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 ROOTS TO BRANCHES
- 서수진
- 앨범 평점 4/ 6명
- 발매일 : 2021.04.09
- 발매사 : ㈜꾼엔터테인먼트아트앤컬쳐
- 기획사 : 소리의 나이테 음악회사
[서수진 4집 ROOTS TO BRANCHES]
-앨범 소개
Roots To Branches는 창작음악가 서수진의 4번째 정규 앨범으로 그녀가 이끄는 Chordless Quartet 프로젝트의 두번째 작품이다.
보이지 않지만 위로 뻗은 가지만큼이나 아래로 뻗은 뿌리는 존재한다. 그리고 뿌리에서 가지로, 가지에서 뿌리로 흐르는 모든 에너지의 유기적 움직임을 통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증명한다. 우리의 삶도 그렇다. 좁게는 함께 연주하는 사람들 사이의 연결고리를 더 강하게 확신하고 넓게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연결고리를 확인해 나가며 우리 삶의 불완전함을 들여다보고 이해해 보고 싶었다.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고 그 존재를 인지하는 것이 불확실한 인간의 삶을 이해하는 시작이 아닐까.
-아티스트 소개
서수진은 한국의 창작음악가이자 드럼연주자로 2014년 정규 1집을 발표 후 현재까지 꾸준한 창작활동을 지속해나가고 있다. 현재 Chordless Quartet 프로젝트와 Coloris Trio 프로젝트, Baum Sae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작품으로는 [The Moon In Your Hand] 2015, [Strange Liberation] 2018, [Colorist] 2020, [Embrace] 2020, [Alchemy] 2020 가 있다. 또한 2018년 독일의 레이블 ECM으로 통해서 앨범을 발표한 Near East Quartet의 멤버로도 활동중이다.
서수진 Coloris Trio의 [Colorist]는 2020년 8월 미국의 온라인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Bandcamp]에서 The Best Jazz on Bandcamp로 선정되었고 [New York Public Radio]의 [New Sound]에서는 'Bill Evans Trio 이후로 변화한 현대의 피아노 [Inventive Piano Trios]' 에 미국, 영국 등 전 세계의 쟁쟁한 음악가들과 함께 소개되었다. 또한 그녀는 이 앨범으로 2021년 한국대중음악상 재즈/크로스오버 부문 최우수 연주상을 수상하였다.
서수진 Chordless Quartet은 첫 앨범 [Strange Liberation]발표 후 대표적인 international art market showcase 인 독일의 “Jazz Ahead showcase”에 초청받으며 주목을 받았고 수록곡인 겨울에 피는 꽃 (Narcissus)으로 2018 International Songwriting Competition에서 재즈부문 3위를 차지했다.
-Track List
1. Roots To Branches (composed by 서수진 Soojin Suh)
2. Ruth (composed by 서수진 Soojin Suh)
3. 인지혁명 Cognitive Revolution (Composed by 김영후 Hoo Kim)
4. Unity by 서수진 Soojin Suh
5. Hypnagogia by 이선재 Sunjae Lee
6. Bond by 서수진 Soojin Suh
7. The Eyes of Little One by 서수진 Soojin Suh
8. Equality by 서수진 Soojin Suh
9. Breakthrough by 서수진 Soojin Suh
10. 그 쇳물 쓰지마라 by 하림
-CREDITS
Drums 서수진 Soojin Suh
Double Bass 김영후 Hoo Kim
Tenor / Soprano / Alto Saxophone 이선재 Sunjae Lee
Alto/ / Tenor Saxophone 고단열 Daniel Ko
Recorded at Yireh Recording Studio
Recording Engineer 신대섭
Mixing Engineer Rick Kwan
Master Engineer Nate Wood
Art Work by 이선재 Sunjae Lee
-재즈라는 요가
함돈균 문학평론가
즉흥성과 우연성은 재즈의 기본 존재 방식이다. 일관된 내러티브를 부정한다는 점에서, 재즈의 즉흥성은 각자의 스토리는 있어도 동질적인 히스토리는 없다는 생각을 표현하는 생의 형식이다. 재즈는 존재들의 개별성을 하나의 표준으로 흡수하려는 환원주의에 저항한다. 순간적으로 촉발되는 개별성을 옹호하고 표준에 대해 저항하는 것이 재즈 자체의 목적이라는 점에서, 재즈의 리듬은 태생적으로 시인의 민주주의를 닮았다. 우연을 긍정하는 재즈의 몸짓은 표준을 불신한다는 점에서는 허무주의자에 가깝지만, 복수성을 존중하고 공존의 화엄세계를 구현하려 한다는 점에서는 무정부주의자와 구별된다. 재즈에 ‘소울’이 있다면, 그것은 허무주의와 무정부주의 사이 어디 즈음에서 열리는 공존의 화엄세계에 이 몸짓이 닿아있기 때문이다.
재즈가 비롯된 역사적 생활세계는 아프리카 혹은 뉴올리언즈 근방이지만, 그 몸짓의 형식은 인종적인 것과 역사의 지도를 훨씬 초월한 우주 어느 곳에 위치해 있다. 선형성, 표준, 하나의 히스토리, 예(禮)를 수립하려는 문명의 완강한 관성에도 불구하고, 개별적 삶의 몸짓들은 음악적 율동을 통해 수학적 공리에 항의하며 약동한다. 이것이 생명이다. 즉흥성과 우연성의 몸짓을 하고 있는 재즈의 존재 형식은 음악장르이기 전에 그래서 생명의 존재 형식이다. 문명이라는 기계는 즉흥성과 우연성을 질서와 필연성으로부터의 이탈로 여기지만, 모든 존재들이 예외 없이 우주의 먼지로부터 비롯된 우연한 산물이라는 사실이 삶의 기본 형상을 이룬다. 우연이 움직임으로 실현될 때, 모든 움직임들은 음악적 몸짓으로서 즉흥성을 구현하며 관성에 저항한다.
대화와 반복은 재즈의 또 다른 몸을 이룬다. 만날 수 없는 우연들을 만나게 하는 것은 신화적 카르마(karma)가 아니라 다른 존재들과 닿으려는 생명의 필사적 역동이다. 개별적 생명들의 율동과 호흡이 또 다른 생명들의 호흡과 연결되어 있다는 자연스러운 자각이 기저를 이룬다는 점에서 재즈는 일종의 ‘요가’다. 이 요가는 목소리와 호흡과 리듬들 간의 상호연결성이 이루어내는 대화적 다원주의를 바탕으로 한다. 재즈의 합주는 일사불란한 1인의 권위가 지휘하는 오케스트라가 아니라, 우연성을 존중하고 즉흥성을 즐기는 생명들이 낙천적으로 숨쉬는 다성적 파티다. 이때 재즈의 반복은 질서를 제도화 하려는 것이 아니라, 대화의 즐거움을 지속하기 위한 시간적 의지와 계기들로 작동한다. 개별적 리듬과 호흡들이 생명의 연결성, 우주적 에너지에 동등하게 참여하며, 아힘사(ahimsa)를 지향한다는 점에서도 우리는 재즈를 또 다른 요가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드럼연주자이자 창작음악가인 서수진의 이번 앨범 《Roots To Branches》는 그가 진행해 온 ‘Chordless Quartet’ 프로젝트의 새 버전이다. 스탠다드 재즈를 정교하게 훈련한 한국의 대표적인 재즈프로페셔널이지만, ‘표준’에 저항하는 도전적 실험을 관철해 온 그다운 앨범이다. 나는 이 앨범을 또 다른 방식의 ‘음악적 요가’라고 부르고 싶다. 이 앨범의 대화적 연주는 자아의 팽창이 아니라, 자아의 초월과 확장을 기반으로 한다. 비선형성과 예측불가능성, 개별성들이 오롯이 살아있는 협연은 연주자들의 정념을 전달하기보다는 의식을 초월한 어떤 존재 형식들 간의 복수성을 구현하고 있다. 감정이라기보다는 감각에 가까운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 음악적 대화는, 존재들이 자기를 내세우고 주장하려는 에고의 완강한 성벽을 쌓지 않고도, 차이들을 공존시키는 다성적 우주에 참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드럼의 박자, 섹소폰의 호흡, 더블베이스의 선율은 구체적 율동감을 지녔지만 에고의 특수성에 갇히지 않음으로써 의식을 초월하여 생명의 보편성에 참여한다. 이 앨범의 협주가 보여주는 비선형성은 ‘Roots To Branches’라는 이름처럼 일정한 에너지의 층위에서 ‘한 세계’로 연결되어 있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것만큼 비진리적인 오류가 없다. 가시적 세계는 비가시적 뿌리와 연결되어 있고, 뿌리는 다시 개별적 가지들로 뻗어나간다. 한 나무에서 피어난 꽃은 씨를 품고 있으며, 씨는 바람을 타고 또 다른 공간으로 나무에게로 꽃들에게로 그리고 동물들과 비생명을 포함한 우주 어딘가로 날아가고 전달되고 순환하고 다른 존재의 몸속으로 들어가 섞이고 변형되며 진화한다. 생명의 율동은 인간의 인지가능성 유무와 상관없이 우연적 계기들과 즉흥적 형식을 반복하면서 우주에서 창조적 대화를 무한히 발생시킨다. 일체의 불상생과 비폭력, 즉 아힘사를 향한 낙천적 대화가 음악적 요가로서의 재즈라면, 서수진의 《Roots To Branches》는 코로나시대의 기도를 담은 요가 수행자다.