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이미 발생한 일에 대하여 만약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라는 가정은 무의미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수 심수봉에게는 1979년 10월 26일에 발생한 사건이 없었더라면, 아니 애초에 1975년 청와대 연회에 초청받아 노래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가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가정이 현실이었다면 아마도 대한민국은 건국 이후 가장 뛰어난 여성 싱어송라이터를 얻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심수봉이라는 아티스트의 역량은 가요사를 통틀어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만큼 뛰어난 것이었기 때문이다. 심수봉의 지난했던 음악여정은 1978년 자작곡 "그 때 그 사람"을 들고 MBC 대학가요제를 두드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입상도 하지 못한 이 곡으로 인기몰이를 시작하지만 과거의 인연으로 10.26 사건에 연루되어 가수생활에 큰 타격을 입는다. 1984년 방송금지 조치가 풀리며 발표한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를 필두로 87년 "사랑밖엔 난 몰라"까지 연이은 히트곡을 발표하였지만 한번 휘말린 정치적인 여건들은 계속하여 결정적인 순간에 그녀의 비상을 가로막는 불운을 겪었다.

1997년은 가수 심수봉에게 기념할만한 해가 되었을 것이다. 러시아의 국민가요를 "백만송이 장미"로 개사하여 히트시키고 같은 앨범에 수록된 타이틀곡 "비나리" 역시 많은 사랑을 받으며 현재까지 활발한 활동을 유지하는데 밑거름이 되었기 때문이다. 명반으로 선정한 이 앨범은 심수봉의 음악 생활 30년을 기념하기 위하여 특별히 제작된 앨범이다. 위에 언급된 주요 곡이 오리지널 버전과 신규 버전으로 수록되어 비교 감상하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뛰어난 아티스트가 끊임없이 기억되고 사랑 받는 것! 그것이 바로 음악이 가진 힘이고 창작의 원동력임을 말해주는 좋은 예가 바로 이 앨범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