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Odyssey
The Earl Gr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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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앨범 평점 5/ 6명
  • 발매일 : 2015.05.05
  • 발매사 : Mirrorball Music(미러볼뮤직)
  • 기획사 : ORM ENT.
격렬한 기타 리프로 섬세한 안타까움을 노래하는 프랑스 출신의 열혈 이모 코어 밴드

얼 그레이(The Earl Grey)의 비범한 의욕 작 [Odyssey]

 

수많은 전세계 이모 코어 커뮤니티에서 프랑스 출신의 얼 그레이(The Earl Grey)가 간혹 언급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치 미국 메인스트림 밴드를 연상케 하는 캐치한 멜로디 감각과 선명한 퀄리티의 톤 메이킹은 리스너들, 그리고 공연장을 찾는 관객들을 동시에 열광하게 만들었다. 내달리는 곡들 이외에도 이따금씩 나인 인치 네일스(Nine Inch Nails)의 'Hurts'같은 진중한 노래를 커버해 내기도 하면서 이들은 꽤나 다양한 표정을 들려줬다. 빛과 어둠 사이 익숙한 멜로디를 더욱 극대화 시켜낸 얼 그레이의 노래들은 장르와 관계없이 아직 이들의 음악을 전혀 접해 보지 못한 이들 조차 충분히 매혹시켜 낼 만한 요소들로 충분하다.

 

 

The Earl Grey

2009년 무렵 알렉상드르 레이건(Alexandre Ragon)의 솔로 프로젝트로 시작한 얼 그레이는 첫 EP [In This Memory]를 2010년도에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활동해나간다. 2012년 겨울 즈음 첫 정규 앨범 [We Are Young]을 내놓게 되는데 프랑스 내에서 50회 이상의 헤드라이너로서의 공연을 완수해내기도 했다. 앨범에 수록된 'Heart Of Glass', 'Special', 그리고 앨범의 타이틀 트랙 'We Are Young' 같은 곡들 또한 주목을 이끌어내게 된다. 다양한 곡들을 커버해내면서 국내에도 익숙한 워크 오프 디 어쓰(Walk Off The Earth)의 오프닝 무대 같은 것을 서기도 했으며, 자국은 물론 영국에서도 10회의 투어를 성공적으로 완수해낸다.

 

이후 변화가 생긴다. 알렉상드르 레이건 중심의 프로젝트에서 본격적으로 4인조 밴드로써 활동하기로 마음을 굳히게 된 것이다. 밴드의 마스터 마인드인 알렉상드르 레이건을 중심으로 베이스에 마이크 벨라드(Mike Vellard), 드럼에 지아니 메시아(Gianni Messia), 그리고 왼손잡이인 펠릭스 르쥰(Felix Lejeune)을 기타리스트로 영입하게 된다. 2014년 무렵 이처럼 밴드의 구성원을 확정 지은 이후부터는 곧바로 새 앨범 작업에 착수한다.

 

 

Odyssey (2015)

알렉상드르 레이건의 솔로 프로젝트에서 4인조 밴드로 거듭난 최초의 작업물이 바로 [Odyssey]이다. 스스로도 '얼 그레이의 새로운 시작'이라 명명하고 있는 앨범이었고 확실히 밴드의 합 같은 것이 제대로 느껴지는 작품이 됐다. 이번 앨범은 프랑스의 팝 펑크-이모 코어 밴드인 청크! 노, 캡틴 청크!(Chunk! No, Captain Chunk!)의 두 주요 멤버들인 베르뜨랑 퐁세(Bertrand Poncet), 그리고 에릭 퐁세(Eric Poncet)와 함께 프랑스의 알리아스(Alias) 스튜디오, 그리고 레드 불(Red Bull) 스튜디오에서 각각 녹음됐다.

 

물론 앨범에 수록된 대부분의 곡들을 알렉상드르 레이건이 썼지만 느린 템포의 숭고한 격렬함으로 가득한 'Sky Is The Limit'같은 트랙의 경우 기타리스트인 펠릭스 르쥰이, 그리고 드럼의 연타/필인이 두드러지는 'The Unicorn'의 경우엔 드러머 지아니 메시아와 펠릭스 르쥰이 각각 함께 써내려 가기도 했다. 사실 이 노래들 역시 기존 알렉상드르 레이건의 세계관과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고 있는 듯 보인다.

 

앨범의 첫 싱글로 'Church Of Noise'가 내정됐다. 쇳소리 같은 기타 뮤트에 기침소리로 시작하는 곡은 비장하게 고도를 높여나간다. 심신이 불안한 인물이 망상에 사로잡혀 있는 뮤직비디오 역시 흥미로운 그림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알렉상드르 레이건의 감정이 담긴 강렬한 목소리가 시원하게 불을 뿜어내는데 곡의 몇몇 멜로디라인은 필터(Filter) 같은 90년대 밴드를 떠올리게 끔도 한다.

 

기타의 격렬한 스트록, 그리고 작렬하는 드럼의 'Beginners'로 앨범이 시작된다. 공간감으로 충만한 기타, 그리고 셔플 리듬으로 바뀌는 드럼과 함께 충분히 인상적인 인트로로서 앨범을 각인시켜낸다. 격렬한 심벌잔향 사이로 감성적인 멜로디라인이 새어 나오는 'Far', 꽉 찬 코러스 화음과 함께 서정적인 분위기를 극대화 시켜낸 얼터너티브 록 트랙 'One Year And Another'가 알차게 전개된다. 댄스펑크 풍의 리듬을 바탕으로 흘러가는 'House Of A Thousand Souls'의 경우 마이 케미컬 로맨스(My Chemical Romance)의 히트 넘버 'Sing'을 연상케 만들기도 한다.

 

변칙적인 드럼 리듬 사이로 메탈 리프를 끼워 넣고 기타와 보컬 화음을 서서히 쌓아나가는 긍정적인 펑크 튠 'Guilty People', 마찬가지로 저돌적인 속도를 이어나가는 'Dreamers Never Die'가 쉴 틈을 주지 않는다. 포근한 목소리와 기타 아르페지오로 시작해 감성적인 부분에 유독 집중하는 'Firewall'의 경우 위저(Weezer)를 연상케 하는 몇몇 기타 리프와 멜로디가 눈에 띈다.

 

피아노 반주와 스케이트 펑크 리듬, 그리고 다시 원래의 이모 코어 스타일로 돌아오는 'In The Night', 그리고 앨범의 마지막 곡 'Black Is The New White'에서 이 드라마틱함은 절정에 달한다. 텐션으로 가득한 드럼 반주 위에 합창이 올려지는 식의 어레인지는 30 세컨즈 투 마스(30 Seconds To Mars)의 곡들과도 데자뷔 되곤 하는데, 특히 알렉상드르 레이건이 낮은 목소리로 차분하게 읊조릴 때는 30 세컨즈 투 마스의 보컬 자레드 레토(Jared Leto)의 풍부한 표현력 같은 것 마저 떠올리게끔 한다. 격렬한 음압과 침묵을 적절히 안배시켜낸 이 감동의 피날레가 오랜 시간 귓가에 남겨진다.

 

 

열정과 감성, 그리고 기술이 이상적으로 배열된 양질의 작품이다. 지나치게 이모 색이 강조되지 않았으며, 게다가 팝적인 감각으로 장식해낸 멜로디의 활용으로 인해 누구나 쉽게 들을 수 있는 앨범이 됐다. 일단은 리듬 패턴의 화려함 때문에 다양한 색깔을 얻게 됐다. 팝 펑크부터 얼터너티브, 하드코어, 심지어는 메탈 리프 등이 혼재되어있지만 무엇보다도 섬세하면서도 촉촉한 멜로디, 그리고 노래들로 인해 본 작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하겠다. 달콤한 멜로디의 장점이 두드러지는 본 작을 듣고 있노라면 이들이 생각 이상으로 멜로디 그 자체를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다른 차원의 격렬함이 있는 밴드다. 마음을 울리는 표현과 효과적인 편곡으로 가득하다. 젊음의 추진력이 작품 전체를 뒤덮고 있고, 이 에너지로 하여금 듣는 이들을 쉽게 압도해낸다. 젊은 혈기와 애수를 동시에 무장해낸 채 밴드는 어두운 세상 속에 빛을 뚫고 맹렬히 질주를 이어나간다. 우리가 기대하는 뜨거움, 절규, 그리고 아름다움이 바로 여기에 있다.

 

 

한상철(불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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