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Hanging Gardens
Classi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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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앨범 평점 5/ 16명
  • 발매일 : 2013.05.14
  • 발매사 : NHN벅스
  • 기획사 : 비트볼뮤직

피치포크에서 '놓쳐서는 안 될 앨범'으로 선정했고 김밥레코즈에서는 '꼭 들어야 하는 앨범'으로 선정해 이와 같이 발매합니다. 'BRIGHT, WARM, And BREEZY', Classixx [Hanging Garden]

'혁신적, 진취적 레저' - 이것은 미국 서부, 아니 미국 전역에서 새롭게 주목 받고 있는 한 레이블의 탄생에 관한 짧은 얘기다. 힙합 레이블 스톤스 스로우 (Stones Throw)에서 일하던 두 사람 네이트 넬슨과 제이미 스트롱은 스톤스 스로우처럼 색깔이 강한 레이블에서는 자신들의 취향이나 창의적인 생각들을 적극적으로 펼쳐내 보이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하고, 자신들만의 레이블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회사를 다니면서 퇴근 후 또 다른 레이블의 일을 시작하게 된다. 자신들이 갖고 있던 돈을 털어서 몇 개의 12인치 레코드를 제작하던 중 Hanni El Khatib의 데뷔작을 듣게 되었는데, 이 앨범의 발매는 그들이 투잡 생활을 청산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두 사람은 사표를 쓰고, 오로지 자신들만의 레이블 일에 매달리게 된다. 이 레이블의 이름은 이노베이티브 레저 (Innovative Leisure)로 이제 3살이 된 신생 레이블이다.

또 다른 성공 스토리는 Rhye와 함께 한다. 이들이 Rhye의 첫 싱글 "Open"을 공개하자 이들은 수많은 질문 공세에 시달리게 된다. 대형 음반사들은 즉각적으로 함께 일하자고 제안을 해왔다. 이들은 결국 제안을 해 온 메이저 음반사 중 한군데와 협업을 하기로 결정을 했으며, 많은 이들이 아는 대로 Rhye는 유니버설의 배급망을 타고 전세계에 널리 알려졌다. Rhye의 성공으로 레이블은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게 되었고, 그 결과로 이 신생 레이블은 이미 10팀이 넘는 든든한 로스터를 보유하게 되었다. 이들은 아메리칸 이글이나 어반 아웃피터스와의 협력으로 보다 넓은 홍보 채널을 확보하고, 나이키나 아우디 같은 대형 광고에 음악을 삽입하면서 이름 있는 레이블들도 힘들어 하는 오늘날, 성공적인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Allah, Nosaj Thing, Hanni El Khatib, Crystal Antlers, Bass Drum Of Death, Superhumanoids, 그리고 Rhye와 Classixx. '혁신적인 레저'는 진취적인 결과물들을 만드는 이들과 동반자 생활을 하고 있다. 

'클래식스' - LA 출신의 마이클 데이빗과 타일러 블레이크는 중학교/고등학교를 함께 다닌 오랜 친구 사이. 마이클은 (기타리스트로서) 밴드 생활을 하기도 했고, 타일러는 버클리에 다니면서 직업 음악인이 되기 위한 공부를 하기도 했다. 시간이 흐른 후, 둘은 하나의 팀 이름을 가진 디제이/프로듀서 듀엣으로 활동하기 시작하는데, Young Americans라는 이름을 사용하기도 하다가(아마도 데이빗 보위의 영향 하에서 만든 이름이었을 것이다), 나중에는 클래식스(Classixx)라는 이름을 붙이게 되었다. 둘은 폭넓은 음악 취향을 공유해왔기 때문에 일렉트로닉이라는 장르 안에서도 좀 더 폭넓은 음악적 보폭을 갖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아마 이들이 빠른 시간 안에 성장하는 밑거름이 되기도 했을 것이다.

이들의 본격적인 활동은 2009년부터 시작되었다. 신시사이저를 잘 활용한 "Lisztomania" (프랑스 밴드 피닉스의 곡)의 리믹스는 이들의 이름을 널리 알린 곡 중 하나다. 같은 해에는 컴필레이션으로 음악팬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프랑스 키츠네와 함께 진행한 싱글 "I'll Get You"가 발표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곡 발표보다는 메이어 호손, 액티비 차일드, 가십, 그루브 아마다, 패션 핏, 마돈나, 라나 델 레이의 곡들을 리믹스하는 작업을 더 많이 했다. 이들의 이름은 LA 뿐 아니라 음악계에서 꽤 알려진 이름이 되었고, 이 스타일리시한 듀엣은 2013년이 되어 자신들의 앨범을 내놓을 준비를 완료하게 되는데, 그 작품이 여기에 소개되고 있는 [Hanging Garden]이라는 데뷔작이다.

[Hanging Garden] - 서울에서 올림픽이 열렸던 88년, 독일 밴드 탠저린 드림 (Tangerine Dream)은 'Optical Race'라는 이름의, 올림픽 육상 종목을 상징하는 듯한 역동적인 커버를 장착한 앨범을 발표했다. 탠저린 드림은 이 무렵 그들 과거 멤버였던 피터 바우만이 LA에서 설립한 레이블 '프라이빗 뮤직' (야니, 수잔 치아니, 에타 제임스, 라비 샹카, 에디 좁슨 등이 활동했던 레이블)과 막 계약을 한 터라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미국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거의 듀엣 체제로, 드럼 머쉰과 시퀀서 리듬 위에 많은 멜로디들을 얹어 놓은 이 앨범을 클래식스의 멤버들은 기억하고 있었던 듯 하다. 이들은 이 앨범에 대해 경의를 표하는 듯한 앨범 커버를 만들었다. 탠저린 드림이 앨범처럼 '다이-컷'으로 제작되었는데, 흔히 말하는 오마쥬라고 보면 될 것 같다.

확실히 이 앨범은 커버부터 음악까지 80년대로부터의 영향을 보여준다.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짐작하겠지만, 이 두 사람은 80년대 음악의 열렬한 팬이기도 하다. LCD Soundsystem의 앨범에서 만날 수 있었던 보컬리스트 낸시 왕이 참여한 "All You're Waiting For"에서 그런 점들은 뚜렷하게 드러난다. 리믹스에 익숙한 디제이들이 이렇게 멜로디가 풍부한 곡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인데, 이것은 그들이 80년대에 나온 많은 레코드들을 들어왔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좋은 멜로디와 비트가 함께 공존하는 앨범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이 앨범을 올해 나온 '중요한 앨범 목록'에 포함시키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바로 그러한 요소 때문에 앨범을 여러 번 다시 듣게 된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들도 이미 그러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이들은 너무 많은 보컬리스트 게스트를 쓰고 싶지 않았다고 말하지만 보컬이 들어간 곡들은 그 결과물이 너무나 훌륭하다. Active Child가 참여한 "Long Lost", Jeppe의 참여로 2009년에 만들어진 "I'll Get You", Jessie Kivel이 참여한 "Borderline", 그리고 이 앨범의 또 하나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A Stranger Love" (Sarah Chernoff 참여)까지. 이들이 노래까지 잘하는 음악가였다면 아마도 이 두 사람이 좋아하는 폴 사이먼이나 피터 가브리엘만큼이나 좋은 싱어송라이터가 되었을 것이다. 앨범의 주성분 중에는 캘리포니아의 햇살 같은 것도 섞여 있다. "A Fax From the Beach", "Dominoes", 이 앨범의 첫 싱글인 "Holding On"같은 음악들은 광합성을 시도할 때 최적의 성능을 발휘한다. 이를테면, 이 작품들은 볕이 잘 드는 야외에서나, 차를 타고 어디론가 여행을 떠날 때 긍정적이고 상쾌한 에너지를 전달한다. 앨범 커버에 가득한 운동 에너지는 바로 이 앨범을 듣는 이들의 것이다. 다른 곡이지만 같은 패턴의 리듬을 통해 연속성을 보여주는 "Rhythm Santa Clara"와 "Dominoes"를 연이어 들으면 이 앨범이 쉽게 빠져 들었다가 쉽게 잊어 버리는 하룻밤의 사랑 같은 댄스 레코드가 아닌것이 분명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한 번 도착하면, 오래 머물러 있어도 좋은 [Hanging Garden]이다.

이 앨범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많은 사랑을 받게 될 것이다. 들을수록 우러나는 진국이라거나, 많이 먹어봐야 그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는 청국장 같은 앨범이란 뜻은 아니고, 단지 아직 많은 사람들이 이 앨범을 들어보지 못했단 얘기다. 실제로 이 앨범은 매력을 파악하는데 그리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 음악들로 구성이 되어 있다. 그래서 피치포크는 이 앨범을 '간과한 앨범들 - Overlooked Records' 목록에 올려놨다. 못 들었을 지 모르지만, 꼭 들어봐야 한다는 의미의 목록이다. 이 앨범을 듣게 되면 이 두 사람에게 주목하게 될 수 밖에 없다. 이런 음악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면 다프트 펑크 못지 않은 성공을 거두는 일렉트로닉 듀오가 될 것이 분명하니까. 이병헌의 말투로 단언해도 좋을 것이다. "Holding On"을 들을 때마다 그런 확신이 든다. 이렇게 앨범 처음부터 끝까지 마치 잘 닦아 놓은 길을 미끄러지듯 달려나가는, 그래서 듣는 내내 기분이 상쾌한 데뷔 앨범이 근래 몇 장이나 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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