
 
앞서 언급했듯 [Girly-Sound]가 '리즈 페어'의 라이브러리 같은 존재였기 때문에 [Exile In Guyville] 앨범의 초기 곡들만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Chopsticks', 'Shane', 'Go West' 등의 [Whip-Smart] 앨범 곡들, 'Polyester Bride', 'Shitloads of Money' 같은 [Whitechocolatespaceegg] 수록 곡들의 초기 버전 또한 확인할 수 있다. 'Shitloads of Money'의 경우 'Money'라는 제목으로 수록되어 있다. 아예 마타도어 시기 이후 캐피탈에서 발매한 2005년도 앨범 [Somebody's Miracle]에는 'Gigolo'가 'Can't Get Out of What I'm Into'라는 제목으로 재 녹음되어 수록된 바 있다. 따라서 [Girly-Sound] 자체가 리즈 페어의 커리어 전반을 아우르고 있다고 말해도 크게 과장된 것이 아니다.
 
기존 정규 앨범에서 들을 수 없었던, [Girly-Sound]에서만 확인 가능한 노래들 또한 무척 귀하고 오히려 그녀의 초창기 곡들을 좋아한다면 이편이 더 취향에 부합할 것이다. 이 초기 4트랙으로 녹음된 곡들은 왠지 모르게 쓸쓸한 서정미가 두드러지곤 하는데, 로파이 특유의 생생함 또한 고스란히 전달해내면서 그녀의 곡이 지닌 멜로디의 힘 같은 것을 더욱 직접적으로 감지할 수 있었다. 앞서 이야기하기도 했지만 데이브 쿨리의 복원기술 또한 이 감동을 더욱 명료한 것으로 만들어낸다.
 
여권신장이 점차 격렬해지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미국 음악산업에 직접적으로 페미니즘의 불을 지핀 [Exile In Guyville], 그리고 그 시기 곡들이 다시 재조명 되는 것은 무척 적절한 타이밍인 듯싶다. 세상은 급변했고, 리즈 페어 역시 변했지만-하지만 인터뷰에서 밝혔듯 변한 모습 또한 그녀 자신이다-, 적어도 [Exile In Guyville], 그리고 초기 그녀의 노래가 지닌 태도는 지금의 시대에도 여전히 당당하고 굳건하게 우뚝 솟아있다. 미묘하게 변화해가는 시대에 발맞춰 함께 전진하는, 그런 노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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