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까만 타이거
허클베리핀 (Huckleberryfi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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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앨범 평점 4.5/ 147명
  • 발매일 : 2011.06.20
  • 발매사 : Mirrorball Music(미러볼뮤직)
  • 기획사 : 샤레이블
허클베리 핀 (Huckleberry Finn) [까만 타이거]

다음의 명제를 늘 껴안고 있었다. ‘사람들은 비평이라는 말을 들으면, 바로 판단이라든가 이성이라든가 냉안이라든가 하는 단어를 떠올리지만, 그와 동시에 애정이라든가 감동을 비평과 동떨어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비평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들이다.’ (고바야시 히데오)

그러니까 나에게는, 음악에 대한 글을 통해서 객관과 보편을 말하려는 욕심이 없다. 솔직히, 음악을 논하는 행위에 있어서 그런 것들이 가당키나 한 것 일까. 나는 음악으로부터 거대한 진리를 구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자그마한 사유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싶을 뿐이었다. 그래서 허클베리핀의 신보 [까만 타이거]에 대한 이 글은 지독한 나의 편견으로 써질 것이다.

황량한 음악을 위한 담론만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 허클베리핀 음악의 생존가(價)를 설명하는 일은 발터 벤야민의 저 유명한 선언의 주어를 영화에서 음악으로 바꿔보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라고 나는 언제나 확신해왔다.) ‘음악이 현실을 피해가려 할 때, 결국에 그건 파시즘을 미학적으로 다루는 일’일 뿐이다. 허클베리핀의 음악이 왜 평단과 팬들 모두에게서 ‘좋은 음악’으로 공증 받고 있는가. 거기에는 다름 아닌 ‘현실과의 긴장’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음악에 있어 무엇이 얼마만큼 변했냐는 것은 상대적으로 중요한 일이 아니다. 언제나 선결되어야 하는 것은 '안 변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것이고, 모든 예술에 있어 사람들은 이것을 '진정성'이라고 불러왔다. ‘우리의 음악이 주류로 진입하기는 힘들다’는 것을 긍정적으로 인식한 허클베리핀은 협소한 영역 안에서 깊게 침투해 들어가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즉, 수평적 포괄이 아닌 ‘수직적 예리’로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하는 음악. 망원경이 아닌 내시경의 음악. 전망이 아닌 심연을 보여주는 음악.

이기용의 창조적인 기타 리프 만들기와 마치 그림을 그리는 듯 다채로운 테크닉을 선보이는 이소영의 보컬 능력, 그리고 근 15년간 단련되어 특출한 밴드 하모니는 더 말해 무엇하랴. 몇 년 새, ‘핵심을 찌르는 로큰롤’을 수시로 강조했던 허클베리핀은 새 앨범에서도 자신들이 추구하는 음악적인 요령(要領)을 완벽하게 점령해냈다. 이른바 8비트로 상징되는, 그래서 어쩌면 단면적일 수도 있는 로큰롤 어법이 멤버들의 재능에 따라 얼마든지 다채로운 색조를 띌 수 있는지를 본작의 수록곡들은 다시금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기용, 이소영의 새로운 2인조 체제가 그리 낯설지 않게 다가오는 이유다.

음반의 압권은 단연 “쫓기는 너”에 그 방점을 찍는다. 탁월한 변주 능력과 마지막 부분에서의 중첩되는 코러스의 합창은 가히 로큰롤이 줄 수 있는 최대치의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고 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까닭이다. 그러나 “Girl Stop”이 적시적소에 밀고 당길 줄 아는 밴드 하모니로 ‘선빵’을 날리지 않았다면, 그 감동의 크기가 다소는 줄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니까 이것은 세심하게 곡 순서를 배치한, ‘하나의 앨범’이라는 얘기.

또한 “비틀브라더스”의 경우, 전반부와 후반부의 멜로디가 절묘하게 맞물리는 “로큰롤 송가”인데, 이 덕분에 현장에서 더욱 큰 설득력을 발휘한다는 장점을 지닌다. 능란하게 변환되는 곡 전개와 떼창을 유도하는 구성으로 팬들에게 사랑 받고 있는 “빗소리”는 작년 발표된 라이브 앨범에서 먼저 만날 수 있었던 트랙이기도 하다. 지금까지의 표현들은 결코 수사적인 상찬이 아니다. 나의 내면에서 발화되어 나온, 그 어떤 불가피한 진심이다. 그들의 새로운 음악과 가사가 하나가 되어 울리는 공명을 향해 발사하는, 나의 필사적인 러브 레터다. 이 편지에는 보편적 진실이라고는 거의 없다. 다만 나의 주관이 매혹적으로 담겨있기를 바랄 뿐이다. 그들이 기쁜 마음으로 받아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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