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느리게 걸어가는 느티나무
김원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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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앨범 평점 4.5/ 8명
  • 발매일 : 2008.11.10
  • 발매사 :
  • 기획사 : Sony Music
삶에 대한 통찰의 대중적 언어, 김원중 5집 [느리게 걸어가는 느티나무]

중년의 나이로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생각이 많아야 한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허다한 생각의 숲에 갇혀 살아야 한다. 어느덧 중년의 한복판을 살아가는 가수 김원중. 과연 그를 사로잡고 있는 생각의 조박들은 무엇일까? 그가 새롭게 출반하는 다섯 번째 앨범 [느리게 걸어가는 느티나무]는 이 의문에 대한 가감 없는 응답이다. 어김없이 김원중의 눈빛을 빼어 닮은 노래들로 채워졌고, 트랙 하나하나 그의 거친 호흡이 남김없이 드러나 있으며, 그의 머릿속을 배회하는 수많은 생각들의 재구성이라 해도 될 만큼 통찰력 짙은 메시지로 채워져 있다. 음악은 한층 간결하되 호흡은 넓어졌으며, 생각은 더욱 깊어졌다. 동시에 같은 시대의 평범한 사람들과 정직하게 소통하려는 그의 진실한 의지가 잘 묻어 나온다. 중년의 삶을 뚜벅뚜벅, 느릿느릿 걸어가는 ‘느티나무 김원중’의 삶에 대한 정직한 기록이며, 그의 가장 아름다운 행보로 채워져 있는 김원중 5집 [느리게 걸어가는 느티나무], 그 얼개를 추슬러 보자.
그의 음악은 여전히 포크에서 출발한다. 다만 그것은 자신의 음악적 감성의 준거 지점일 뿐, 실체의 음악은 한층 다채롭다. 노래를 통해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만큼, 딱 그만큼의 음악적 보폭을 늘 염두 해 둘 줄 아는 가수이다. 덕분에 김원중 5집 앨범은 한층 다채롭고 풍성한 사운드로 채워져 있다. 기타를 중심으로 소담스레 편성된 `그대 앞에 언제나 깨어 있고 싶어`, `외로우니까 사람이다`을 비롯하여, 그만의 포크적 감수성이 잘 묻어 나오는 `시냇가에서`, `사랑은 강물처럼`이 나지막하고 편안한 사운드로 밑둥지를 채우고 있다. 기타리스트 함춘호가 옷을 입힌 `무등산 친구`, `술 한 잔`이 그에게 가장 친숙한 포크록의 이미지라면 퓨전국악그룹 ‘the林’ 멤버로 활동 중인 편곡자 신현정의 옷을 입은 `나는 바이크 타고 시베리아에 간다`와 `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은 한층 모던한 사운드의 채색이다. 현악 4중주와 더불어 가곡 `이별의 노래`가 그만의 색깔로 리메이크 되었는가 하면, `아티스트`, `그리운 청진항의 고래여` 등에서는 음악적 자의식에 충실한 사운드가 ‘피리’와 뒤섞여 있어 한층 퓨전적인 색깔을 입고 있다.
김원중의 매력은 ‘통찰력’이다. 그의 노래는 사람과 인생에 대한 정직하고 진지한 통찰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동시에 그 통찰은 다시 친숙하고 편안한 감성의 대중적 언어로 담금질되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영어로 11월인 NOvember는 NO가 있어 우연하게도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 될 수도 있지만 아메리칸 인디언 언어로 `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이라는 것에 그의 시선이 꽂힌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세 번째 트랙 `술 한 잔`에 나오는 “나는 몇 번이나 인생에게 술을 사 주었으나 인생은 나에게 단 한 번도 술 한 잔 사주지 않았다”는 그의 넋두리는 깊은 통찰의 결실을 친숙한 대중적 언어로 드러내고 싶은 그만의 음악적 좌표에 매우 적합한 노래이다. 다섯 번째 트랙 `외로우니까 사람이다`의 “그대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라는 나직하며 처연한 울림이 첫 번째 트랙 `나는 바이크 타고 시베리아에 간다`의 “긴 줄 서기 싫다”라는 당당하고 도전적인 메시지와 뒤엉킬 수 있는 것도 사람과 인생에 대한 정직하고 진지한 통찰을 거쳤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이른바 통찰의 대중적 언어! 김원중 5집은 단 한 곡도 이 좌표로부터 이탈된 트랙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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